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를 그리다) 산티아고에서 숙소는 언제나 복불복이다.

in tripsteem •  last month

image

대부분 사람들이 묵는 산아래 마을에 도착했다.
단체 사제팀을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저기 알베르게를 알아보고 있는 것을 보고 우리는 여기서 간단히 요기만 하고 맥주 한잔 마시고 더 걷기로 했다.
절대로 엄청 시끄럽다는 단체팀과는 잘 수 없다.

49A4270B-3753-4CEF-BF67-4BA7A251581E.jpg

간단히 먹으려고 시킨 스파게티가 너무 맛있어서 기분이 더 좋아졌다.
내가 이집 스파게티 맛있다고 SNS에 올려 놨더니 며칠 뒤쳐져 오던 신혼부부가 이 마을에서 하루 더 묵으면서 삼시세끼를 이집 메뉴에 나온 모든 스파게티를 다 먹어 봤다고 했다.
물론 모두 맛있었단다.
신혼부부는 나에게 좋은 곳 소개시켜 주셔서 고맙다는 문자도 했다.
모두 맛있었다니 이런 집은 정말 칭찬해줘야 한다.
우리도 단체 순례팀만 이 마을에서 멈추지 않았으며 스파게티도 더 먹고 맥주도 더 마시면서 이 마을에서 잤을텐데, 아쉬웠다.
유럽여행을 해보면 알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유럽에는 우리 입맛에 딱 맞게 스파게티를 하는 집이 흔하지 않다.
아무래도 스파게티는 우리나라가 제일 맛있다.ㅋㅋ

IMG_1979.jpg

산에 오르기 시작하니 다시 비가 온다. 산이 높아지니 날씨를 종잡을 수가 없다.
산 정상쯤에 대피소가 있었는데, 사방이 산속이고 비는 오고 날도 어두워지는 거 같아서 대피소에 비를 피하겠다고 오래 머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조금 걷다보니 또 비가 그치고 바람만 분다.
정말로 변덕스런 날씨다.
이러고 바람이 불면 좀전에 비를 맞아 젖었던 바지가 금세 마르는 것도 신기하다.

그러더니 다시 비가 내려, 비를 맞으며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전라도에서 오신 분들도 시끄러운 학생들을 피해 여기까지 오셨다.
한적한 산속 마을에서 같은 알베르게에 묵은 인연으로 전라도 분들과 오랜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오 아저씨는 카페를 운영하고 계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은 독서 모임을 몇개 하고 계신다 한다.
한참을 왜 책을 읽어야 하며, 함께 독서 모임을 하면 좋은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셨다.
아는 것도 많고 말도 많고 유쾌하신 분이시다.
정선 아저씨는 지금껏 열심히 살다가 올 한해 자기에게 쉬는 시간을 주기로 했다고 한다.
산티아고에 오기 전에도 제주도에서 3달간 별 일 없이 쉬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제주도에서 온 사람들인 것을 더 반가워하셨다.
웃음이 참 많은 분이시다.

AF324A5B-AF57-4759-A139-D4C262FB3BF7.jpg

비바람 때문에 겨우 알베르게 간판만 찍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남자가 중년의 나이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의 고비를 겪게 된다.
유교적 문화 때문인지 가장의 어깨는 언제나 무겁다.
언제나 가족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해야 하고, 너무 철없이 놀아서도 안되고,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와 만나 술자리를 갖는 것 외에는 큰 여가 시간을 갖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분위기가 딱딱하고, 말수도 많이 줄고, 유쾌하게 잘 웃지도 않는다.
4, 50대의 한국 중년 남자가 한달이라는 긴 시간을 내서 산티아고를 걷는다는 것 자체가 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한국의 중년 여성이 순조롭게 이 시기를 넘기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육아와 집안 살림으로 자기의 본 모습을 잃었고, 최근 들어서는 맞벌이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 삶의 여유는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특권이 되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이런 여유의 시간이 생겼고, 이렇게 신나게 걷고 있다.

광주에서 오신 아저씨들도 어떤 행운으로 그런 여유를 가지고 여기 산티아고에서 신나게 걷고 계신 듯하다.
사실 난 이분들의 사연을 한눈에 눈치를 챘는데, 숨기고 싶어하시는 것 같아서 모른 척해줬다.ㅋ

공감되는 이야기도 많고 해서 오늘은 정말로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아저씨들은 여러 사람이 묵는 숙소에는 잘 묵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래서 50유로나 주고 이인실에 들어갔는데, 이상하게 그 방이 물도 잘 안나오고 특히나 오늘은 꽤 쌀쌀한데 따뜻한 물이 안 나온다고 투덜대신다.
일인당 6유로인 일반 알베르게에 묵은 우리는 공동 침실을 쓰긴 했지만 따뜻한 물도 잘 나오고, 일반 알베르게에 묵는 사람들에게는 저녁으로 먹는 순례자 메뉴를 할인해서 먹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우리는 디저트까지 서비스를 받았는데, 아저씨들은 디저트 가격까지 다 내고 먹어야 했다며 많이 불평하셨다.
이분들 운이 없는 날이었나 보다.ㅋ

이 알베르게는 음식은 잘 못한다.
주인 아주머니가 주방일을 도맡아 하시는 것 같은데, 음식이 특별한 맛은 없고 많이 짜기만 했다.
우리가 음식을 남기니까 주인 아저씨가 와서 왜 다 안 먹었냐고 묻는다.
그래서 우리는 솔직하게 짜서 먹기 힘들다고 얘기했다.
다음부터는 조금 조절을 하려나?
산 중턱에 있는 마을이라서 따로 레스토랑 같은 것은 없고 숙소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이용해야 한다.
날씨도 이상하게 쌀쌀해지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맛은 없었지만 그 집에서 밥과 술을 다 해결해야 했다.
오늘은 여기저기 테이블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이 있을 정도로 쌀쌀한 날인데, 우리는 산티아고 와서 처음 겪는 추위였다.
따뜻한 옷도 없어서 내일이 걱정되었지만, 그닥 볼 것도 없는 산 중턱 마을이니 날씨가 어떻든 내일 우리는 길을 나서야 한다.

