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에 대한 짧은 메모,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왜 다들 플랫폼이 되려하나?

in #tooza8 years ago (edited)

플랫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목적을 가지고 왕래한다
(c) pxhere.com

소프트웨어 계통에 있는 사람들 입에서는 십수 년 전부터 '우리는 서드파티가 아니라 플랫폼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 어릴 적부터 그런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플랫폼 지향 경제로 가야 한다는 논의는 대중 일반에게는 관심 밖에 있다가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회사가 플랫폼 기업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최근에야 이야기가 많이 오르내리는 것 같다.

타인들보다 반걸음 정도 트렌드에 빠른 사람들이 플랫폼을 소개할 때 보면 다양한 전문 지식과 아름다운 이상적 이야기들을 끌고 온다. 그런데 사실 플랫폼이라는 게 그렇게 전문적인 지식이나 아름다운 이상을 동원해서까지 미화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일단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플랫폼의 자질을 갖춘다. 출발은 이거 하나다. 무조건 사람을 많이 끌어모아야 한다. 그 수단이 무엇이 되던지는 각자 전략에 따르면 된다. 쌍방거래 시스템을 갖추거나 그 이외에 다양한 기술이나 API를 갖추는 것은 먼저 준비해도 되지만 반대로 일단 사람을 모으고 난 뒤에 해도 된다. 심지어 어떤 플랫폼 하위에 있던 서드파티 게임도 사람만 많이 모으면 독립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 핵심은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무언가'다.

흔히 알고 있듯이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네이버 검색엔진, G마켓이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심지어 강남역 일대 상권도 플랫폼이고 대학교나 우리가 살아가는 국가도 플랫폼이다.

온라인 경매 사이트는 우리나라가 옥션이나 G마켓을 통해 중국보다 먼저 전 국민에게 자리를 잡았다. 후발주자인 알리바바는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회사인데 IPO를 하면서 단숨에 세계 최고 규모의 IT회사가 되었다. 이것은 앞서 이야기했듯 알리바바를 이용하는 중국인의 머릿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다. 국가라는 플랫폼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많은 피를 보아야 한다. 구글은 백링크 분석이라는 작은 서드파티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검색, 모바일 소프트웨어 유통, 온라인 광고 유통, 브라우저 등의 분야에서 여러 개의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왜 다들 플랫폼이 되려 하는지는 간단하다. 플랫폼이 되면 적은 노력에 비해서 막대하고 꾸준한 금전적 이익을 취할 수 있다. 서드 파티들간의 거래에서 막대한 이익을 취할 수 있다. 플랫폼을 소유하면 회사의 브랜드 가치가 생기고 후속 서비스도 손쉽게 흥행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플랫폼의 소유자는 타인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이 생긴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국가라는 플랫폼은 한 국민(서드파티)의 인생을 감옥에 가두거나 막대한 세금을 부과하거나 기타 다른 방법으로 망가뜨릴 수 있다.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모바일 게임으로 먹고 사는 회사(서드파티)의 앱을 임의로 삭제해버리는 방법으로 해당 개발자나 회사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다. 검색엔진이라는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검색결과 페이지에서 특정 업체를 제거해버리는 방법으로 해당 업체가 영업에 심각한 타격을 받도록 할 수 있다.

해당 플랫폼에 종속된 서드파티는 플랫폼의 선택에 따라 스타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알거지가 되기도 한다.

플랫폼을 가진 업체는 자신이 원하는 목소리는 전 세계에 널리 퍼트릴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수백만의 서드파티들의 목숨은 파리처럼 잡아버릴 수 있다. 이것이 플랫폼의 위협이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플랫폼을 초기에 활성화 시키는 과정에 대해 많은 전문가가 이상적 신념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현실적 가치에 무게를 둔다.

주식거래자(서드파티)들의 플랫폼인 증권거래소는 더 많은 서드파티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대박을 터트린 개인 투자자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홍보한다. 이 홍보를 보고 더 많은 서드파티가 주식으로 대박을 치는 꿈을 꾸며 주식 시장이라는 플랫폼에 서드파티로 참여한다. 주식 거래자의 반대쪽 서드파티인 기업들도 상장을 통한 대박을 노리며 주식 시장에 진입한다. 카지노라는 플랫폼도 비슷한 방식을 쓴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웹 개발자들이 애플의 iOS 서드파티 개발자로 넘어가게 된 방식도 이와 유사하다. '1인 개발자가 아이폰용 앱을 만들어 한달에 4천만원을 번다는 식'으로 초반에 앱스토어에 대한 홍보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저런 기사를 보고 개발 좀 하신다는 분들은 너도나도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폰 개발자로 전향하던 시기가 떠오른다.

