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야간 라이딩(유부의 자유시간~!)

in #tripsteem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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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가 장모님과 아가를 데리고 호캉스를 떠났습니다!!

백만년만의 자유시간이죠. 아..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온전한 자유시간인 것입니다. 무슨 뻘짓을 하든 아무도 신경을 안 쓰죠! 싱글이신 분들은 공감이 잘 안 되실 것이고.. 스팀잇 유부남들 소리 질러~!

예. 너무 오랜만의 혼자인 밤이라 제가 미쳤나 봅니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 저녁에 뭘할지 설레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궁리를 했습니다. 싱글일 때 헬스장 가는 것 빼면 세 가지 취미가 있었죠. 하나는 등산, 하나는 라이딩, 다른 하나는 밴드였습니다. 앞에 두 가지는 낮에만 하지 않죠. 저녁에도 합니다. 퇴근 후에도 청계산이나 광교산에 혼자 헤드랜턴 쓰고 가던 게 엊그제 같네요.

라이딩보다 등산을 더 좋아하는지라 야간 산행을 갈까하다가 라이딩으로 선회했습니다. 등산은 내일 장인어른과 하거든요. 그렇다면 혼자인 시간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야간 라이딩을 해야겠죠! 책읽기, 맥주 마시며 미드보기, 영화관 가기(애기 맡길 데가 없으니 1년 넘게 못 감), 못 보던 베프 만나기 등 여러 옵션이 있었으나 라이딩에 밀렸습니다.

제 엉덩이는 소중하니 간만에 패드쫄쫄이를 입고, 이맘 때 야라는 추우니 솜털 박힌 두툼한 상의를 입습니다.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클릿슈즈도 신을까 하다가 너무 오랜만에 타는 거라 위험할 것 같아서 운동화를 신습니다. 후미등과 전조등도 꺼냅니다. 하도 안 썼더니 어디 박혀있는지 당췌 찾을 수가 없어서 좀 시간이 걸렸습니다.

준비를 완료하고 잽싸게 지하철로 이동합니다. 평일에도 자장구를 지하철 제일 앞칸 or 뒷칸에 싣는 것이 가능합니다(단 9호선이나 공항철도 등은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구일에서 안양천 합수부까지 가서 거기서 우회전하여 반포 미니스탑까지 갈 생각입니다. 반미라고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자덕들의 성지죠. 자덕들 모여서 라면 끓여먹고 수다도 터는 그런 곳입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바와 같이 구일역에 도착하여 안양천으로 내려옵니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는데도 몸이 가볍습니다. 가장의 짐과 호랑이 같은 와이프의 잔소리를 잠시나마 털어버렸기 때문 아닐지요. ㅎ


목동의 모습입니다. 갈대와 불빛의 어우러짐이 멋있어서 찍었는데 초점이..ㅜ


같은 하늘 아래 다른 세상이 보입니다.


안양천 합수부 도착했습니다. 안양천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야간에 이쪽에 온 것은 처음인데 야경이 멋있어서 벤치에 앉아서 한참 봤습니다.


합수부에서 여의도 방면으로 가다 보면 성산대교가 나옵니다. 이쁘죠? 서울 촌놈이라 다른 나라는 얼마 못 가봤지만 아마 한강 야경은 월드클라스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멋있어서 한 장 더 박아봅니다.


자전거로 안양천 합수부에서 여의도는 금방입니다. 뻥 좀 보태서 눈 한 번 깜빡 하면 닿습니다. 저 멀리 월급루팡들의 성지가 보입니다. 열심히 일하는 국회의원은 정말 극소수 아닐지..

마포대교 부근까지 갔을 때 너무 추워서 더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장구 탈 때는 늘 갔던 거리만큼 되돌아 와야 한다는 것을 계산하게 됩니다. 불혹이 얼마 안 남았으니 몸을 사리는 게 좋습니다. 남자가 칼을 뽑았는데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외치는 악마의 소리에 1초쯤 고민하다가 핸들을 돌립니다.


날이 시원해서 여름에 자전거 탈 때보다 확실히 체력소모가 적고 강바람 맞으며 쾌적하게 라이딩했지만, 추위 때문에 허기가 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애용하는 편의점에 들러 새우탕 한 사발 들이킵니다. 추운데도 사람이 많습니다. 사실 한강에서 라면 먹으려고 자전거 끌고 나왔습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성산대교 반대편에서 본 모습입니다. 비싸 보이는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 사진 찍는 분이 한강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제2성산대교라고도 불리우는 월드컵대교의 모습입니다. 밤에 보니 무슨 거대한 설치미술 같네요.


안양천합수부에서 다시 구일역 쪽으로 내려옵니다.


