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립스팀 | 일상여행자 2. 인생의 비

in tripsteem •  14 days ago 

image

살다 보면 맑은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습니다. 비가 내리기도 하고 눈보라가 치기도 합니다. 태풍이 불어 모든 걸 날려버리기도 하고, 폭우가 내려 내 삶의 터전을 삼키기도 합니다. 이런 기우는 내가 원해서도 아니요, 내가 잘못해서도 아닙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집이 잠긴 이유는 내가 그 집에 살아서가 아니라 비가 많이 왔기 때문입니다. 비가 많이 온 이유는 내가 태어나서가 아닙니다. 내가 원하지 않았지만 내게 일어났습니다.

그냥 느리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설마 우리 아이가 자폐겠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태어나는데 확률적으로만 봐도 내게, 우리에게,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생길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힘겹게 시작한 우리였기에 더더욱. 저와 아내는 재혼입니다. 저도 재혼이고 아내도 재혼. 우린 서로 전 배우자에게 큰 상처를 입었고 세상에 버림받아 살다가 만났습니다. 그렇게 서로 의지하며 새출발을 했습니다. 중년이 다 되가는 나이에 새로 시작한 우리는 이제 행복해야 했습니다. 한 번씩 실패했기에 지랄총량의 법칙에 따라 우린 행복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굳게 믿었습니다. 설마, 설마...

아이의 복지카드를 받아든 순간 참았던 눈물이 나왔습니다. 이젠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 설마 우리 아이가, 설마 정말 자폐겠어??? 라며 미루고 미루고 미뤘던 현실. 사실이 아니라고 현실이 아니라고 거짓말이라고 꿈을 꾸고 있는 거라고만 생각했던 현실. 현실은 현실이었습니다. 내게 일어난 일, 우리에게 일어난 일. 이젠 받아들이고 살아나가야 할 일.

사무실 베란다 문을 열고 내리는 비를 찍었습니다. 빗소리가 정겹습니다. 내 마음에 떨어지듯 토독 토도독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내 마음에 눈물이 번져갑니다. 약을 먹어도 우울해서 새로 처방을 받았습니다. 약의 개수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이겨내야 하는데,,, 이겨낼 자신이 아직 없습니다.

어린이집 한 엄마가 자기 약을 보여줍니다. 하루 세 번 먹는 약이 한 봉투에 다섯 알입니다. 그 약을 보며 '내 약도 저만큼 늘어갈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오늘 받은 처방의 제 약도 한 알이 늘었습니다. 이제 저도 한 봉투에 네 알입니다. 의사는 치료되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치료되는 과정에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요즘은 아무 생각도 안 드는 약이 있다면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왜 살아야 하는지,,, 이런 생각도 안 하고 싶어집니다. 그저 열심히 사는 거지 뭐... 라고 하기엔,,, 제가 강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겨내야죠. 울 예쁜 아들을 위해서 이겨내야죠. 아빠니까요.


여행지 정보
●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구로구 구로3동 디지털로26길 에이스하이엔드타워2차



트립스팀 | 일상여행자 2. 인생의 비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image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행복이 있는 산을 올랐는데 그 만큼 더 멀어지는 기분이시겠군요. 동병상련이라고 같은 부모들 모임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인듯 합니다. 힘내시라는 말 밖에 달리 위로할 말을 못찾겠네요.

장애통합반 학부모들과 어울려 놀기는 합니다.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 그리고 위로 고맙습니다.

아.... 힘내세요..............

고마워요~~~ 힘낼게요~~~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시는군요! 약 왠만하면 안먹는게 좋다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도움을 주는 것 같지만 오히려 정신적으로나 건강에 부작용만 더 생기더라구요! 운동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운동할 힘도 없으시겠지만 땀을 흘리고 나면 기분이 훨씬 좋아질거예요! 건강해야죠! 정신은 힘들어도 우리 몸은 신기하게 아무리 힘든 운동을 해도 죽기전까지는 견뎌내고 건강해진답니다! 몸이 건강해지면 정신도 건강해지죠! 절대 약에 의존하지마세요! 그 아이가 살아야할 이유니까요! 사는게 힘들지만 살아가야하기에 왜 살아야하는지 수없이 고민해봤지만 답을 찾을 수 없네요! 그런데 온 인류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저는 살아가야할 이유를 만들었어요! 장애를 가진 두 아이를 위해 그리고 아내를 위해, 제 자신을 위해서! 현재를 약에 맡기지 말고 나로 살아가세요! 그럴 시간이 없더라구요! 미래는 지금 내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여러가지 고민이 많습니다. 약을 안 먹으면 많이 힘들어서요. 아직은 약의 도움을 받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약을 언제까지 먹어야 할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힘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