[city 100] 자전거 연습, 근데 노들섬을 곁들인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다음부터는 온통 자전거 생각뿐이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페달을 밟고 내리막길을 브레이크도 잡지 않은 채 내달리고 싶다. 사랑도 이런 사랑이 없다. 어제도 사실 자전거를 타려고 마음 먹었으나 춘자와의 회의가 길어지는 바람에 이미 땅거미가 져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 오늘은, 오늘은 마음껏 달릴 거야~~~~그 누구도 나를 말릴 수 없다고~~ 어디에서 자전거 훈련을 해야 할지 영 모르겠다. 내가 종종 걷는 트랙이 있는 공터는 자전거 타기 괜찮아 보이지만 우리 동네에는 비치된 따릉이가 없다. 낙성대 공원을 갈까, 장승백이 공원을 갈까 고민하다. 역시 자전거는 한강이지! 라는 결론으로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한강인 노들섬으로 결정지었다. 용산 너머를 버스 타고 가려면 무조건 한강대교를 넘어가야 하고 예전 회사가 효창공원에 있었으니 노들섬은 수백번도 더 지나갔지만 한번도 내려간 적이 없었다. 사실 노들섬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노는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는 것 조차 몰랐다, 노들섬은 그저 양옆에 견우와 직녀 카페를 마주보고 있는 집으로 가기 전의 버스 정류장이었을 뿐이다. 따릉이 앱을 켜니 노들섬에 3군데의 따릉이 대여소가 있다. (지금은 0이지만 아까는 많았음)
주말이고 사람이 많을 것을 고려해 누가 봐도 북적여 보이는 왼쪽이 아닌 오른쪽 장소로 갔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자전거가 보였다. 능숙하게 qr코드를 찍고 자전거를 빌렸다.사진에서 보면 알겠지만 대로변에 따릉이 대여소가 있고 아래로 내려가면 다목적홀이 있다. 현재 다목적홀은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부산스러웠다. 길쭉하게 긴 섬에서 당연히 자전거를 탈 널찍한 공간이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없었다. 다목적홀과 주차장을 가운데에 두고 양쪽은 차가 들어오고 나가는 길만이 있었다. 나는 차가 나가는 오르막길을 등지고 자전거 연습을 시작했다. 가방을 바구니에 두니 균형이 안 잡히는 느낌에 모든 짐을 벗어 던지고 경건한 마음으로 임했으나 균형이 잘 잡히지 않는다….아니 매번 이렇게 자전거가 달라질 때 마다 균형 잡는 데 시간이 걸린고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나는 따릉이를 타고 ‘이동’이란 걸 할 수 없겠다 싶었다. 혼자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뛰어 나와 말한다.
“여기 가방 있어요.”
“아, 이 근처에서 있을 거니 괜찮아요.”
“여기 찻길 이고 계속 화물차 나오니까 자전거 타시면 안돼요.”
“찻길이에요? 그럼 혹시 여기에 자전거 탈 곳이 있을까요?
“난 몰라요. 여기 일하러 온 사람이에요.”
잇달아 화물차가 나왔고 아저씨는 나를 천덕꾸러기 취급을 하며 당장 나갈 것을 종용했다.
“절로 나가세요.”
“저기는 계단인데 자전거를 들고 어떻게 가요? 찻길로 갈거에요.”
소심한 반항을 하며 자전거를 반납했다. 자,,,그럼 건너편으로 건너가야 하는 수 밖에 없다. 혹시나 아주 혹시나 횡단보도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으니 다리 위에 횡단보도가 있을리는 만무했다. 나는 땡볕에 노들섬에서부터 다리를 걸어 상도터널 근처의 노들역에 도착, 그 안으로 들어가 건너편 출구로 나와 다시 걸었다. 기나긴 길이었다….다시 따릉이 대어소에 도착, 아까 QR 따릉이가 균형이 잘 안 잡혔으니 이번에는 좀 더 작은 새싹 따릉이를 빌려본다. 왼쪽편의 노들섬은 오른쪽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이미 노들역 부터는 캠핑 박스를 든 커플들이 종종 보였고 휴일의 한낮을 즐기러 온 인파로 북적였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천천히 둘러 볼 수록 예감은 확신이 되었다. 사람도 많고 딱히 탁 트인 길이 없어서 자전거를 연습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아….조때따…그러나 어쩌겠는가. 다른 곳에 갈 힘도 시간도 없다. 어디라도 자전거 비비고 서서 연습을 할 수 밖에. 강가에 내리막길에 자전거를 세우고 균형잡기를 다시 해본다. 새싹 따릉이는 작아서 또 안되네…아 싯팔^^ 여의나루에서 쌩쌩 달리던 기억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였나……나는 왜 도대체 달리는 것은 커녕 제대로 균형조차 잡지 못하는 거지…? 설상가상으로 낮 최고 32도를 기록한 초여름 더위가 기승한 오늘, 난 바람막이를 입고 자전거와 씨름하느라 땀으로 샤워를 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균형을 잡고 페달을 밟고 앞으로 나아가긴 했으나 길이 좁고 커브에 땅이 울퉁불퉁해서 도저히 제어가 되지 않았다. 오른쪽에는 야트마한 언덕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돗자리를 피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나는 언덕의 아랫부분을 치며 몇 차례나 넘어지길 반복했다. 아마도 그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앞에서 자꾸만 우당탕탕 거리는 내가 눈에 치여 안쓰러운 눈빛 한번쯤 보냈을 거다. 그리고 새싹 따릉이의 문제는 핸들이 너무 낮아 팔에 힘을 빼고 허리를 쭉 피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또 다시 자전거를 바꾸러 갔다. 오늘 벌써 3번째 자전거 대여….근데 제대로 달린 적 한번도 없음;;; QR 따릉이도 비슷한 수순으로 개삽질하다가 겨우 한 두번 균형 잡고 페달링하다 언덕으로 치우쳐서 꽈당을 반복하고 나는 GG를 쳤다.
오늘의 결론,,,,휴일 노들섬은 자전거 초보가 연습할 곳이 아니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노들섬을 둘러보는데 꽤 흥미롭다.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노들서가와 울산 막걸리인 복순도가와 몇 개의 탭 맥주를 제공하는 뮤직라운지가 있고, 블루보틀 트럭 카페도 있다. 커피나 한 잔 할까 메뉴판을 봤지만 가격도 비싸고 줄이 너무 길어 마시지 않았다. 오늘 3번 자전거를 빌렸지만, 자전거를 타지 않았은 것과도 마찬가지였기에 나는 운동 삼아 상도터널을 걸었다. 자전거 타는 줄 알고 자만했다가 호되게 당한 하루… 데헷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더니 자전거 생각뿐인 젠님 주말에 노들섬은 자전거로는 안되겠군요 크읍 고생많았어요. 그 와중 너무 익숙한 상도터널!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