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추억하다 #7-2. [일본] 구마모토. 그곳에서 만난 친절한 사람들.

in #trip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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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모토. 그곳은 이상하게도 익숙하게 느껴지는 도시였다. 어쩌면 내가 학창시절을 보냈던 도시와 비슷한 모습이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구마모토 성

구마모토에 도착해서 호텔에 짐을 푼 후 처음으로 향한 곳은 구마모토 성이었다. 그런데 구마모토 성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도시락을 손에 든 사람들이 많아졌다. 아무래도 봄 소풍을 가는 것 같아 우리도 잽싸게 근처 마트에서 도시락과 음료를 샀고, 그렇게 우리도 그 무리에 합류했다.


벚꽃 소풍을 나온 사람들



맛있는 도시락! 특히 차조기 잎과 우메보시 들어간 주먹밥은 정말 내 취향이었다.



다이죠부데스까?

마침 우리가 갔던 그때가 벚꽃이 만개한 즈음이어서인지, 구마모토 성에서는 이런저런 행사도 벌어졌다. 그래서 이렇게 인형 탈을 쓴 스태프들도 있었는데, 순간 이 노란색 인형탈을 쓴 사람이 휘청했다. 다른 직원이 달려와서 둥근 인형탈을 잡고 "다이죠부데스까?"라고 묻는 물음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스이젠지 공원


스이젠지 공원



무엇을 배우는걸까?



신사



오미쿠지

스이젠지 공원은 일본 느낌이 물씬 나는 공원으로 한적하게 산책하기 좋았다. 게다가 신사에서 영어로 된 오미쿠지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서 남편과 하나씩 뽑아봤다. 아마도 '吉' 정도가 나왔던 것 같은데 어차피 11년 전 일이다.


고쿠테이 라멘


고쿠테이 라멘

이날 점심은 친구가 추천했던 고쿠테이 라멘으로 갔다. 아직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 친구의 블로그에 적힌 대로 근처 역에서 내린 후 써놓은 대로 따라 걸었던 기억이다. 이 간판을 찾았을 땐 어찌나 기쁘던지!


지금은 고기 알레르기가 생겨서 못 먹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규슈 지방의 돈코쯔 라멘을 즐겨 먹었다. 이곳의 돈코쯔 라멘은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옆 좌석에서 우리를 지켜보시던 일본 노부부께서 후춧가루를 뿌려 먹어야 훨씬 맛있다고 바디 랭귀지로 열심히 설명해주셨던 일 때문에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이자카야

저녁은 일본에 온 기념으로 이자카야에서 먹기로 했다. 혹시나 음식 값이 너무 비싸진 않을까 걱정하면서 시내를 두리번거리던 중 발견한 만만한 가격의 메뉴판. 어떤 음식을 파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종업원이 들고 온 메뉴를 보며, 우리에게는 메뉴판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일단 "사케 구다사이"라고 해봤는데, "소주?"라고 묻길래 그건 아닌 것 같아 고민하다가 "도쿠리"라고 대답했다. 알고 보니 사케는 청주가 아닌 술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그리고 뭔가 일본어로 더 묻길래 왠지 차가운 것과 뜨거운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서 "핫"이라고 했더니 못 알아듣는 종업원. 한참을 얘기하고서야 "호뜨! 호뜨!"라고 하며 주문을 받았다.


안주를 주문해야 하는데 역시 아는 게 없었던 나는 일단 "오코노미야키"를 말해보았다. 다행히 오코노미야키가 있었는데, 그 이후에 이어서 일본어로 더 말을 해서 난감해졌다.

한국에서처럼 해물 오코노미야키와 김치 오코노미야키 이런 식으로 구분이 되는 건가라는 생각에 "시푸드"라고 해보았는데, 갑자기 "사시미?"라고 하는 종업원. 사시미는 너무 비쌀 것 같아서 급하게 아니라고 한 후 눈치를 보니 오코노미야키 주문 후에 나온 말은 우리가 두 명이므로 안주도 두 개 시켜야 한다는 내용인 것 같았다.

결국 손으로 메뉴를 가리키고 종업원을 가리키며 추천해달라는 뜻을 내비쳤는데 다행스럽게 그 손짓이 통했다. 그 종업원은 우리에게 "야키토리?"라고 했고, 그게 뭔지 몰라서 주저했더니 그는 "조또마떼"라고 하며 주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꼬치에 끼워진 삼겹살과 함께 나타났다. 아! 꼬치구이였구나!



