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 이코노미 풀어내기] 10. 토큰이 널리 사용되려면

in #tokeneconomy6 years ago (edited)

토큰 이코노미 설계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고민은 아마도 토큰이 사용되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사용자들이 토큰을 쓰지 않으면 토큰이 순환되지 않고, 토큰 경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많은 토큰 이코노미 설계자들이 온라인 상점과 같은 토큰 사용처를 함께 도입하곤 한다. 토큰을 쓸 수 있는 곳을 만들면 토큰이 사용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토큰 생태계를 지켜본 경험으로는 사용처를 만드는 것과 토큰이 널리 사용되는 것은 큰 관계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토큰 사용을 활발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야기를 풀어가기 전에 한 가지 질문에 답을 해보자. 지금 우리는 한국에 살고, 한국 돈인 원화를 사용한다. 만약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와서 이렇게 말한다고 해보자. “인도는 큰 시장이며 미래 잠재력이 있습니다. 원화보다는 인도 루피화를 쓰는 것이 유망합니다. 제가 루피화가 쓰이는 가게도 만들었습니다. 당장 은행에서 원화를 루피화로 바꿔서 사용하세요!” 여러분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아마도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할 것이다. 원화가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귀찮은 환전과정을 거치고 루피화를 쓸만큼 우리는 한가롭지 않다. 그런데 토큰의 사용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원화 중심의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토큰을 사용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극히 비합리적이다. 아무리 비트코인이나 다른 토큰이 유망하더라도 그건 그쪽 세상의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서도 루피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존재할 것이다. 바로 인도에서 온 사람들이다. 비록 한국에서 살지만 그들간의 거래에서는 간간히 루피화도 건네질 것이다. 인터넷 뱅킹을 통해서일 수도 있고, 실물을 통해서일 수도 있다. 인도와의 연결고리가 많은 사람일수록 그런 경향이 더 강할 것이다. 이러한 점은 토큰 이코노미 설계자들에게 큰 시사점을 준다.

비트코인을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을 관찰해보자. 그들은 비트코인의 가치와 미래를 믿는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스팀은 어떠한가? 스팀을 쓰는 사람들도 스팀이라는 토큰 시스템에 푹 빠진 사람들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토큰이 널리 사용되기 위해서는 토큰 시스템을 믿고 따르는 커뮤니티를 먼저 키워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커뮤니티 형성 만으로는 토큰 사용이 활발하지 않을 수 있다. 이제 두 가지 조건이 더 필요하다. 하나는 사용하기 편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토큰을 쓰기 위해 번거로운 작업을 거쳐야 할 수록 토큰은 점점 덜 사용되게 된다. 쓰기 편하고, 빠르고, 가능하면 수수료가 없거나 적어야 토큰이 더 자주 사용될 수 있다.

제일 중요한 핵심인 마지막 한 가지는 조금 의외일 수 있다. 토큰이 널리 사용되기 위해서는 토큰을 쉽게 벌 수 있어야 한다. 일반인이 비트코인을 “벌기” 위해서는 채굴기를 사서 채굴풀 설정을 하고 채굴기의 소음과 열기를 견뎌내고 전기요금을 감당하면서 채굴기를 돌려야 한다.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토큰 이코노미가 가장 활발하다고 여겨지는 스팀은 글을 올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비록 큰 금액은 아닐지라도 토큰을 벌 수 있다. 쉽게 번 돈은 쉽게 쓰이기 마련이다. 토큰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토큰을 어렵지 않게 벌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토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토큰 이코노미라는 경제 공동체의 시민이다. 시민들이 경제 시스템을 신뢰하고, 돈을 벌고, 쉽게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경제가 잘 돌아가기 위한 핵심이며, 경제체제에 적용되는 기초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커뮤니티, 사용성, 획득성, 이 세 가지 요소를 함께 만족한다면 따로 사용처를 만들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사람들이 시장을 만들어가고 토큰을 사용하기 시작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관된 한 가지 주제를 짚고 넘어가자. 가치고정 토큰(예를 들어 1 USDT는 언제나 1달러 가치를 갖는다)을 만들면 실생활에서 널리 쓰이게 될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현재 가장 가치고정이 잘 된 USDT나 BitCNY 등은 실생활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그 가장 큰 이유는 테더 지갑을 가지고 수수료를 내며 USDT를 쓸 바에는 그냥 페이팔이나 신용카드로 달러를 쓰는 것이 훨씬 더 편하기 때문이다. 또한 달러를 쓰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미국이라는 경제공동체에 소속된 사람들인데, 이들이 달러의 블록체인 버전인 USDT를 나서서 쓸 이유도 없다. 필자도 한 때는 가치고정 토큰의 파급력을 믿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가치고정 자체는 토큰의 사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며, 가치가 고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위의 세 가지 요소를 만족하는 토큰이 더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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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사용성, 획득성

