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참여] Genesis, and Apocalypse

in #wc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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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미언 여러분 안녕하세요. 눈비행기 기장 스노우 입니다. @marginshort 님께서 스팀잇 이벤트를 열고 계십니다. 이름하야 바로 제1회 스팀잇 백일장 대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저도 백일장에 참여해서 열기를 더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위의 로고는 @mori96님께서 주셨습니다. 스팀잇 비행기 로고가 너무 잘 나왔네요. 모리님 정말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그럼 스팀잇 백일장 시작합니다.


PM 13:07 (EST), 어느 오후, 2019년, 브루클린, 뉴욕주 뉴욕, 미국

햇살이 따사롭게 내려오는 어느 오후, 캐서린은 올해 아홉 살인 아들을 데리고 뉴욕 브루클린의 프로스펙트 공원으로 산책을 나왔다. 공원 저 멀리 STP 재단에서 새로 짓고 있는 고층 건물이 거의 다 지어지고 있는 것이 보였으며 캐서린처럼 따뜻한 오후를 즐기러 가족끼리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매년 여름이면 이곳에 스팀잇 생태 공원이 생겨서 사람들이 이렇게 산책을 나오곤 한다.

평범하디 평범한 일상의 나날들. 아들이 근처에서 놀고 있는 것을 확인한 후 그녀는 커다란 포플러 나무 그늘 아래에 짐을 풀어놓고 잔디밭에 누워 잠시 눈을 감았다. 주위에 비둘기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아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쪼아 먹는 모습이 보인다.

곧 어디선가 바람이 하늘하늘 불어와 캐서린의 귓가를 푸근하게 해주었다. 눈을 감고 있는데 누군가가 캐서린 옆으로 다가와 그늘이 드리워지는 게 느껴졌다. 감았던 눈을 살며시 뜨자 아들이 한 손에 무언가 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새하얀 솜사탕이었다.

아들 말을 들어보니 공원 중심에서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이 오늘 하루 무료로 솜사탕을 나누어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캐서린은 학부생 시절 남편 사이먼과 공원에서 데이트하면서 먹었던 달콤한 솜사탕 생각이 났다. 그래서 아들이 솜사탕을 조금씩 뜯어먹고 있을 때 캐서린도 함께 먹으면서 과거의 추억을 음미했다.

솜사탕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입안을 감돌다가 스르르 녹는다. 남편과의 첫 키스 생각이 나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첫 키스의 열정적인 달콤함과 솜사탕의 부드러운 달콤함이 비슷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자신 말고도 어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솜사탕을 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볍게 미소 지으며 캐서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들의 손을 잡았다.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바질 스파게티와 에그인헬을 곁들인 음식을 만들어볼까. 하며 캐서린은 공원에서 나와 오랜만의 산책을 즐긴 후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모든 게 일상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시계의 태엽이 톱니바퀴에 물려 돌아가듯 그렇게 순조롭게 지나가던 평상시의 저녁. 남편 사이먼이 퇴근하고 돌아와 가족들끼리의 즐거운 저녁 식사를 즐겼다. 남편은 회사에서 있었던 가벼운 불만거리를 이야기하고 캐서린은 그것을 들어주는 그런 일상. 그러다 캐서린은 약간 평소보다 몸이 피곤한 것 같아서 소파에 앉아 쉬기로 했다. 아들도 엄마를 따라 쪼르르 옆에 앉는다.

캐서린은 남편이 테이블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TV를 보고 있는 아들에게 일찍 자라고 잔소리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HBO에서 방영하던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고 있던 캐서린은 갑자기 손에 힘이 빠지면서 잡고 있던 물컵을 놓쳤다.

큰 파열음을 내며 유리로 되어있던 물컵이 산산조각 나며 깨졌다. 캐서린은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약간 현기증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그런 느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온 남편이 캐서린에게 다가왔다.

"괜찮아?"

잠시 정신을 차린 후 남편의 걱정을 뒤로하고 캐서린은 차가운 물에 세수라도 하려고 욕실로 향했다. 하지만 몇 걸음 걷지 않아 다리에 힘이 풀리며 복도에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캐서린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던 남편이 놀란 얼굴로 바로 달려와 캐서린을 일으켜 세웠다.

"케이트!"