고생한 종업원과의 기념사진


트램

술을 마신 후 숙소로 갈 예정이었는데, 우리는 시내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에 가고서야 중간에 트램을 잘못 갈아탔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어딘가에서 내려 다시 돌아가는 길에 트램에 있던 다른 손님께 도움을 요청했는데 다행히 그분은 영어를 할 줄 아셨고, 트램 운전기사분께 자초지종을 설명하셨다. 그리고 우리가 갈아타야 될 역에 도착하자 트램 기사분께서 함께 내리신 후 우리가 서있어야 할 곳까지 안내해주셨다.


그런데 왠지 표지판만 보면 꼭 다른 데 서있어야 할 것 같아서 살짝 자리를 옮겼던 우리는 다른 방향에서 역으로 다가오는 트램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가 신경 쓰였던 그 트램 기사분께서 그다음 역에서 다른 트램 기사분과 트램을 바꿔 탄 것이었다. 결국 그분은 또 트램에서 내려 원래 있었던 자리로 우리를 보낸 다음에야 떠나셨다.


수퍼 호텔 구마모토

수퍼 호텔 구마모토는 고급 호텔은 아니었지만, 작지만 따뜻한 온천욕장과 친절한 종업원들에 대한 기억으로 가득하다.


따라 그린 한국어는 너무나 귀여웠다.


다음 날 아침, 조식을 먹을 때였다.

남편이 의기양양하게 "내가 토스트 구워줄게~"라고 하고는 한참 아침을 먹는데 전자레인지처럼 생긴 그 토스트기에서 갑자기 타는 냄새와 함께 연기가 올라왔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남편과 종업원이 그곳에 가서 발견한 것은 마치 숯처럼 변해버린 빵이었다. 남편은 연신 사과하고, 종업원들은 연신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영 못 미더웠는지 다른 기계에서 맛있는 토스트를 구워다 주셨다. 어찌나 감사하던지.

그 고마웠던 분들이 지금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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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정보
● Kumamoto Castle, 1-1 Honmaru, Chuo Ward, Kumamoto, Japan
● Japan, Kumamoto, Chuo Ward, 스이젠지 고엔
● Japan, Kumamoto, Nishi Ward, Nihongi, 2 Chome−1−23 고쿠테이 라멘
● Japan, Kumamoto, 구마모토시 Chuo Ward, Uoyamachi, 1 Chome−30−1 수퍼 호텔 로하스 구마모토 내추럴 핫 스프링스



여행을 추억하다 #7-2. [일본] 구마모토. 그곳에서 만난 친절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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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뜨! 호뜨! ㅋㅋㅋㅋ

ㅋㅋㅋ 귀엽죠

써니님 여행글을 읽다 보면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예요.
여행기를 참 잘 쓰셔서 그런가 봐요~^^

앗!! 감사합니다. 저도 미스티님 덕분에 가고싶은 여행지가 늘어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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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행기를 주로 쓰시는 군요.. 글이 참 좋습니다. ^^

감사합니다! 원래는 이런 저런 다른 주제의 글도 썼었는데 요새 괜히 바빠져서 일주일에 한번 여행기 쓰는게 다예요. 반갑습니다!!

이 포스팅을 보니 언젠가 하루키가 쓴 구마모토 여행기가 생각납니다.^^

앗. 어떤 글일지 궁금해요!

구글지도에 찜..했습니다..

오 ㅎㅎ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본 도시락은 정말 잘 나오는 것 같아요.^^

그쵸!!! 심지어 기차에서 파는 도시락도 맛있어요.

우메보시가 뭐에여?? ㅋㅋㅋ
호뜨호뜨 ㅋㅋㅋ 귀여웠을꺼같아요! ㅋㅋㅋ

음.. 일본의 매실 장아찌인데 차조기잎이랑 소금에 절였다가 말렸다가 반복해서 만드는거예요. 매실이라 소화도 잘 되고, 살균 효과도 있는데, 저는 어릴 때부터 먹어와서 좋아하는데...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긴 했어요.

음.. 저 매실 굉장히 좋아합니다 ㅋㅋㅋㅋ 집에 매실 발효액 만든거 한가득이에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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