구경제 패러다임으로는 애플이 해야할 일을 세계에 퍼져있는 많은 개발자들이 애플 대신 해주고 애플은 이 과정에서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것이다.

이와 반대로 우리나라의 한 통신사는 자체 앱스토어를 흥행 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무조건 앱을 찍어내서 갯수 맞추기'를 택한 것으로 안다. 앱 개발사에 '이런저런 앱 200개를 찍어내 주세요.' 하는 식으로 하청을 줬다. 이렇게 만들어진 앱들은 조악했다. 단순히 '우리 마켓에는 앱이 몇개 있다.' 하는 식의 홍보에는 한 줄 정도 활용됐지만 이용자들은 이런 조악한 앱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이런 방식으로는 플랫폼을 만들 수 없다. 애플처럼 '서드파티에게 얼마나 지속해서 많은 금전적 이익을 줄 수 있는가?'가 핵심이 돼야 했다. 그런점에서 서드파티 앱 개발자들과 이익을 배분하는 애플의 전략은 천재적이었다.

전세계 수 많은 웹사이트 관리자들에게 광고를 나눠주고 광고를 노출한 만큼 광고수익을 배분하는 산뜻한 전략으로 단숨에 온라인 광고의 판도를 바꿔놓은 구글의 전략도 이와 유사하다.(물론 앱스토어 보다는 애드센스가 더 빨리 출시된 서비스다)

그리고 그 서드파티 관리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 위에서 자동으로 굴러가도록 만들었어야 한다. 지금이야 이를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정치하시는 분들부터 주류 언론사의 PD님들에게까지 플랫폼 이야기가 오르내리게 돼 다행이다. 영향력 있는 분들이 관심을 가지면 대중들에게도 널리 그 사상이 전파되니까. 모두가 서드파티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플랫폼 지향적 관점을 가지고 일을 하면 우리나라도 먼 미래에는 좋은 플랫폼을 많이 가진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지금도 그 자격은 충분하다고 본다. 한류 콘텐츠에 열광하는 수많은 세계 시민, 수 억 명의 사람들의 손에 들려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간혹 샤오미의 MIUI를 들어 삼성의 전략을 평가절하하는 분들이 있지만, 삼성도 방향을 살짝만 틀면 엄청난 플랫폼 기업이 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기업), 세계 모든 대륙의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 그리고 세계 최고의 한국산 게임들…. 그리고 등등.

주식 이야기를 한마디만 하자면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종목에는 늘 돈이 몰릴 것이다. 언제나 두눈을 크게 뜨고 잘 찾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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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언젠가 카카오가 제끼지 않을까..주주로서 기대중입니다.
저희 아버지가 네이버는 안써도 카카오는 쓰시거든요.

블록체인이 중개인을 없애주니 플랫폼 끝판왕이긴 한데, 사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scalibility 를 잘 해결하는 플랫폼이 최종 승자가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모두 우리는 이런식으로 해결할거야 라고 말만 하고 있는 중이니 ㅎㅎ

우리 산업은 참으로 플랫폼에 둔감한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에요. 기회가 와도 주저하는 모습이 많습니다. 모난 돌 정 맞기 싫어일까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일단 언어의 한계도 있는 것 같구요. 안타까운 부분이 한둘이 아니죠.. 페북만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그보다 훨씬 빨리 다모임이니 싸이월드니, 세이클럽이니 소셜미디어 열풍이 있었는데 플랫폼화 시키지 못했죠. 모난돌이 정맞아서 일지도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플랫폼이 더 뜰지, 블록체인이 뜰지 궁금하네요. 저는 하이브리드에 한표입니다 ㅋㅋㅋ @홍보해

근데, 블록체인도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지 않아?

=> 블록체인 : 플랫폼, 비트코인 : 서드파티, 스팀 : 서드파티...
=> 스팀 : 플랫폼, 스팀잇 : 서드파티, 스팀KR : 서드파티...

