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의 바다 영남알프스 태극종주

in #tripsteem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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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10월12일) 밤 11시 서울을 떠난 산악회 버스는 토요일(13일) 새벽 3시40분 석골사 입구에 우리 일행을 내려 놓았다.
1킬로 정도 계곡 마을길을 올라가니, 석골폭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우리를 맞는다.
밤하늘엔 별이 총총 빛나고, 산길은 칠흙같은 어둠이다.
50킬로 영남알프스 태극종주 들머리다.

조금 오르면, 억산으로 오르는 등로와 운문산으로 가는 등로의 갈림길이 나온다.
태극종주는 억산을 거쳐 운문산으로 가는 게 풀코스다. 억산은 인적이 드물어, 밤에 등산로를 찾기 어렵다. 길을 헤매다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곧바로 상원암을 거쳐 운문산으로 올랐다.

오전 6시. 운문산 정상에 섰을 땐 날이 밝았지만, 운무 때문에 시야가 트이지 않았다.
아랫재를 거쳐 가지산으로 진행한다. 등로가 결코 만만치 않다.
등로는 석골사입구(해발 200미터 정도)-운문산(1188)-아랫재(해발 700미터 정도)-가지산(1241)으로 연결된다.
짧은 구간에 해발 1000미터를 올랐다가, 500미터를 내려왔다가, 다시 500미터를 올라야 한다. 헥헥, 숨이 찬다.

가지산 능선에 오르자, 운무가 완전히 걷히며 영남알프스의 장쾌한 연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알프스라는 별명을 누가 붙였는지, 너무 잘 어울린다.

능선위에서 보면, 마을들이 녹색 숲으로 둘러쌓여, 알프스에 있는 유럽의 마을처럼 예쁘다. 계속해서 석남터널 위를 통과해 능동산으로 진행한다. 이곳은 배내고개와 연결된다. 지도에서 보듯, 배내고개는 환종주의 들머리다. 산행경험이 부족하면, 태극종주 대신 이곳에서부터 환종주를 하면 된다.

능동산에서 샘물산장을 거쳐 사자봉(천황산)으로 가는 길에 본격적으로 억새가 펼쳐진다. 햇볕에 반짝이는 은색 억새들의 물결이 장관이다.

수미봉(재약산) 정상에 서면, 고사리분교 터 앞쪽으로 백만평이 넘는 억새의 바다 사자평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 그냥 회색으로 보일 뿐, 억새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고사리분교터 앞을 지나 사자평에 본격 진입한다. 말그대로 억새의 바다로 들어간다. 억새 숲을 걸어가면,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가 뺨을 간지럽힌다. 등산객들은 어린애처럼 신이 나 낄낄거리며, 농을 주고 받기도 하면서, 억새의 향연을 마음껏 즐긴다.

사자평에서 오른쪽으로 꺽어 죽전마을로 내려간다. 하산길이 지루하고 가파른 흙길이다.
억새숲에 취해 '나 잡아 봐라'하고 넋놓고 놀지 말고, 날이 어둡기 전에 내려오는 게 좋다. 어두울 때 내려오면 꽤 위험해 보인다.
차도를 따라 숙소인 000유스호스텔에 도착하니 오후 4시20분. 30킬로 정도를 12시간 40분간 걸었다.

샤워하고 쉬는 데, 소식을 들은 고향친구들이 숙소로 찾아왔다. 오랜만에 만난 고향친구들과 파전에 오리구이를 안주로 곁들여 막걸리를 나눠 마시니 꿀맛이다. 반갑고 고맙다. 친구들아.

다음날(14일 일요일) 오전 7시30분 2일차 등산을 시작한다. 청수골을 따라 가파른 산길을 헐떡이며 함박등에 오른다. 사방팔방이 탁 트인 경치가 일품이다. 어제 걸은 영남알프스의 연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관이다.
영축산, 신불산으로 계속 진행한다. 영남알프스를 처음 와 본 나는 이 구간에 완전 반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풍경이 다르겠지만, 몽골 초원같은 드넓은 평원에 억새들이 주변 봉우리들과 어울려 뿜어내는 장쾌함이 단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음주 토요일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올까? 너무 멋지다. 이렇게 멋진 곳을, 서울에서 멀다는 이유로, 왜 한번도 와보지 않았을까? 하루종일 머물고 싶다.

