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라이프] 열아홉. 잘먹고 고생한 짤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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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라이프] 열아홉. 잘먹고 고생하기

오늘 오랜만에 태국 친구를 만났습니다. 사실 태국 살면서 친구라고 할 만한 현지인은 이 친구 한 명밖에 없으니 생각해보면 제 인간성이 그리 좋으편은 아니라는 쪽이 맞는 것 같습니다. 지상철을 타고 갈까 하다가 역시 자전거로 약속장소까지 나가는 멋진 자연인(?)으로 보이고 싶었던 탓에 가방에 옷을 챙겨넣고 신나게 달렸습니다.

오늘은 돌아가신 전왕의 부인이신 태후마마의 생일이라 휴일입니다. Mather's day, 어머니의 날이죠. 거리도 한산하고 늘 붐비던 도로가 오랜만에 비어있으니 나쁘지 않습니다. 약속장소는 여행객과 현지인이 모두 좋아한다는 Terminal 21입니다. 5층에 Kub Kao, Kub Pla입니다. 요새 방콕에 제법 많은 체인을 가진 현지 레스토랑이죠. 지나치면서 궁금했었는데 시식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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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잘 꾸며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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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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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습니다. 냠냠냠...
태국어와 영어를 섞어서 소통 하는데 저보고 태국어는 몇마디 늘고 영어는 그레이드 확 떨어졌다고 핀잔을 합니다. 간만에 터미널 21에서 재미있게 먹고 기분좋게 나오려니 1시 가까이 되니 드디어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느긋하게 잠들 주무시고 이제 본격적으로 휴일을 즐기려는 것 같습니다. 내려오면서 보니 어떤 식당엔 바깥에 줄지어 서있습니다. 신기한 건 비슷한 레벨의 옆 식당은 손님이 아예 없는 집도 있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어느집은 줄을 서고 어느집엔 텅 비어있고... 사진을 찍으려다 그만둡니다. 손님도 없는데 밖에서 사진 찍어대며 안들어오면 열받을 것 같아서요.

자, 이제 고생은 무엇이냐면요... 아까 말씀 안드린게 있습니다. 2시간 전으로 돌아갑니다. 저는 약속장소인 터미널 21앞에 신호등을 기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약속시간인 11:30분에 못미친 11:10분 경입니다. 전철로 20분 거리를 자전거로 25분만에 왔군요. 여유있게 신호대기가 끝나고 페달을 힘차게 밟았는데 체인이 기어밖으로 이탈하는 느낌이 듭니다.

앞기어가 안쪽으로 빠질경우 고기어로 올리면 체인이 쑥 올라옵니다. 아시겠지만 앞기어는 클수록 고기어, 바깥쪽으로 체인이 물리고 뒷기어는 작을 수록 고기어, 역시 바깥쪽으로 체인이 물립니다. 그러니까 체인이 바깥쪽으로 갈 수록 자전거의 기어는 고기어가 됩니다. 체인이 바깥쪽으로는 거의 이탈하지 않으나 가끔 뒷기어를 저기어로 낮춘 상태에서 앞기어도 낮출 때 체인이 앞쪽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그 때 앞기어를 고기어로 올려주면 체인이 자연스레 기어로 들어옵니다. 이게 뭔말이냐고요? 그냥 그렇다는 말이죠.

그런데 앞기어를 올려도 체인이 기어에 안걸립니다. 불현듯 걱정이 확 밀려옵니다. 체인이 터진경우일겁니다. 맞습니다. 내려다 보니 체인이 없습니다... 헐... 내 체인... 내려 보니 뒤에 달랑달랑 매달려 있습니다. 일단 빼서 물받이에 걸쳐둡니다.

체인이 끊어지는 많은 경우,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기어변속을 2단 이상 급격하게 한 상태입니다. 자동차로 치면 클러치를 넣어서 중립으로 만들지 않고 그냥 기어를 빼서 다른 기어에 물린거죠. 이 경우 체인은 앞기어와 급격한 사선을 이루게 되는데 멈춘 상태에서 변속한 상태는 아직 기어에 체인이 안걸린 겁니다. 그 때 사선에 지렛대처럼 힘이 걸리면서 페달을 밟으면 체인홈이 쑥 빠져 버리는거죠. 자전거 변속은 기어가 돌아갈 때 해야 합니다. 늘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실수를 합니다. 고단기어에서 운행하다가 완전히 정지한 후에 다시 출발할 때는 정지전에 저단 변속이 끝나야 하고, 실수로 변속을 못했을 땐 힘들어도 아예 고단으로 출발하는 편이 체인이 터지는 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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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없이 다시 못끼울 뿐더러, 기술도 없습니다. 약속장소에 도착했으니 일단 주차장에 주차해놓고 약속 끝난 후에 끌고 자전거포를 찾아야 합니다. 구글맵을 켜니 전부 3-4킬로 입니다. 방콕이 지금 아무리 시원해도 태국 땡볕에 자전거를 끌고 3-4킬로는 가까운 거리가 아닙니다. 한국에 계신 @himapan님께 도움을 청합니다. 역시 3킬로 거리에 있는 저도 가본 적 있는 제법 큰 매장을 알려줍니다. 거의 1시간 가까이 걸려 찾아갔지만, 오늘은 어머니를 위한 날이죠. 자전거를 위한 날이 아닙니다. 당연히 문을 닫았습니다. 다시 구글 검색... 답이 없습니다. 현장에서 무작정 로컬샵을 찾는 수 밖에 없습니다.