보통 플랫폼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블록체인은 이를 다이렉트로 이어주니 조금 개념이 다른 것 같지만....

플랫폼의 정의도 찾아보면 또 맞는 것도 같네요 ㅋㅋㅋ

웅웅. 우리모두가 누군가에겐 '갑'일수도 있고 '을'일수도 있듯이,
쟤네들도 상대적 개념으로 이리저리 조합해보면 플랫폼도 될 수 있는거 아닐까 싶어 ㅎㅎㅎ
그리고 애초에 비트코인이 블록체인 개념을 구현하기 위해 나온 서드파티니까, 코인들도 다 블록체인의 서드파티인거고~

나중에 스넥이 스팀블록체인 위에 올라가면 스팀이 플랫폼, 스넥이 서드파티가 되는거고 ㅎㅎ
스넥에 글을 기고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스넥이 플랫폼, 기고자들이 서드파티 ㅎㅎㅎ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겐 갑일수도 을일수도 있다는 개념 ㅋㅋ

@jongsiksong님 안녕하세요. 개사원 입니다. @joeuhw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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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중요성 몸소 느끼고 있는 부분이네요
시대가 시대인만큼 어떠한 플랫폼을 짜느냐가 관건인것 같습니다.
너무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OS가 최고의 플랫폼이었는데, 이제는 소프트웨어를 유통하는 플랫폼이.. 더 나아가서는 블록체인 등 뭔가 가치를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각광받을 것 같습니다.

유저들이 학습하는데 있어서 비용이 줄어든다는 것도 플랫폼이 되려는 이유겠지요? ㅎ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렇네요. 그런 이유도 플랫폼을 가진자의 좋은 강점일 수 있겠습니다. 좋은 인사이트입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나 돈을 버는건 유통이죠.. :)

그렇습니다. 그래서 블록체인이 짠! 등장해서 중간 유통과정도 다 없애버리고, 거래 투명성도 높이고, 거래 비용도 낮추겠다고 하는데요.. 블록체인도 결국엔 누군가가 만드는거라서 완벽한 탈중앙화가 가능할진 의문이기는 합니다. 유통이 돈 버는건 확실한거 같아요.

제가 궁금한건 "완벽한 탈중앙집중화가 되면?"이예요.
분명히 찾을거거든요. 꼼수를.

꼭 그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이란 이기심이 있는 동물이라 아직까진 완벽한 탈중앙화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모두가 평등할 줄 알았던 공산주의도 소수 당지도부가 권력을 집중하면서 부패해 망가지는 걸 보았고요.

블록체인도 결국은 누군가가 만들고, 운영해나가고, 힘의 차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완벽한 탈 중앙화가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보수적인 권력에서 진보적인 권력으로 힘의 축이 이동할뿐이죠. 역사가 그래왔구요.

다만, 점차적으로 권력이 모두에게 분산되고, 이익이 모두에게 분산되는 과정에 있는점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답글을 보니 문 대통령님의 취임 연설이 생각나네요.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사람의 머리수가 플랫폼이다. 그러네요.
이통사 앱 찍어내는건 정말 넌덜머리가 날 정도로 많이 봐서 그려러니 했는데 말씀하신 대로 애플과 비교해서 보니 정말 하수도 이런 하수가 없네요. 어차피 추진하는 사람들의 목적이 달라서 이거나 자기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의 최선이 달라서 이겠지만 여튼 참 민망하네요.
암호화폐에 이러저러한 종목이며 기술이며 문제점이 제기되지만 사람이 몰리는 플랫폼에 집중하면 안정적인 투자가 될것 같습니다.
특히나 화폐는 유통이 되어야 하니까요^^
글 감사드립니다.

업계 현실을 잘 아시는걸 보니 이통사에 계셨었나보네요.
결국 플랫폼 = 사람 머릿수가 몰리는 것..이라고 보면 결국은 사람들이 몰리고 많이 소비해주고, 이야기해주고 그런 상품이 잘 팔리고 실적으로도 연결돼 주가도 밀어올릴테니 너무 단순한 투자 고리인 것 같습니다. 단순해도 그걸 찾아내고 진득하니 투자하는 것은 또 어려운일이지만요.
자주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글도 좋고 댓글도 좋고
먼가 제가 더 똑똑해지는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저녁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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