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커뮤니티는 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 : 코스미(Cosmee)를 중심으로

in #tooza6 years ago (edited)

1.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투명성과 개방성을 장점으로 한 퍼블릭 블록체인은 다양한 방식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구현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고, 의료산업이나 여타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고 있죠.

현재 가장 활발하지만, 여전히 유망한 적용대상이 바로 스티밋과 같은 '컨텐츠 커뮤니티'입니다. 이런 컨텐츠 커뮤니티에서는 왜 블록체인이 필요할까요? 그 필요성은 바로 인센티브와 관련이 있습니다. 누구나 어떤 글을 쓰든지 그것은 가치가 있고, 그것을 보고 감명을 받은 사람은 보상을 할 수가 있죠. 모두가 예술가가 되는 동시에, 그것에 보상을 받는 환경이 생겨나는 겁니다. 높은 품질의 글을 생산하면 더 많은 보상이 발현되고, 그러면 그 유인기제가 사람들로 하여금 더 높은 품질의 글을 쓰도록 장려하게 됩니다. 시장의 유인기제와 비슷한 기능이죠.

그런데 만약 사람들이 낮은 품질의 글을 쓰고도,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다면 어떨까요? 이것은 공도동망하는 길로 직결됩니다. 스티밋에서 높은 스팀 파워를 가진 사람이 일정한 작업 Pool을 만들고, 굉장히 하잘 것 없는 글에 의도적으로 폭풍 보팅을 해준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양질의 글을 쓰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스팀 파워가 높은 사람에게 아부하거나 혹은 자신이 스팀파워를 구입해 낮은 품질의 글을 생산하려고 목표가 변경되어 버립니다.

혹자는 그렇게 말합니다. '친목도 일종의 힘'이라고. 이것은 개인 차원에서는 해당하는 말이죠.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는 구성의 오류에 빠지는 논리입니다. 개인 차원에서 '탈세'가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 합리적인 행동이라 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탈세를 하는 순간 공동체는 무너집니다. 회사에서 한 명의 개인이 태업을 하는 경우 큰 영향이 없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태업을 하면 그 회사는 무너집니다. 스티밋에서도 한 개인이 작업풀을 통해 보팅을 하는 것이 개인 차원에서는 부를 축적하는 합리적인 방식이라 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하기 시작하면 의미 없는 화폐발행만 생기고 장기적으로 스팀의 가치는 하락해 그 커뮤니티는 금방 무너지게 됩니다.

바로 이것이 스티밋에서 어뷰징 행위가 왜 근절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일 겁니다. 사회에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역 선택이 지배하는 레몬 마켓이 생겨나는 환경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궁금증이 생겨납니다. 애초에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의 커뮤니티는 이것을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일까?

2. 코스미(Cosmee)의 사례

스티밋 외에 다른 사례를 소개해보겠습니다. 스티밋과 유사한 코스미라는 앱이 있습니다. 이것은 뷰티 리뷰를 쓰는 경우 보상을 지급하는 블록체인 기반 앱이죠. 보상의 구조 또한 스티밋의 형식을 차용했기에 아주 유사합니다. 코스미 앱은 현재 파일럿 형식이고, 사람들의 리뷰에 보상을 함으로써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죠.

가령 다음과 같은 형태의 정성스런 리뷰를 쓰면, 사람들이 보팅을 하고 그에 따른 보상이 지급됩니다. 이 정도의 글은 누구나 도움이 됐다면, 스티밋에서도 받을 수 있는 수준의 보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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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코스미에서는 처음부터 어뷰징의 문제가 상당한 논란거리였습니다. 그 논란의 중심에 선, 코스미에서는 모두가 아는 유저가 한 명 있었죠. 실제 아이디를 거론하기는 좀 그러니 '돈맨'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돈맨의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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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이 글이 6.6만원을 받을만큼의 글이라고 보시나요? 특히 스티밋에서 이 정도 보상을 받으려면 정말 엄청나게 통찰력 있는 글을 써야만 가능할텐데 말이죠.

이 정도의 보상이 가능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제 생각으론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파일럿 초기의 특성상 보상매력도가 컸고, 또한 유저들은 호혜적으로 보팅을 많이 했다.
2. 돈맨은 작업풀을 이용하는 어뷰저다.

흔한 문제제기입니다만, 정답에 가까운 추측은 2번 '돈맨은 어뷰저'일겁니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요?

근거 1 : 우선 현재는 보팅이 하루 20회로 제한되어 있지만, 저 당시 상황에서는 보팅이 10회로 제한된 구조였습니다. 그리고 일반 유저의 업보팅 평균적인 기록은 20회를 넘지 못했죠. 그런데 70회가 넘는 것은 작업풀을 이용한다는 심증이 강하게 드는 부분입니다.

근거 2: 한 가지 더 추측해보면, 코스미 앱에서 해당 유저의 피드에 들어가면 팔로워 목록, 작성 컨텐츠, 그 사람이 쓴 댓글목록과 업보팅을 누른 목록을 볼 수 있어요. 다운보팅 내역은 공개되고 있지 않죠. 그러면 그 사람의 팔로워와 댓글, 좋아요 누른 것들을 추측해보면 당연히 어뷰저인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돈맨'은 블로그 등의 사진을 불법적으로 도용한 이유로 '30일 정지'를 당했는데, 제가 판단컨대 다른 계정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돈맨은 현재 부계정인 '돈매니'로 활동을 하고 있고, 자신이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보팅 20개를 자신의 작업풀에서 어뷰징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은 돈맨의 부계정, 돈매니의 팔로우 목록 사진입니다. 돈매니의 팔로워 목록을 들어가면, '돈맨'과 관련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서로의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면서, 이득을 취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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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매니가 '좋아요'를 누른 목록을 보면, 다음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모두 작업풀 내의 '돈꽃'의 댓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감사합니다'라는 댓글을 쓺으로써 '돈꽃'은 약 1,700원의 이득을 얻고 있는데, 하루에 20회의 좋아요를 누를 수 있음을 감안하면 34,000원의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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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향은 돈맨의 원계정에선 훨씬 더 심각했습니다. 돈맨 혹은 돈매니는 댓글을 'ㄱㅅ'라는 무성의한 댓글로 도배하는 경향이 있는데, 'ㄱㅅ'를 한 번 적을 때마다 돈맨의 작업풀이 동원되어 약 5천씩을 벌어들이고 있죠. 좋아요가 하루에 20회씩 가능하니, 댓글만으로 10만원을 벌고 있는 셈인 거죠.

