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9. [아부다비] 너무나 즐거웠던 브런치, Hakkasan Abu Dhabi

in #tasteem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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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에서의 브런치는 우리가 익히 생각하는 브런치와 개념이 조금 다르다. 브런치라고 하면 주말 늦은 아침, 커피와 빵, 계란, 소시지 등이 제공되는 카페에서 느긋한 식사를 하는 것이 떠오르는 반면, 이곳의 브런치는 주말 오후 12시부터 4시까지 진행되며 뷔페 또는 코스 요리와 함께 무제한 음료와 술을 제공한다.

하카산은 중식당으로, 아부다비뿐 아니라 런던, 두바이, 상하이, 뉴욕 등 세계 각지에 12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다. 아부다비 지점은 에미레이츠 팰리스 호텔 내부에 위치하고 있어 예약이 필요하며, 드레스 코드는 스마트 캐쥬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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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방문했던 날은 마침 날씨가 좋아 야외 좌석을 차지했다. 맞은편에 보이는 건물은 에티하드 타워로, 한때 삼성 엔지니어링이 이곳에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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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야외 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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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지만 분위기 있는 실내 좌석

우리가 방문한 날은 설 행사의 흔적인지, 소원을 적은 듯한 붉은 종이가 곳곳에 매달려 있었다. 이 모습이 레스토랑과 너무 잘 어울려, 오히려 붉은 종이가 없으면 더 허전할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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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이어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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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구하기 힘들다는 히비키도 보인다.


이날의 브런치 메뉴는 수프, 애피타이저, 몇 가지의 딤섬과 메인 요리, 디저트 순으로 이어졌는데, 소고기 만두와 구이의 경우 내 알레르기 때문에 채소 만두와 닭고기 꿔바로우로 대체되었다. 그래도 나는 소고기만 제외하면 먹을 수 있었지만, 옆 테이블 손님의 경우 한 분이 채식주의자라고 하는 것을 얼핏 들었기에 어떤 음식이 제공되었을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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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와 게살 스프

이 수프는 무난한 편이었다. 게살을 건조시켜 버터로 살짝 구운 것 같은 가니시만 기억에 남는 정도. 그렇다고 남긴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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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오리

오이, 파, 소스, 북경 오리를 말아 놓은 쌈도 무난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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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en fried soft shell crab and red chilli

굳이 영어 제목 그대로 소개한 이유는, 이 메뉴가 완전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담당 서버에게 최고라고 얘기했더니, 하카산 베스트셀러 중 하나라고 한다.

느끼하지 않은 소프트 쉘 크랩 튀김도 마음에 들었지만, 게를 감싼 포슬포슬한 양념이 단연 최고였다. 아마도 말린 게살을 솔티드 에그 요크, 커리 잎, 태국 고추와 함께 볶은 것 같은데 집에서 시도하기엔 게살을 말리는 것도, 솔티드 에그 요크(오리알 노른자만 소금에 절였다가 씻어서 오븐에 굽는 것)를 만드는 것도 손이 많이 갈뿐더러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어서, 그냥 이곳에 오는 편이 나을 듯하다.


그 이후는 딤섬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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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 새우, 버섯, 옥수수 만두 | 우 : 사천 물만두

새우만두는 어디서 먹어도 맛있는 듯.
옥수수, 버섯 만두는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옥수수 만두의 속은 걸쭉한 옥수수 수프 같으면서도 얇게 썬 워터 체스넛이 들어있는지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버섯 만두는 블랙 페퍼 소스로 볶은 버섯이 들어 있었는데, 소스 맛이 강한 편이었다. 조금 더 싱거우면 좋을 것 같다.

사천식 물만두는 서빙하면서 맵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외국인데 설마 맵겠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말 예상한 것보다 매웠다. 하지만 나는 한국인. 매운 음식은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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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그라 소스에 적셔서 나온 튀긴 새우만두의 비주얼은 정말 충격이었다. 하지만 맛은 딱히. 소스 이름과는 달리 딱히 푸아그라 맛도 아니었고, 튀김 표면이 너무 기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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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ken floss savory triangle

닭고기를 포슬포슬하게 만든 치킨 프로스를 보자마자 싱가포르에 살던 때가 떠올랐다. Bread Talk에서 판매하던 치킨 프로스 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매일 하나씩 사 먹었던 기억.

치킨 프로스도 반가웠지만, 이 만두의 핵심은 찹쌀로 만들어진 두꺼운 만두피였다. 쫀득쫀득한 만두라니, 상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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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만두와 팬에 구운 타로 케이크

녹색은 뭔가 만두라고 얘기하긴 이상한데, 트러플 향이 나는 겹겹의 파이 크러스트 안에 채소가 들어있었다. 원래는 와규 비프가 들어있어야 하지만 알레르기 때문에 대체된 만두라 남편에게 미안했다.