태국인들에게는 길을 물어보면 거꾸로 가르쳐준다는 속담이 있죠. 하지만 그 중에 길을 가장 잘아는건 해당구역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랍짱(오토바이택시)님들입니다. 오늘 길만 한 5번 정도 물어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이거나 불확실한 답들 뿐입니다. 큰길에서는 자전거 포를 본적이 없기에 있을 법한 골목이란 골목은 다 헤맸습니다. 거의 10여키로는 걸었던 것 같습니다.

태국인은 걷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더우니까요. 그래서 택시도, 버스도, 랍짱도 쌉니다. 그래서 인도도 엉망이죠. 걷지 않으니 인도에 신경쓸 필요가 없겠죠. 도로로 도로로... 문제가 뭐냐면... 어디있는지 알 수 없는 자전거포를 찾는다는게 너무 힘들었던거죠. 집은 약 10여키로 더 떨어져 있죠, 자전거포가 없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으로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그러다 그러다... 결국 정말 구멍가게 같은 자전거 포를 찾았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음료수와 과자를 파는 진짜 구멍가게였습니다. 근데 잘 보이게 간판이 붙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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ซ่อม จักรยาน "자. 전. 거. 수. 리."

[쏨 짜까얀]

"빰빰빰빰빰빰빰빰빠밤~" 살.았.다.

아 정말 눈물이 날뻔 했습니다. 뿔테 안경을 쓴 범생이 같은 아저씨가 나와서 별로 익숙치 않은 손길이지만 뚝딱뚝딱 고쳐줍니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제게도 익숙한 체인 수리도구를 들고 나왔습니다. 길거리에서 5분만에 수리를 짠~ 끝냅니다. 30밧. 약 1200원. 고마운데 뭐 돈을 더 줄수는 없고... 그냥 제가 좋아하는 두유 5병을 구매했습니다.

체인하나의 역할이 엄청나군요. 앞으로 자전거 타시는 분들은 동선에 자전거 포 미리미리 챙겨두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기어 변속 유념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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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방콕에서 @soosoo였습니다.


여행지 정보
● Terminal 21, Soi Sukhumvit 19, Khlong Toei Nuea, Watthana, Bangkok, Thailand



[태국라이프] 열아홉. 잘먹고 고생한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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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 엄머니데이 대체 휴일이지요!! 제가 알려드린 자잔거집이 오늘 노는 날이군요. 자전거 덕분에 포스팅 하나 하셨으니 좋네요.

@himapan님 덕에 포스팅은 했는데... (물론 일부만 조력) 고생은 진짜 제대로 했습니당.

그 정도로 고생은 아니라고 봅니다만 말입니다.. With me! Without me!

무엇이 @soosoo님과 @himapan님이 부부이거나 최소한 연인 사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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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ㄷㅋㄷㅋㄷ 맞춰보세용~~~~

부녀 사인가요?
@himapan님이 댓글에 존댓말을 쓰신 것을 보면 아닌 것 같기는 하네요.

아하. @soosoo가 여자라고 생각하시는군요. 저는 일단 남자입니다^^ 꽃다운 청년이죠.

맞추실 수 있을까요?

못 맞히겠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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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한 20년 가까운 차이가 있으니 한국에선 좀 낯설지만, @himapan님은 저를 친구로 대해주십니다. 저도 @himapan님을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아빠처럼 행동하시긴 합니다만^^ 제겐 때론 형님같기도, 삼촌같기도 한 분이죠.

알았어요.
예전에 남아공 출신 외국인 Chris Smeda가 친구는 나이와 상관이 없다고 할 때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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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집니다. 짠짜잔~~~

Kub Kao, Kub Pla 기억하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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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하게 고생하셨네요 ^^

더운데 엄청 고생하셨겠네요.

히마판님으부터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저어기 등번호 4번이 수수님입니까?
고생하셨어요. ㅎㅎ

등번호 4번은 오토바이 택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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