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스토리 공모] 프로방스 예찬-미스트랄 이야기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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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블로그에 비공개로 올려져 있는 글인데 트립스토리 공모에 참가해봅니다 ^^
여행 다녀온 직후 여행기 비슷하게 기록해 두었던건 프로방스 여행기가 유일한데 그만큼 저에게 의미있는 여행이었고 다시 읽어보니 당시의 기억이 새록 새록 떠오르는게 앞으론 여행 다녀오면 짧게라도 기록해두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피터메일의 나의 프로방스에 미스트랄(Mistral)은 프랑스의 론강을 따라 리옹만으로 부는 강한 북풍이라고 나와있다. 또한 성스러운 바람 이라는 뜻이란다.

대책없이 속물스러운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프로방스, 그 이름마저도 얼마나 프로방살(provençal) 스러운가;;
특히 여성여행자들이 프로방스를 많이 찾는 이유는 그 이름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provençal [pʀɔvɑ̃sal]
1.프로방스(Provence:남프랑스의 지방)의,프로방스어의
2.프로방스 (출신의) 사람
3.프로방스어,오크어

source

365일중 300일 날씨가 맑다는 프로방스, 이곳 사람들은 비를 개인적 모독으로 생각할 정도라니 날씨에 대해 더 이상 얘기해 무엇하리

하지만 겨울엔 미스트랄(Mistral) 때문에 나무가 뿌리째 뽑히기도 하고,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농가의 지붕과 창문, 그리고 전봇대와 자동차를 우습게 날려버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프랑스 남부에서 흔히 보이는 덧창은 미스트랄에 유리창이 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며, 고흐의 그림에서 보았던 그리고 프로방스에서 내가 보고 싶었던 것 중 한가지인 사이프러스 나무 또한 미스트랄로부터 농가를 지키기 위해 울타리처럼 일렬로 심기도 하며, 혹독한 미스트랄 때문에 갇혀 지내는 겨울철 두 달 동안 프로방스 지역의 자살률이 올라갈 정도라고 한다.

아비뇽 TGV역의 나무 울타리 / 생레미 드 프로방스에서 만난 고흐의 밀밭과 사이프러스 나무)

나는 프로방스 라는 이름처럼 미스트랄 또한 사람을 자살로까지 몰고 가는 잔인한 바람의 이름치곤 너무도 프로방살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작 내가 그 바람 때문에 고생하기 전까지는

물론 겨울철에 프로방스 지방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 비해 내가 6월에 잠깐 강한 바람을 만난 일은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말이다

맨 처음 그 바람을 만난 곳은 니스에서의 관광을 마치고 내 기대 속의 프로방스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아를에 도착한 다음날이었다.

사실 프로방스는 크게 보면 프랑스 남동부의 니스를 중심으로 코트다쥐르 (Côte d’Azur)지방도 포함하지만 개인적으론 왠지 아를, 아비뇽을 중심으로 한 루베롱 산맥과 그 주변 지역이야말로 진정한 프로방스 처럼 생각되어진다. 아마 알퐁스 도데의 소설에 나오는 바로 그 루베롱 산맥이기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비뇽에 비해 정비가 덜 된 것처럼 보였던 아를의 반 포장 도로에서 갑자기 불어온 강한 바람에 큰 흙덩이가 눈에 들어가 통증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눈물 범벅이 되어 걷다가 손으로 몇차례 부비고 겨우 눈을 떴더니 일회용 렌즈가 빠져버려 아예 다른 한쪽도 빼버리고, 역 대합실에서 빨랫감이 뒤죽박죽 섞여있는 캐리어를 뒤적여 안경을 찾아 써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라벤더 꽃 구경간다고 동대문 표 프로방스 스타일 꽃치마를 입고 나와 투어 출발 전 잠깐 성베네제 다리에 올랐다가, 어린아이는 쉽게 날려버릴 것만 같은 매서운 강바람에 뒤집어져 버린 치마만 부여잡고 있다가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정상적인(?)사진 한 장 못찍고 내려오질 않나

여행계획의 하이라이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고흐드(Gordes)
그 유명한 중세마을 고흐드에서도 바람때문에 한 손으론 뒤집어지는 치마자락 부여잡고 다른 한 손으론 날아가는 모자 눌러 잡다가 , 결국 모자는 벗어서 손에 들고 모자에 눌렸던 정리 안된 머리카락은 사방으로 날아다니며 얼굴을 어찌나 때려대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고 급기야 머리까지 지끈거려 구경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현지인 투어 가이드조차