이렇게 날이 흐리고 비가 계속 내리는 날은 빨래도 잘 마르지 않기 때문에 왠만한 빨래는 안하는 걸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무튼 이날 우리의 숙소는 단체팀도 없었고, 바가지도 안 쓴 운 좋은 숙소였다.

이 글은 2017년 6월 10일부터 7월 8일까지 산티아고 길을 걸었던 우리 부부의 찬란한 추억이 담긴 글입니다. 사진은 대부분 남편(@lager68)이 찍었습니다. 글은 제가 썼는데 많이 미숙한 글입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산티아고를 그리다) 산티아고에서 숙소는 언제나 복불복이다.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image

Authors get paid when people like you upvote their post.
If you enjoyed what you read here, create your account today and start earning FREE STEEM!
Sort Order:  

세계 어디 여행지를 가든지, 단체 여행객들이 몰리면 .. 조용했던 사람들도 진짜 이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가 되는데 원래 시끄러운 사람들이 오면 그건 말할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ㅠㅠ

·

단체 여행객 중 가장 소란스러운 사람들은 중국사람들이라고 하잖아요.
근데, 나라를 불문하고 젊은 단체 여행객은 다들 소란스러운 거 같아요.ㅋ

예기치 않는 변수도
여행 재미라고 하겠지요

·

아무것도 예상대로 되는 게 없는 것이 여행의 재미죠.^^
그래서 더 여행을 일상탈출이라고 하는 거 같아요.

순례길에서 만나는 어려움을 피하는 요령을 터득하셨군요

Posted using Partiko Android

·

어려움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는데, 단체 여행객의 소란은 피할 수 있게 됐네요.^^

Congratulations @gghite! You have completed the following achievement on the Steem blockchain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You made more than 11000 comments. Your next target is to reach 12000 comments.

You can view your badges on your Steem Board and compare to others on the Steem Ranking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To support your work, I also upvoted your post!

Do not miss the last post from @steemitboard:

Are you a DrugWars early adopter? Benvenuto in famiglia!
Vote for @Steemitboard as a witness to get one more award and increased upvotes!

걷다보면 한국인들 자주 보나봐요..

·

산티아고 순례길에도 대세가 자꾸 바뀐다고 하더라구요.
저희가 갔을 때 점점 한국 순례객이 늘고 있는 추세였는데, 요즘은 한국 순례객이 엄청나게 많이 늘었다고 하더라구요.
한국말 하는 가게 주인도 꽤 있고요, 안내문이나 메뉴판이 한국어로 소개된 곳도 꽤 있어요.

Hi @gghite!

Your post was upvoted by @steem-ua, new Steem dApp, using UserAuthority for algorithmic post curation!
Your UA account score is currently 3.627 which ranks you at #5817 across all Steem accounts.
Your rank has dropped 1 places in the last three days (old rank 5816).

In our last Algorithmic Curation Round, consisting of 210 contributions, your post is ranked at #156.

Evaluation of your UA score:
  • You're on the right track, try to gather more followers.
  • The readers like your work!
  • Try to improve on your user engagement! The more interesting interaction in the comments of your post, the better!

Feel free to join our @steem-ua Discord server

그 신혼부부 파스타 귀신이네요.
하루세끼를 ㅎㅎ

저는 나중에 중년에 무게 지기싫어서 이러구 사는가 싶기도 하네요ㅎㅎ

·

파스타가 종류별로 정말 다 맛있었다고 하더라구요.
보기 드문 맛집이었거든요.ㅋ

사람은 각자의 처지에 맞는 짐을 짊어지고 가는 것이라, 전 특별히 중년만 무거운 짐을 지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너무 겁내지 마세요^^

맛난 음식, 유쾌한 사람들, 편안한 숙소...
여행 중에 이보다 더 좋은 건 없죠

·

이 보다 좋을 수 없다는 저 숙소에 어마어마한 것이 숨어 있었답니다.
다음에 이어지는 산티아고 포스팅 기대하세요.^^

트레킹하시는데 맥주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요?^^;;
저도 가끔은 가정이란 짐을 내려놓고 휙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는데 쉽지가 않네요.
언젠가는 저도 배낭메고 머얼~리 떠나렵니다.^^

·

저희가 산티아고를 걸을 때는 매일매일 30도가 넘는 날씨였어요.
바에 들려서 시원한 맥주를 한잔 마시는 것이 갈증도 해소되고 쉴 수도 있어서 좋더라구요.
걷다 보면 술은 거의 취하지 않는데, 여러 잔은 마시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당장 시원하다고 여러 잔 마셨다가 걸을 때 고생하는 수도 있다고요.

언제건 가시고기님도 부부 동반으로 좋은 경치가 있는 트레킹에 한번 도전해 보세요.
아무래도 트레킹에는 동반자가 있는 게 좋아요.^^

휴식이 필요한 공간에서 떠들면 난처하겠네요. 피하는게 정답인거 같습니다. ㅎㅎㅎ 저도 밥먹기전 인스타같은데서 후기를 찾아보거든요. ㅋㅋ 그럼 잘 실패하지 않죠 ㅎㅎ 저 분들도 얼마나 즐겁고 기쁘게 드셨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