타로 케이크는 찐득하지 않은 고구마 맛탕과 비슷해서, 요리보다는 디저트의 느낌이 강했다.

이렇게 먹었는데도 아직 메인 요리와 디저트가 남아있었다. 어떻게 더 먹지 싶었는데, 담당 서버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지 조금 쉬었다 먹겠냐는 질문을 먼저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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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꿔바로우

소고기 구이 대신 받은 것은 약간 매콤한 닭고기 꿔바로우였다. 알레르기 때문에 탕수육을 못 먹은 지도 몇 년 되었는데, 이렇게 의외의 곳에서 먹게 될 줄이야. 튀김 옷도, 소스도 딱 내 취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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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요리

새우는 언제나 옳지만, 신선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비린 냄새가 났던 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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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r-fry sugar snap, cloud ear and ginger

이렇게 맛있는 채소 볶음이라니! 분명 볶음이었는데 슈거 스냅의 아삭함이 살아있었다. 어떻게 만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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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서빙되는 디저트를 보며 나와 남편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크기는 작지만, 뭘 이렇게 많이 주는지. 엄마에게 사진을 보내자 "이 중 하나 골라 먹는 거야?"라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하나만 먹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맛만 볼 생각이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다 먹고 없었다. 내 다이어트는 어디로.


브런치에 다녀오면 배가 부를 것 같아 저녁으로는 샐러드 재료를 사두었지만, 저녁은 커녕 다음 날 아침에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맨날 보는 남편과 무슨 얘기를 하며 그렇게 즐거워했는지 모르겠다. 화창한 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야외 좌석에서 계속 먹고 마시며 웃었던 기억. 날이 더워지기 전에 또 한 번 더 갈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이전 글 : [무스카트] 오만의 아침 메뉴가 궁금하다면. Kargeen Restaurant.


맛집정보

Hakkasan Abu Dha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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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rates Palace - Corniche Rd W - Abu Dhabi - 아랍에미리트


맛집 #9. 너무나 즐거웠던 브런치, Hakkasan Abu Dhabi

이 글은 Tasteem 컨테스트
내가 소개하는 이번 주 맛집에 참가한 글입니다.


테이스팀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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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테이스팀 서포터즈 @bbooaae 입니다^^!
@realsunny님 굳이 영어로 알려주신 샐러드 먹고 보고싶습니다.
ㅋㅋㅋ 처음 보는 음식들이 많네요
앞으로의 멋진 활동 기대하며, 테이스팀이었습니닷!!

굳이 영어로 올려주신 샐러드 ㅋㅋㅋㅋㅋㅋ 근데 저거 완전 강추해요. 하카산 다른 브랜치 혹시 갈 기회 생기면 단품으로라도 드셔보세요.

분위기도 우아하고 잘 대접받는 느낌이 들거 같아요~

네 직원분들도 친절하시고 음식도 예뻐서 좋았어요!

우와 직접찍으신 사진인가요? 너무 멋지네요
음식도 정말 맛있어보입니다

안녕하세요! 네 직접 찍었어요 :) 휴대폰으로 찍어서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음식은 정말 맛있었어요!!

종류도 많고 브런치의 개념이 다르군요 ㅎㅎ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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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느긋한 아침겸 점심보다는... 주말에 한 끼(?)만 먹겠다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ㅋ

아부다비! 우와

ㅎㅎ 다채롭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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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sunny님~ 멋진 포스팅 꼬마워요~ <3 내가 소개하는 이번 주 맛집 콘테스트에서 돋보이는 퀄리티를 보여주고 계시네요! 감사를 전하며 보팅을 두고 가요. 이번 콘테스트 우승을 바라며, 행운을 빌어요!

브런치라 하기엔 고급지네요. 먹다보면 브런치인걸 잊어버리겠어요.

여긴 브런치라는 개념 자체가 다르더라고요. Friday / Sunday Brunch가 이곳저곳에서 행해지는데 모두 12시에 시작해서 4시에 끝나요. 오히려 뷔페 브런치는 배부르면 그만 먹는데.. 코스 요리로 나오니깐 먹고 또 먹어서 저 날은 거의 4시간 꽉 채워서 먹었어요 +_ +

위로 솟구치는 모습의 음식이 새우 만두인건가요? 엄청난 비주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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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ㅋㅋ 저도 깜짝 놀랐어요. 저 튀김이조금만 덜 기름졌다면 훨씬 좋았을텐데 아쉬워요.

Hi @real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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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무슨 음식잡지 퀄이네요 @@
다 맛있어보이지만 채소볶음과 특히 디저트!!! 에 눈이 갑니다 ~

앗! 감사합니다. +_ +
카메라를 가져갔으면 좋았을텐데, 갈 때만 해도 실내에 앉을 생각이라 휴대폰만 가져가서 아쉬워하고 있었어요.
색이라도 실제처럼 맞추려고 열심히 보정한 보람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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