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의 역사를 통해 바라본 가상화폐 이야기

in #the6 years ago (edited)

가상화폐의 버블은 흔히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튤립파동과 비견되는데, 내가 눈여겨보고 싶은 비교대상은 석유이다. 아래 그래프는 석유산업의 태동기인 19세기 중반부터 현재까지 원유가격의 등락을 보여준다. 물론 150여년 전의 석유가격과 현재의 석유가격이 비슷하게 보이는 이유는, 이 그래프의 가격은 물가를 감안한 실질가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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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Business Insider, An Annotated History Of Oil Prices Since 1861, Dec 20 2014

가상화폐에 대해 비관적인 분들, 이것은 이공계 인력들이 만든 장난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들었을 때는 펄쩍 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석유산업이 창궐하던 150년 전 미국 펜실베니아의 상황을 톺아보면, 이는 어찌보면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일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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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ize, 한국어판 제목은 '황금의 샘'이라는 다니엘 예긴의 역작을 통해 들여다보면, 석유산업의 시작은 1850년대 예일대학의 화학교수 벤자민 실리만 2세부터 시작한다. 예나 지금이나 예일대학은 명문대학이며, 그 곳의 화학교수가 작성한 논문은 투자자들에게 신뢰가 가기 마련이다. 1855년 이 실리만 교수는 단돈 526불을 받고 펜실베니아 석유에 대한 레포트를 쓰게 되는데, 이것을 토대로 미국 석유산업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지 비셸(George Bissell)은 서부 펜실베니아로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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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jamin Silliman Jr. (1816.12.4 - 1885.01.14)

지금에야 석유의 가치를 무시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당시만 해도 석유는 단지 세네카 오일이라는 의약품 정도로 쓰이곤 했다. 하지만 실리만 교수의 레포트에 따르면, 이는 광원이나 윤활제로 쓰일 수 있는 것이었으며, 사업성이 있는 물질로 여겨졌다.

그렇게 드레이크 대령이라 하는 자에 의해 석유는 시추되기 시작했고, 불가능해보였던 방법은 우여곡절 끝에 1859년, 검은 액체가 슬며시 나오기 시작하였다. 석유시추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석유시추 소식이 전해지자, 순식간에 골드러시와 같은 상황은 벌어졌다. 그래서 이 근방의 도시 이름은 여전히 Oil City, 석유 도시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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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의 발견은 물론 인류에게 장밋빛 미래만 가져다 준 것은 아니다. 유정에서 폭발이 일어나 불기둥이 솟구치며 19명이 사망되기도 하고, 석유가격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1861년 1월 배럴당 10달러였던 석유가격은 6월에 그 다섯 배인 50달러가 되었고, 12월에는 다시 10센트로 폭락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던 것.

석유는,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엔 그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웠다. 이는 그다지 어려운 추론이 아니다. 아래 도표는 2012년과 1973년 기준 각 섹터별로 원유소비의 비율을 보여주는 것인데, 40여년의 시차를 두고도 석유소비의 섹터별 가중치는 상당한 변화가 발생하였다. 2012년 기준으로 보자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섹터는 교통이고, 그 다음이 산업, 그리고 화학제품과 같은 에너지와 상관없는 부분에 쓰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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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과연 그 19세기 중반에 처음 원유를 맞닥뜨린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당시만 해도 석유로 자동차나 선박이 이동하게 될 것이란 생각은 물론 못했을 것이며, 아직 라이트형제는 태어나기도 전이니 항공유와 같은 용도는 꿈에도 생각치 못했을 것이다. 아울러 이 때까지만 해도 에디슨이 전기조차 발명했을 시기가 아니니, 그야말로 원유 쓰임에 대한 기대는 버블에 가까운 수준이었을 것이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가상화폐의 쓰임이다. 블럭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의 쓰임에 대해 아직까지 우리가 100% 명료하게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최초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은 일반인의 채굴이 점점 어려워져 2011년 라이트코인(Litecoin)이라 하는 대안이 등장했다. 여기에 리플(Ripple), 이더리움(Etherium)과 같은 기존의 비트코인과는 다른 방식의 알트코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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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가상화폐

이렇게 다양한 알트코인이 등장하며 기존의 가상화폐들이 가지고 있는 단점들은 점점 보완이 되기 시작한다. 여기서 다양한 알트코인이 등장하게 된 인센티브는 어디에 존재할까? 그것은 150년 전 원유가격의 등락과 같이 자고 일어나면 폭등락하는 가격에 있을 것이다. 그 수많은 가상화폐들 중에 승자는 한 둘로 끝날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 있어서 시세차익을 통해 가져갈 수 있는 금전적 인센티브, 이것을 우리는 무시하기 어렵다.