남편의 힘을 빌려 간신히 일어난 캐서린은 무언가 입가로 흘러들어옴을 느꼈다. 짭짤한 맛이 나는 액체가 느껴져 손등으로 입술 근처를 한번 훑어주자 새빨간 피가 묻어 나왔다.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다. 남편이 곧 휴지를 찢어서 캐서린의 코를 틀어막았으나 피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와 곧 캐서린의 목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캐서린은 남편이 부축해 주는 것을 느끼며 정신이 가물가물 해졌다.

캐서린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사랑하는 남편의 울먹거리는 듯한 표정이었다.







사이먼은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할 여유도 갖추지 못한 채 당황하며 일단 아내를 안고 밖으로 나왔다. 무언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는 것 같았다. 불길한 예감. 요즘 너무 일이 고단해서 쓰러진 걸 꺼야. 아니 빈혈일 수도 있어. 납득이 가지 않지만 스스로를 위안하며 사이먼은 아들과 아내를 차에 태운 후 브루클린 종합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사이먼은 운전을 하고 있었지만 본인이 어떻게 운전을 하는지 신경도 쓸 수 없었다. 오직 시선은 옆 좌석의 아내를 향해 있었다. 무언가 상상할 수 없는 결말을 생각하게 된 걸까. 사이먼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림을 알 수 있었다.

"제발! 빨리 좀 가자!"

늦지 않기를 기도하며 사이먼은 액셀레이터를 더욱더 세게 밟았다. 도심에서 속도계가 벌써 80마일을 넘어가고 있었다. 다행히 이쪽 도로는 차들이 그리 다니지 않는 도로라 막힘 없이 빨리 갈 수 있었다.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캐서린의 상태가 더 심각해지고 있었다. 고열과 오한 때문인지 캐서린의 몸이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 보였다. 아내의 코에서는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나왔다.

병원에 거의 도착해가자 사이먼은 문득 정신이 들면서 아들이 앉아 있던 뒷 좌석을 보게 되었다. 아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렇게 흘깃 백미러를 보는데 뒷좌석에 실신해서 쓰러져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린 사이먼은 절규하며 더 이상 밟을 수도 없는 액셀레이터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콱 밟았다. 옆에 앉아 있는 캐서린은 이제 코뿐만 아니라, 눈과 귀에서도 피를 흘리고 있었다. 피가 너무 많이 흘러내려 시트가 핏물로 붉게 적셔지고 있었다.

아내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기 싫은 사이먼은 손에 피가 나도록 핸들을 꽈악 쥐며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애써 보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물이 얼굴을 적셨고, 콧물까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사이먼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들을 잡고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를 질주해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Special Operations Forces E-Team 보고서


실험체는 Novel swine-origin influenza A(H1N1) 계열과 바이러스성 출혈열 (viral hemorrhagic fevers) 을 동반하는 증세를 보임. 14개의 실험체는 48시간 이내에 전원 사망. 2차 전파는 현재까지 53개체로 밝혀짐. 2차 전파가 적은 이유로는 감염 후 발병, 사망까지의 주기가 짧기 때문으로 보인다. 3차 전파에 대해서는 현재 확인된 바 없다. 입실론팀은 주기적으로 경과를 보고 할 예정이다.

모든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Kali Virus는 지금부터 [카테고리 4]에 등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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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고 갑니다 !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무...무섭네요. 왠지 좀비영화같은 느낌이 확 들었어요

✈ 하하 ㅎㅎ 제대로 보셨습니다! 제가 바이러스를 좋아해서 소설도 이렇네요 ㅎㅎ;;

이어 써 보실 생각 없으세요? ㅋ

재밌는데......

✈ 여행기에 먼저 매진을... 쿨럭...

상당히 재밋는데요?!
눈 기장님의 숨겨진 또다른 능력을 보는것 같습니다!
읽는 동안 글속에 빠져 들었습니다 ㅎ./
2편 기대할게요!!!.ㅎㅎ

✈ d-m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약 3부작으로 기획을 해놨는데 언젠가 기회가 되면 써봤으면 좋겠네요 ㅎㅎ 일단 여행기부터 마쳐보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마치 SCP 재단 보고서를 보는 듯한 느낌이네요! 후속작을 써 보셔도 좋을 듯 한데.

✈ 허허 그런가요? ㅎㅎ SCP 재단 보고서를 아시는군요! 사실 살짝 분위기를 내보려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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