물에 비친 모습도 한 번 찍어보고


언제 또 야라를 하나 싶어 아쉬운 마음에 합수부 쪽을 바라보며 한 방 더 찍어봅니다.

오다가 전조등이 꺼져서 조심조심 운전하여 고척돔까지 내려옵니다. 야간 라이딩 시 전조증과 후미등 없이 달리는 용자가 많은데, 정말 위험합니다. 다른 사람의 안전도 생각해 주세요~ (오늘은 제가 용자..;)


고척돔입니다. 근처 살면서도 야구 한 번 못 봤네요. 작년에 메탈리카 내한왔을 때 갔던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오늘은 샘 스미스가 공연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뭔가 공연 소리가 들리는데 누군지 몰라서 검색해서 알았습니다.


꽃이 예쁘게 피어 있어서 근접 촬영을 시도해 봤는데 역시나 초점이.. 사진도 공부가 필요한데 그냥 발로 막 찍고 다닙니다.


오늘 저와 함께 한 아이입니다. 2014년 9월생이구요. 삼천리 계열 브랜드 자장구인데 자장구 암것도 모를 때 인터넷으로 60인가 주고 샀죠.(로드는 인터넷으로 사는 게 아닙니다..)

저와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달렸고, 동해안도 한 200km 정도 달렸습니다. 제주도도 한 바퀴 돌았죠. 잔고장도 별로 없이 이곳저곳 저와 함께 여행하던 아이인데 지금은 성당 갈 때만 탑니다. 미안하다 친구.. ㅜ


오늘 라이딩 루트입니다. 중간에 폰이 꺼졌는데 대략 28-9km 정도 달렸네요. 이상 와이프 없어서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유부남이었습니다. 전 그래도 솔로 때보다 결혼 이후가 더 행복하답니다. 마누라 보고 싶네요..ㅋ




한강 야간 라이딩(유부의 자유시간~!)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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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tsguide 입니다. @slowdive14님 첫글 등록이시군요~ 여유있는 혼자만의 저녁 선선한 바람이 부는 라이딩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인천합수부가 야간에 예쁘다던데 이렇게 사진으로는 처음보았습니다. 좋은 여행기 감사합니다^^ 앞으로 트립스팀에서 여행기 활동 보여주세요 :D

예 종종 여행기 올리겠습니다. 응원합니다~

당산 쪽에서 일을 했어서 그런지 너무나 낯익은 풍경이었습니다 ㅎㅎ
성산대교 사진 일품입니다!! 진짜 사진 잘 찍으세요!!

ㅎㅎ 야경 멋있죠? 카메라빨입니다. ㅎ

글에서 느껴지는 이 설레임은 뭐죠 ㅋ

새로 사귄 여친 만나러 가는 느낌? ㅎㅎ

훌륭한 마무리 입니다 ㅎㅎㅎ

마무리가 좋아야죠 (쿨럭...)

간만에..자유(?) 공감하면서 이러면 안되지..복잡하면서도..
님께서 자유로움을 마음껏 느끼시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납니다.

웃음을 드렸다니 기쁩니다 ㅋ 리움펜션은 제 메모장에 저장해 놓았습니다. 거제도에 가족과 함께 놀러 가게 된다면 1박 해보고 싶네요.

야경 너무 멋지네요
자전거 라이딩 사진들이 많아서 저도 자전거 하나 사고 싶네요.
라이딩 하며 주변 풍경을 보면 기분이 좋나요 ?

로드뽕이라고 하는데, 대체로 자전거 사면 뽕을 맞게 되죠. 기분 좋은 것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지르세요. 시간적 여유만 되신다면 충분히 값어치를 할 거예요.

야간라이딩 사진 보기 좋네요 ㅎㅎ 유부의 자유시간이라....이런거보면 최대한 미혼을 즐겨야하는건가 싶네요 ㅎㅎ

맞습니다. 원없이 즐기세요. 결혼하면 얄짤 없습니다

ㅋㅋㅋㅋㅋ글에서 기쁨이 마구 묻어나는군요! 글 마지막에 마무리까지 완벽합니다

스팀잇에 올렸던 글 중 가장 발랄한 글 되겠습니다. ㅎ

우리나라 사진 맞습니까 ㅋㅋ 너무 멋집니다. 즐거운 자유를 누리셨네요 ㅎㅎ

언제 다시 이런 시간이 올까요 괜히 슬퍼집니다 ㅜ

글을 재미있게 쓰셨네요...ㅎㅎ누구보다 행복했던 여행기(?) 같아요

집에서 씻고 맥주 먹으면서 이 글 썼는데, 글 쓰면서 행복했던 시간을 복기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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