신불산 정상 전망대에서 도시락을 나눠 먹고, 간월산으로 진행한다. 간월재 휴게소 부근은 인산인해다. 억새가 절정인 이때를 놓칠 수 없다며, 전국에서 몰려온 등산객, 나들이객이 휴게소 부근을 가득 메워 형형색색 사람단풍이 됐다.

간월산을 넘어 배내봉을 거쳐 배내고개로 내려와 영남알프스 태극종주를 끝냈다. 오후3시. 18킬로, 7시간30분 정도 걸렸다. 이틀동안 대략 48킬로, 20시간 걸었다. 넘은 산(봉우리)만 9개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장쾌한 녹색 연봉들, 회색인 듯 투명한 듯 반짝이는 억새들..., 정말 오래 간만에 너무 행복했다.

(여행팁)
영남알프스는 태극종주가 가장 멋지게 감상할 수 있는 코스다. 운문산-가지산-능동산까지는 장쾌한 산세를 즐길 수 있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능동산부터 환종주도 괜찮다. 환종주도 33킬로 정도로, 만만치는 않다.

아이들과 함께 억새만 보겠다면, 밀양 얼음골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될 것 같다. 능동산과 사자봉(천황산) 사이 능선에 내려준다(난 안타봤다). 거기서 사자봉까지 평지보다 약간 오르막인 4킬로 정도 등산을 하고, 다시 케이블카로 내려가면 될 것 같다. 사자봉 가는 길에도 억새가 많다.

등산을 조금 할 수 있다면, 신불산과 간월산만 보는 것도 괜찮다. 통도사에서 오를 수도 있고, 신불산 자연휴양림에서도 쉽게 오를 수 있을 것 같다(난 안가봤다).

혹시, 억새가 뭐 볼 거 있나?, 서울(상암 난지공원)에도 많은데(나도 며칠전까지 그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이 가을이 가기 전 영남알프스의 억새바다에 꼭 한번 가보실 것을 권해 드린다. 나는 이번 토요일 또 가고 싶다.


여행지 정보
● 밀양시 산내면 영남 알프스



억새의 바다 영남알프스 태극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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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알프스 정말 멋져요~~ 아쉬운 대로 하늘공원이라도 다녀오고 싶네요

네. 하늘공원은 특히 밤에 가면 더 멋있더라구요.
야경도 보고, 조명에 비친 억새가 이쁘더군요 ^^

사자평 억새는 정말 유명하죠. 저도 몇 번 가본 곳이네요.

멋지더군요 ~

[하루 2번 풀보팅 이벤트#57-1] 당첨 축하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

알프스다녀오셨군요. 다음엔 스위스다녀오세요.ㅋㅋ

ㅋㅋㅋ 스위스 예전에 다녀왔어유 ~

짱짱맨 출석부 함께 응원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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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3회차 보팅남깁니다. 편안한 시간되세요:]

감사합니다 ~

산을 오르시는 분들을 보면 참 대단한 분들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ㅎㅎ
전 30분 올라가면 지치거든요 ㅎㅎㅎ

자꾸 가면 산에 정이 듭니다. 자연스레 등력이 늡니다 ^^

안녕하세요. @trips.teem입니다. 태극 종주를 가장 멋지게 감상할 수 있는 코스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이뻐요!! 가을을 사진속에 완전 잘 담으셨네요!! 앞으로도 좋은 여행지 많이 공유해주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와 등산객들이 어마어마하네요.
산도 엄청 크고 멋지네요~
특히 산에서 보는 산과 하늘은 예술인거 같습니다!

지난 주말 이틀간 특히 날이 좋았습니다.
말씀대로 하늘과 구름이 예술이었어요 ^^

와! 갈대길이 멋지네요. ^^

안가보셨다면, 한번 가보세요. 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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