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문맹
그렇게 해서 스물한 살의 나이로 스위스에, 그중에서도 전적으로 우연히 프랑스어를 쓰는 도시에 도착했을 때, 나는 완벽한 미지의 언어와 맞서게 된다. 바로 여기에서 이 언어를 정복하려는 나의 전투, 내 평생 동안 지속될 길고 격렬한 전투가 시작된다.
이 책을 감히 한 문단으로 축약한다면 위의 문단을 고르고 싶다. 외국어로 쓴 글이라서일까? 문장은 간결하고 쉽다. 그러나 작가인 그녀의 삶이 무거웠기에 문장의 의미와 독해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나는 헝가리에 내 비밀 작문 노트뿐만 아니라 처음 쓴 시들도 놓고 왔다. 나는 그곳에 나의 오빠와 남동생을, 부모님을, 미리 알려주지도 못하고 잘 있으라거나 또 보자라는 말도 하지 못한 채 두고 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날, 1956년 11월말의 어느 날, 나는 하나의 민족 집단에 속해 있던 나의 정체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그녀는 나라를 떠났고, 그래서 모국어 바깥에 있게 되었지만, 어쩌면 그 순서를 뒤집어 언어를 잃었기에 나라도 함께 잃은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이런 묵직한 인생 앞에서는 알량한 판단은 멈추고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