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약속된 장소에서(언더그라운드 2)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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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 약속된 장소에서(언더그라운드 2)

오랜만에 하루키 글을 읽고 싶어 빌려왔지만 책에 적힌 UNDER GROUND 2보다는 약속된 장소에서라는 제목이 더 먼저 눈에 들어왔다. 당연히 소설일 거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 책은 1995년 3월 20일 아침 옴진리교 신자가 도쿄 지하철에 생화학 무기인 사린 가스를 살포한 사건의 피해자를 인터뷰한 언더그라운드의 후편이었다. 언더그라운드 2라는 부제는 그것이었다. 약속된 장소에서라는 제목을 단 이 책에서는 옴진리교 신자들을 인터뷰했다.

평소 이런 류의 사회 사건에 큰 관심이 없고, 소설이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해 책을 그대로 반납하려 했지만, 오히려 몰두해 읽게 된 것은 책의 머리말 때문이었다. 사이비 종교처럼 보이는 옴진리교 신자를 직접 대면해 인터뷰를 마친 하루키는 머리말에 이런 글을 남겼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설가가 소설을 쓰는 행위와 그들이 종교를 희구하는 행위 사이에 부정할 수 없는 공통점 같은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에는 굉장히 비슷한 점이 있다. 그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두 가지 영위의 뿌리가 완전히 같다고 정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거기에는 유사성과 동시에 결정적인 차이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개인적으로 흥미가 끌린 이유도 그 점 때문이었고, 또한 경우에 따라서 갑갑함 비슷한 감정을 느낀 것도 그런 점 때문이었다.

나는 창작을 하는 예술가와 사이비 종교에 빠져드는 신도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참을 수 없을 만큼 궁금해졌다.


이 책에서는 신자 한 명 한 명의 자라온 가정환경을 짤막하게 덧붙였다. 사이비 종교 신자라고 하면 어딘가 꺼림칙하고 피하고 싶은 내 편견과는 달리 글로 접한 그들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하루키의 말처럼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도 됐다. 어렸을 때부터 강한 영적 체험을 한 사람도 있었고, 철학이나 종교에 깊은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회에 속하지 않고(어쩌면 못하고) 있는 나에게는 그들이 외려 가깝게 느껴졌다.

이 책에서 인터뷰한 대부분의 신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옴진리교가 이상해졌다고는 느꼈지만 설마 지하철에 사린을 살포할 줄은 몰랐다-고 이야기했다. 그들은 정말 몰랐던 것 같았지만, 깊은 무의식에는 모르는 척-하고 싶어 보였다. 자신은 정말 그 일을 몰랐고, 순수하게 영적인 존재만을 좇으며 수행에 집중했다-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런 맹목적인 회피를 보며 섬뜩한 마음이 들었는데, 그 이유는 나도 종종 그런 식의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교의에 이끌려 출가한 신자일 뿐이었던 그들은 처벌받지 않은 채 몇 달간 경찰의 감시만을 받았다. 사린 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것도, 그 실행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정말 그들에게 어떤 잘못도 없다고 말 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책을 굉장히 탐독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내 주변에 옴진리교 사람이 있었다면, 어쩌면 나도 옴진리교의 신자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창작가와 신도 사이에 어떤 차이와 공통점이 있는지, 막연하게만 느낀 채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하루키는 책의 끝에서 자신만의 답을 내렸다. 그 문장을 마음에 깊이 새겼다.

··· 의식의 초점을 맞추고, 자기 존재의 가장 깊은 부분으로 내려간다는 의미에서는, 소설을 쓰는 것과 종교를 추구하는 것에는 서로 겹치는 부분이 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문맥에서 저는 그들이 말하는 종교관을 어느 정도 올바르게 이해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다른 점은 그런 작업에서 자기 자신이 과연 어디까지 주체적으로 최종 책임을 지느냐하는 점이겠죠. 분명히 말해 우리는 작품이라는 형태로 그것을 혼자 책임지게 되고, 또한 책임지지 않을 수가 없지만, 그들은 결국 그것을 구루나 교의에 떠넘겨버리는 겁니다. 간단히 말하면 그것이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앞으로 절대 떠넘기지 않겠다고, 무엇이 되었던 그 책임도 내가 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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