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 마운트 라비니아 호텔, 스리랑카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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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콜롬보, 마운트 라비니아. 식민지 시절 영국총독의 관저에서 호텔로 바뀌었다는 마운트 라비니아 호텔은 그래서 양식도 스리랑카 건축+식민지 영국식 건축의 혼합이다. 옛날 사람들이라면, 혹은 근대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흥미를 느낄만 한, 현대가 아니라 근대풍. 영화 제목 ‘콰이강의 다리’는 비록 태국에 있지만, 다른 로케이션을 선택했던 영화는 병원씬에서 이 호텔이 나온다고 하는데, 어릴 때 어른들이 칭친하던 영화는 그 때 지루하게 봤던 기억 때문에 영화라면 제법 챙겨보는 편이지만 아직 보류상태라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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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지의 느낌이 물씬 난다. 석양과 일출 그리고 곳 특유의 바람과 큰 파도, 거기에 달까지 어울려 운치는 말할 것도 없다. 다만 그렇게 쉬지 않고 부는 센바람에도 바람속에 엄청 포함된 바닷습기 덕에 널어놓은 빨래는 마치 날아갈 것 처럼 펄력였지만 반나절이 지난 후에도 젖은 그대로였다. 심지어 아침에 식당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까마귀 한마리가 두 차례 똥을 싸는 바람에 함께간 동료들은 옷이 썩는다고 버려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어댔지만 깨끗이 빨아서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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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월드클래스로 파워풀한 중증 코골이 때문에 3박 동안 함께 방을 쓰는 동안 첫날 너무 고생시킨 동료들을 위해 나머지 이틀은 밤에 슬쩍 빠져나와 호텔을 헤메고 다녔지만 피곤한 상태라 여기저기서 꾸벅꾸벅 졸다보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뭘하고 있는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좀비들의 정신상태가 어떤 건지 대충 알 듯 하다. 동료 중 한 명은 내게 앞으로 출장올 땐, 돈을 좀 많이 버는 사람이 되어 왠만하면 방하나를 따로 잡으라고 미운 조언을 한다. 원래 팩트폭격이 무서운 법. 나는 밤새 잠못이룬 깔깔한 혀를 굴리고 눈만 반복해서 껌뻑일 뿐 유구무언. 할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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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조식을 먹으러 옥상에 올라갔다. 수영장과 고풍스런 식당이 한 장소에 위치한다. 이른 아침 5시 50분. 투숙객들 중 가장 먼저 올라간 우리는 냄비에 불을 붙이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계란 후라이 하나를 주문하며 한쪽만 익히는 표현을 single side말고 sunny side란 표현이 있다는 걸 배웠다.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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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아 있으니 새총을 들고 까마귀를 쫓는 전담반 때문에 즐거웠다. 얼마나 매일 아침 사냥을 했던지 똑똑한 까마귀들은 새총 고무줄 휘는 소리만 듣고도 멀리 도망갔다. 개중에 좀 멍청해 보이는 까마귀들은 기어이 한 대 얻어 맞고 나서야 추락하듯 도망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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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4시의 달빛은 괜히 센치하게 나를 만들었다. 가을에 남자가 센치해지는 건 대개 자연스럽지만 별로 반길만 한 건 아니다. 괜히 문학소년이 되어 일은 않고 시인이 되겠다고 덤비기라도 하면… 물론 스티미언들에겐 스팀잇이 있으니 시를 써도 좋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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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머큐리처럼 사랑하는 여인에게 세레나데 하나 바치고 나서야 자기가 양성애자인 걸 알게 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하고 많은 이성애자 보단 동성애자가 되면 친구는 더 많아지고 양성애자가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을텐데 여혐 남혐도 필요없을테고. 가장 사랑하기 피곤한게 숫자도 가장 많은 이성애자다. 스트레이트란게 가끔은 많은쪽에 속한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좀 비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성애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별로 상관은 없는 것 같지만, 내가 페미니스트다라고 하니 남자동료는 남자가 패미니스트가 뭐냐고 핀잔하고, 여자동료는 버럭 화를 낸다. 여자가 페미니스트라는게 더 이상하지 않냐고 반문은 던졌지만 그 XX들은 나한테 왜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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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 사진꼴좀 보소…

밤, 수영장과 식당이 함께 있는 곳에서의 연주는 연주곡 때문만이 아니라 풀장에 비친 밤 때문에 볼 만하다. 다만 뽀야데이(불교행사), 크리스마스 두 날은 술을 팔지 않는다. 하필이면 우리가 묵은 날이 뽀야데이, 깝깝하다. 우리들의 백도어, 동네수퍼 찬스를 통해 살려했지만 결국실패, 술없는 밤은 맨숭맨숭, 죽어라 1년 내내 두어 병 마실까말까한 콜라만 몇 병을 마신덕에 살만 더 찐 것 같다. 무알콜 맥주가 있어 반가워서 시도했지만 그마저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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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 바다가 그 바다라 드러난 차이점은 느낄 수 없지만, 그래도 인도양의 해변에 발을 담궈봤다는 것만으로 공통 버킷리스트 하나는 떠밀려 해결한 셈이다. 마운트 라비니아. 함께 간 선생님들이 숙박비를 모아주신 덕에 공짜로 묵게 되어 얼마나 비싼지는 모르겠지만, 콜롬보를 간다면 해안가에 있는 마운트 라비니아, 추천드린다.


여행지 정보
● Mount Lavinia Hotel, Hotel Road, Dehiwala-Mount Lavinia, Sri Lanka

관련 링크
https://www.mountlaviniahotel.com


[여행] #1 마운트 라비니아 호텔, 스리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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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trips.teem입니다. @soosoo님!! 2018년 트립스팀과 함께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2019년도에도 트림스팀과 꼭 함께해주세요~ㅋ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트립스팀이 올해 마지막 최고 써드파티였습니다. 트립스팀 감사합니다.

@soosoo 님, 2018년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9년에도 스팀잇에서 더 열심히 소통하겠습니다.
Happy New Year

@parisfoodhunter님^^ 저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해외생활 힘드실텐데 새해도 화이팅입니다.

넵,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야자수 사이로 달빛.... 예술입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길...... ㅎㅎ

@dozam님 감사드립니다^^ 새해도 함께 스팀잇 오래오래 하시죠~

그러믄요.... 한번 익힌 길을 오래가는 습성이 있어요. ㅋㅎ

아 그건 너무 반가운 말씀이군용^^ 기분이 좋아집니당

스리랑카 여행기 드디어 올라 왔네요.글과 사진에 정성이 넘칩니다. 새해 재미있는 일 많이 만드시기 바랍니다.

@himapan님 감사합니다^^ 헤헷~ 히마판님도 멋진 새해 시작하셔욥~

이미 시작 하였지 말입니당~~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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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클래스로 파워풀한 중증 코골이 ㅠㅠ
둘째날부타 밖을 어슬렁 거리셧다니 마음이 짠~한게 너무 별로에요 ㅠㅠ 차라리 귀마개를 룸메이트에게 주심이 더 낫지 않을까요? 코콜이 때문에 룸메이트가 방에 못 들어오고 헤맨다면... 전 제가 못 자는거 보다 더 불편할꺼 같은데;;; 게다가 이틀이나

ㅋㅋㅋ 저는 익숙합니다. 국내 출장가면 차에서 많이 자는데 사실 제 코골이는 귀마개가 무효수준이라... 닫아둔 문이 흔들리다가 슬그머니 열린다더군요... 어떨 땐 손잡이도 떨어진대요... 창문 깨진적도 있습니다... ㅋㄷ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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