획득성이 유독 눈에 띄었네요.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로마인님이 딱 3글자로 간추려주셔서 읽는데 다소 더 편했습니다 :)

클레이옵니 좋은 글 매번 감사합니다~

사실 예전에 쓴 글 내용이긴 합니다..

https://steemit.com/steem/@clayop/toward-mass-adoption-of-steem-dollar-is-pegging-really-important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곰돌이가 @lostmine27님의 소중한 댓글에 $0.005을 보팅해서 $0.019을 살려드리고 가요. 곰돌이가 지금까지 총 525번 $8.317을 보팅해서 $7.895을 구했습니다. @gomdory 곰도뤼~

이제 다음 글이면 분석틀에 대한 내용을 마치고 그 다음 글부터 실제 토큰 이코노미를 분석할 계획입니다. 현재 비트코인, 이더리움, 대시, 스팀 정도가 후보군에 있는데 이것들 외에 제안해주실 토큰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가능하면 백서나 참고할만한 자료들의 링크도 함께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구구절절이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토큰이코노미 분석시 EOS도 후보로 넣어주실 수 있으면 도움이 될듯합니다.

네 EOS 추가하겠습니다.

하드포크 수고 많습니당~!
요번엔 잘 진행되길~!

봇인줄 알았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늦은 새벽까지 깨어계시네요~

ㅋㅋ
배드컨탠트 봇 스팸 어뷰징 좀 때어주세용~!
최근엔 다운보팅 공격 받아 우울해요...ㅠㅠ

누가 @bluengel님 공격했어요? 감히? 욥형한테 다 일러줘용~

증인 중 한 스티미언이더구만...
나름 활약하고 있는...

얘기해볼게요~ 이유가 뭐라고 하나요?

Screenshot_20180926-072936_Chrome.jpg
이런식으로 다운보트해서 뺏은 보상 독식하며 명성과 스파 올리고 있어요

https://steemit.com/busy/@bluengel/6tknv5-kr-title
관련글 참고하시구요

이미 페이아웃된 글은 돌이킬 수 없지만
증인이면 증인다운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전해주시고
다운보팅과 플래그 전부 다 빼라고 해주세요~!

사용하기 쉬워야 한다는데 동감합니다. 우리나라 은행을 공인인증+보안프로그램만 봐도 정말 편의성, 접근성이 얼마나 중요한건지 역설적으로 느끼거든요. 수고많으십니다. 욥님^^

가상 통화의 단점(한계)

시장 지배력 즉, 통용력이 없어 외부 경제와의 연결(법정 통화와의 환전)이 불가피하다.

법정 통화와 달리 경쟁자가 많으며 계속 증가한다.

커뮤니티 사용성 그리고 획득성
좋은 말씀이네요...공감합니다. 그러나 스팀잇을 하면서도
아직 일상생활에서 스팀이나 비트코인등 평범한 사람들이 대중성을 가지고 사용하기에는 갈길이 먼듯합니다. 조만간에 어느날 훅 다가올지도 모르지만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의견에 동의합니다. 원이나 달러와 같이 많은 곳에 쓰이는 통화가 있는데 굳이 사용처가 제한된 통화를 거래비용을 들여서 사람들이 구입해 사용할 요인이 적긴 하죠.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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