150여년 전 석유시추의 경우도 그러했다. 펜실베니아 타이터즈빌(Titusville) 인근 피트홀(Pithole)이라는 마을에 유정이 처음 발견된 것이 1865년 1월이었는데, 7월에 그 인근 총생산량의 1/3 정도에 달하는 하루 2천 배럴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황무지와 같은 피트홀은, 이내 인구 15,000명 가량의 소도시로 변모했다. 물론 그 오래전 광풍이 휩쓸고 지난간 이 도시는 현재 유령도시(Ghost town)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방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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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홀의 홀름덴 스트리트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Pithole,_Pennsylvania)

미국이라 하더라도 지나가는 사람 열명을 붙잡고 물어봐도 펜실베니아가 석유의 탄생지였다는 사실은 잘 모를 수 있다. 현재 미국 석유시장의 중심은 텍사스와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가격결정소인 오클라호마의 쿠싱(Cushing) 이다. 이렇든 석유의 광풍이 시작된 곳이라 할지라도, 시간에 따라 그 흥행의 장소는 변경될 수 있다. 처음 가상화폐의 광풍이 시작된 비트코인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이러한 부분에 있을 것이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는 분명 미래의 어느 시장을 형성하여 활발히 거래될 것이지만, 그 어떤 가상화폐가 안정적인 마켓을 유지할 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까지 거론하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여기서 우리는 록펠러와 미국 석유산업에 대해 다시 한번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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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간지 먹어주는 록펠러(John D. Rockefeller, 1839.07.08 - 1937.05.23)

석유는 물론 인류 근현대사에 가장 부자 중의 한명으로 알려진 이 록펠러도 처음부터 부자였던 것은 아니었다. 당초 정유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이 록펠러는 석유의 가치를 일찍부터 인정했고, 그 신념에 따라 원유가격이 하락할 때에도 매수타이밍으로 여기고 마켓셰어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정유 및 원유 운송사업으로 사세를 넓힌 록펠러는 석유생산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는데, 이 때 부터 록펠러의 스탠다드 오일은 시장을 독점해 나가기 시작한다.

1879년 록펠러의 스탠더드 석유회사(Standard Oil Co. Inc.)은 전미 석유정제 능력의 90%를 소유하게 되었고, 이는 최초의 근대적 트러스트(Trust)로 변모했다. 정치인과 결탁하여 경쟁회사를 누르기도 하고, 산업스파이를 통해 사업을 방해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울러 시장가격을 의도적으로 낮추어 한계가격 밑으로 내려가지 못하는 회사들을 파산하게 만들어 M&A하는 식의 시장확장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소수가 시장의 대부분을 독점하는 현상을 막았던 것은 당시 미 연방정부의 반트러스트법(Anti-trust act), 그러니까 독점금지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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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먼법의 제정, 출처: https://www.pinterest.com/pin/333336809900118136/

이러한 법의 제정 및 적용을 통해 록펠러의 스탠다드 오일은 1911년 무려 34개의 회사로 쪼개지게 된다. 이때 스탠다드 오일에서 분사되어 만들어진 회사가 엑슨(Exxon), 모빌(Mobil), 소코니(Socony), 셰브론(Chevron)과 같은 회사들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현존하는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람코(Saudi Aramco)가 설립될 초기 멤버가 이 스탠다드 오일에서 분사된 SoCal(Standard Oil of California), Standard Oil of New Jersey(후에 Exxon), Socony Vaccume(후에 Mobil), 등이라는 점이다.

결국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였던 아라비아 반도에 석유를 찾아 떠난 것도 그 석유시장에 대한 기대감, 본문 처음에 등장한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는 원유가격에 인함일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정부의 규제는, 물론 거래소 폐쇄와 같이 극단적인 방법까지 가면 곤란하겠지만, 어느 정도 시장의 건전성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름까지 암호화폐(Cryptocurrency)인 이 시장을 어떻게 정부가 규제를 할 수 있겠냐만은, 당장 주식시장의 사이드카(Sidercar)와 같은 장치 정도는 거래소에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쯤에서 석유의 역사를 통해 바라본 가상화폐 이야기를 마쳐볼까 한다. 나는 공대를 나오긴 했지만, 건설분야에서 근무하느라 딱히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당장 이러한 가상화폐를 나쁘게만 보거나, 그저 정부의 간섭이나 규제는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 둘 다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9세기 중순 원유가 처음 펜실베니아 시추기에 의해 빠져나왔을 때, 수많은 사람들은 그 원유가격 등락에 의해 웃고 울었다. 심지어 처음 시추를 담당한 에드윈 드레이크(Edwin Drake)조차 특허권도 얻지 못하고 투자금을 모두 잃고 빈곤한 생활을 하다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그렇게 등락이 있는 시장에 있어서는, 늘 경계하며 비판적 사고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참고도서: 황금의 샘 , 석유가 탄생시킨 부와 권력 그리고 분쟁의 세계사
대니얼 예긴 저/허은녕, 김태유 역 | 라의눈 | 2017년 08월 01일 | 원제 : THE PR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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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자에게 아낌없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ㅎㅎ

:) 오옷 스팀잇에서 뵈니 더 반갑습니다!

오오 덕분에 넘어와봤습니다 ㅎ

정말 좋은 글 써주실 때마다 공짜로 보는게 너무 죄송스러웠는데, 물론 여기도 제 주머니에서 꺼내드리진 못하지만 그래도 제가 글을 읽고 배운만큼 뭔가 기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서 참 좋습니다 :)

저도 매번 뭐 가상화폐 구경만 했지, 직접 함 들어와 봐야 그 맥락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ㅎ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최근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이 뜨거운 이슈인데 석유와 비유해보니 재밌단 생각이 드네요.^^ 보팅&팔로우하고갑니다.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

거론된 책과 글만 보고 누구신지 알겠네요! 반갑습니다 선생님 ㅎㅎ

친애하는 기자님, 늘 기사와 스팀글 열심히 잘 보고 있습니다 ㅎㅎ

와 멋지네요. 간만에 풀보, 댓글, 리스팀을 하는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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