미스트랄은 우리를 크레이지 하게 해

라며 투덜댔을 정도였는데 그 크레이지는 정말 문자 그대로의 crazy 였나 보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미스트랄은 나름 낭만적이었다

프로방스에 왔으니 나중에 기미, 주근깨로 고생할지언정 이 순간만큼은 햇볕과 바람을 피하지는 않으리

이런 대책 없는 생각을 하면서

그러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레보 드 프로방스(Les Baux-de-Provence)에선 드디어 나까지 미칠 지경으로 몰고 간 강한 바람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동행했던 친구가 전날 먼저 귀국해서 기분도 좀 쳐져 있었고 여행 끝 무렵이라 지쳤는지 살짝 몸살기운까지 있었는데 바람까지 어찌나 세게 불어대는지,

평소 같았으면 좋아죽었을 경치--황량하기 그지없는 바위산에 굴러다니는 무너진 성벽의 돌덩이들, 그 틈에 자라는 붉은 개양귀비며 이름 모를 들꽃들, 산 아래로 멀리 보이는 포도밭, 올리브나무 밭-- 가 눈에 전혀 들어오지도 않고 어서 이 바람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해지는 것이었다.

중세마을 고흐드, 개양귀비, 들꽃

버스가 자주 있질 않아 어렵사리 일정을 조절해 그나마 차가 자주 있는 토요일까지 기다렸다 방문한 레보 였는데

언제 여길 다시 오겠어 힘들어도 볼 건 다 보자!

이런 생각은 눈곱만큼도 들지 않고, 아쉽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적어도 그 순간엔, 지금은 물론 아쉽다) 그저 바람을 피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로 도착한지 1시간만에 거의 달려 다니다시피 성이며 그 와중에 쵸콜릿 가게까지 둘러보고 버스 정류장으로 발길을 돌려버렸다.

선진국 답지 않게 버스 스케쥴을 멋대로 펑크내버린 기사 때문에 그날 결국 버스를 못타고 택시를 타고 레보를 떠나게 되었다. 다음에 쓸 기회가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날 버스를 못 탄 경험과 또 몇 번의 버스 및 기차 사건 때문에 교통편 노이로제에 걸리다시피 하여 안타깝게도 프로방스여행의 감동이 약간 줄어버렸다

순박한 프로방스 사람들, 미스트랄때문에 두 달만 고생하는 줄 알았더니 강도만 약하다 뿐 어찌보면 일년 내내 지겹게 불어대는 바람과 같이 생활해야 한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황경신(프로방스 여행기의 저자)의 표현을 빌자면

서쪽의 론강과 남쪽의 지중해, 북쪽의 올리브 숲, 동쪽의 알프스 산맥으로 둘러싸인 프로방스!!

그야말로 신의 축복을 독차지한 프로방스 사람들!!! 그래 이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을 가졌으니 이깟(?) 미스트랄 쯤이야..
하는 얄궂은 생각이 들었더랬다.

엑상프로방스, 생 레미, 루시옹의 덧창들

혹 이글을 읽고 프로방스에 대해 실망하지 않길 바란다.
이 모든 일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프로방스가 너무너무너무 좋다. 사이프러스, 덧창, 개양비귀, 라벤더, 아를의 론강과 고흐의 노란 카페도 생레미의 흙길도 올리브 밭도 다 좋다.
한때 프로방스에서 6개월만이라도 살아보는게 꿈이었는데 그건 그야말로 꿈일 뿐! 다만 다시 그곳으로 조금은 긴 여행을 갈 수 있게 되길..


여행지 정보
● Arles, 프랑스
● Gordes, 프랑스
● Aix-en-Provence, 프랑스
● Saint-Rémy-de-Provence, 프랑스
● Roussillon, 프랑스
● Avignon, 프랑스
● Les Baux-de-Provence, 프랑스
● Luberon, Ménerbes, 프랑스



[트립스토리 공모] 프로방스 예찬-미스트랄 이야기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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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a화이팅!!

jcar토큰 7월 구독 보팅입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편안한 주말 되세요!

참 멋진 곳이네요..!! 진짜 가고 싶게 만드는 사진입니다 ㅎㅎ

ㅎㅎ 감사합니다~
편안한 휴일 되세요~ ^^

프로방스 하면 국어교과서의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 생각나 친근하면서도 일제 강점기의 일본어 교육을 받은 기억때문에 동질감의 아픔을느꼈었죠

아..요즘의 일본과의 상황에 더더욱 당시의 생각이 나시기도 하겠어요 ㅠㅠ;

꿈은 이루어집니다..

tmt가 잘되길 바래야겠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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