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부테스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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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키냐르 - 부테스

어떤 암시가 숨어 있나 싶을 정도로 1월 한 달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주제로 한 작품을 연이어 접하게 됐다. 그리스 신화는 모든 이야기의 근원 격이니 그 이야기가 여러 곳에서 인용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연이어 등장하는 신화 속 인물들이 나를 당황케 했다.

그중에서도 오르페우스를 주제로 한 작품이 많았는데, 그 이야기의 정점같은 것이 파스칼 키냐르의 부테스였다. 이 책은 부테스의 이야기지만, 주인공인 부테스의 대척점을 오르페우스로 잡으며 두 인물의 행동과 그들 음악 간의 차이를 작가의 시각으로 새롭게 풀어냈다.

나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는 너무나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 몇 번의 시도에도 조금도 읽지 못했지만, 신화 속 인물을 중심으로 쓰인 이 책은 금방 몰입해 읽을 수 있었다. 책상에 앉아 독서대로 책을 읽었는데,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강하게 압도하는 힘을 느끼며 독서 내내 책의 대부분의 문장을 즉각적으로 옮겨 적어야만 했다.

올해(고작 1월이었지만) 읽은 책 중 단연코 가장 좋았다.


나는 비밀에 가까워진다.

본래의 음악이란 무엇인가? 물로 뛰어드는 욕망이다.

키케로는 『투스쿨라나룸 논총』 제4권 18장에서 이렇게 썼다.

”악에서 한계를 찾는 것은 류카트 곶에서 머리부터 추락하는 자가 원할 때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름없다.

Qui modum igitur vitio quaerit similiter facit, ut si posse putet eum qui se e Leucata praecipitaverit, sustinere se cum velit.

어떠한 경우에도 멈출 수 없다. 뛰어내림으로써 지향하는 바가 시간의 초월이기 때문이다.

세 가지 주석.

  1.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 (하지만 모든 죽음이 먹히는 것이라는 의미에서는 돌이킬 수 있다. 즉 죽음으로 파괴된 것을 섭취함으로써 가능하다. 육식동물의 경우에 실은 죽음이 유일한 영양분이다.)

  2. 돌이킬 수 없는 운동에는 방향성이 없다. (단지 가지 못했을 수도 있는 곳에 이제는 도달하지 않을 수 없을 뿐이다.)

  3. 기원은 시간 내에서 이어진다. (옛날의 돌이킬 수 없는 특성이 지금이라는 모든 순간의 만회 불가능의 토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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