결론

결국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모든 사람들이 양질의 리뷰를 쓰는 게 아니라 더 많은 보팅을 받기 위해 꼼수를 쓰는 데만 혈안이 될 겁니다. 사실 이미 코스미 앱에서는 이런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가족들, 친구들 휴대전화를 통해 자신의 글에 보팅하는 행위가 나쁘다곤 볼 수 없을 테지만, 앞서 말한 '구성의 오류'가 일어나기 딱 좋은 상황이죠.

물론 이런 상황을 코스미 운영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어뷰징 행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논한 바가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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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운영팀의 주장은 "현시점에서 어뷰징을 막기위한 최선의 방법은 유저들의 다운보팅(별로예요) 입니다. 어뷰징이 의심된다면 다운보팅으로 평가를 내려주시길 바랍니다."으로 집약됩니다. 그러나 이런 어뷰징 행위에 대한 커뮤니티 차원의 자정작용은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커뮤니티 유저들은 이런 어뷰징 행위를 적발할 만큼의 노력을 소요하고 싶지 않거니와, 그에 대한 물증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처벌 자체가 굉장히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작업을 통해 수십 개의 업보팅을 받고, 그에 분개해 한 개인이 다운보팅을 했을 때 깎이는 보상이 겨우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그 커뮤니티에 분노해 기꺼이 어뷰저를 적발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하물며 현재 코스미 앱에서 불법적인 사진 도용도 엄청나게 횡행하고 있습니다. 일부 유저들은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의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하여 그대로 리뷰를 쓰고 있는데, 이것에 대해 일부 유저가 적발하여 운영팀에 신고하더라도 그 처벌은 겨우 '30일 정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30일이 지나면 자신이 축적한 보상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는 거지요.

스티밋이나 코스미나 이것을 해결하려면 시스템적으로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먼저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는 분산화되고 자율적인 커뮤니티라는 점에서, 커뮤니티를 통해 자정작용이 생기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자정작용이 실제 발현되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판단할 수 있는 '가용한 정보'가 주어져야만 합니다. 어는 누구도 일일이 유저들의 업보팅 목록을 찾아다니면서 어뷰저를 적발할 수고로움을 쓰고 싶진 않으니까요. 예를 들어 특정 유저가 업보팅을 준 유저의 분포, 비율 등을 모든 유저가 볼 수 있게 되면, 해당 유저가 어뷰저인지 쉽게 적발할 수 있을 겁니다. 신고를 하는 사람에게 일정한 보상을 주는 것도 검토해 볼만한 일이겠지요. 이것은 컨텐츠 박스에서 도입하려고 하는 메커니즘이고요.

결국 요지는 커뮤니티 주도로 자정작용을 기대한다면, 무책임하게 '커뮤니티가 모든 것을 해줄거야!'라며 의미없는 믿음을 걸지 말고 그에 합당한 정보와 보상을 줘야 한다는 겁니다.

더 나아가 커뮤니티는 성장도 좋지만, 투명성과 공정성이란 가치를 가장 중시해야만 합니다. 성실한 유저가 어뷰징을 목격할 때 느끼는 감정은 아마도 박탈감과 불공정함에 대한 분노일 것입니다. 이것은 커뮤니티를 망치는 가장 쉬운 감정입니다. 성실한 유저가 떠나면 커뮤니티에 바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스티밋에서 표절이 적발되면 응당 계정을 다운시켜야 마땅하고, 코스미에서 도용이란 불법적 행위가 적발되면 역시 계정을 다운시켜야 마땅합니다. 현재 코스미에서 사진도용이 일어날 때 '일시정지'라는 처벌에 그치고 있는데, 이는 너무도 가벼운 처벌입니다. 어뷰징은 생태계를 망치는 악이라는 공공연한 신념 아래, 처벌 수위를 강하게 정해놔야만 합니다. 투명성과 공정성은 한 번 정립하기는 어려워도, 잃기는 아주 쉬우니까요.

요즘 스티밋과 코스미를 하면서 느끼는 점은 과연 블록체인 기반의 커뮤니티가 우리 사회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커뮤니티의 힘을 믿는다면, 커뮤니티가 제대로된 기능을 할 수 있을만큼 정보와 힘이 주어져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자정작용이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결국 일부 사람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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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팀하고 갑니다.
코스미라는 걸 처음알았고

스팀잇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가 다른 곳에서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걸 보노라면;;;

어딜가도 사람하는곳은 다 거기서 거긴가
싶기도 하네요

잘 보고 갑니다.

리스팀하고 가겠습니다. 이런 커뮤니티 코인의 절대적인 단점이죠 ㅠㅠ

코스미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여기도 역시 비슷한 문제들이 있군요. 처벌을 하자면 중앙집중형 형태여야 하는데 좀 애매할듯..

어디를 가든 돈과 직결되면은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스팀헌트처럼 심사후 올려야 저런일이 덜할텐데 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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