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스팀) 매워도 다시한번이 아니라 매워서 다시한번 먹은 떡볶이 - 관덕정 분식

in #tasteem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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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매운 맛을 찾기는 해변에서 바늘찾기만큼 어렵다.
나는 그렇게 매운 맛을 좋아하는데, 제주도에서 매운맛을 내는 음식점을 아직 손에 꼽을 만큼밖에 찾지 못했다.

며칠 전 제주 향토음식을 같이 배웠던 친구같은 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언니~ 관덕정 분식이라고 알아?"

다짜고짜 친구가 물은 것은 이것이었다.
자기 아는 사람들이 제주도 맛집은 거의 꽉잡고 있는 친구가 관덕정 분식을 모른다고 한마디를 했단다.
친구는 아마도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간 듯했다.ㅋ
나도 맛집이 궁금하면 항상 그 친구한테 전화해서 물을 정도로 분야별로 취향별로 꽉 잡고 있는 친구였기 때문이다.

관덕정이면 우리 동네인데, 나도 전혀 모르겠다.
근데, 전화를 받고 생각해 보니 한군데 짐작이 가는 곳이 있다.
지난 봄에 남편이랑 제주도 올레길을 다 걸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올레 수첩을 사러 관덕정 근처에 있는 올레 라운지(제주도에서는 간세 라운지라고 부른다.)에 갔는데, 거기가 리모델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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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18코스 시작점이다.
저 돌담 뒤로 간세라운지가 있다.

안으로 들어가서 왜 리모델링을 하는지 알아봤더니, 봄에 올레꾼 많아지기 전에 간세라운지도 새단장하고 원래 '우유부단'이라고 유기농 우유를 팔던 매장이 분식점으로 바뀐다고 한다.

이 분식집 이름이 '관덕정 분식'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친구의 설욕도 하고, 소문의 진상도 알아 보자며 둘이서 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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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마음에 너무 일찍 갔다.ㅜㅜ
아직 오픈 전이다.
그래도 들어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겉에서 보기에 전혀 분식집 같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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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 더 심하게 분식집 같지 않다.
뭔가 잘못 알고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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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집 메뉴 구성이 특이하다.
대부분의 메뉴가 분식집에서 팔 것 같은 것들이지만, 뭔가 데코레이션이 화려하고 멋졌다.

메뉴판이 뚫어지게 분석한 우리는 떡볶이와 봉골레 수제비, 그리고 크림 만두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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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나온 크림 만두이다.
이걸 한개 먹고 우리의 의심은 완전히 무너졌다.
양송이를 맛있게 굽고, 교자만두를 마치 크림파스타를 만들듯이 요리한 것이, 여지껏 먹어보지 못한 만두의 맛이었다.
이 크림 만두는 대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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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나온 떡볶이다.
양이 좀 부족해 보였지만, 이게 제주도에서 맛볼 수 없는 매콤한 맛을 제대로 낸 떡볶이였다.
쫄깃한 밀떡도 마음에 들고 적절하게 쫄여서 국물도 끈적한 것이 아주 잘 만든 떡볶이였다.
이제 우리는 의심을 벗고 긍정적인 자세로 음식을 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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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주문한 봉골레 수제비이다.
마치 봉골레 파스타처럼 바지락으로 국물 맛을 내고, 얇은 수제비는 쫄깃하고, 태국고추로 매콤하고 칼칼한 맛까지 냈다.
어쩜 이럴 수 있지?

그래서 우린 다시 메뉴판을 스캔했다.
그러면서 옆 테이블도 스캔했다.
벌써 모든 테이블이 꽉 찼는데, 다들 아주 멋진 음식들을 먹고 있었다.

눈에 들어온 것은 치즈감자튀김이었지만, 우린 '아란치니'라는 것을 추가로 주문했다.
왜?

그래야 매콤하고 맛있는 떡볶이를 하나 더 주문해도 자연스러워 보일테니까..ㅋ

아란치니에 떡볶이와 같이 먹으라는 설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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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란치니는 튀긴 주먹밥 안에 모짜렐라 치즈가 듬뿍 들어간 떡볶이의 사이드 메뉴였다.

이걸 먹어야 하니 떡볶이도 하나 더 주세요.^^

라고 자연스럽게 추가주문을 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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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워도 다시한번, 아니 매워서 다시한번 주문한 떡볶이...

이렇게 해서 둘이서 4인분을 먹은 셈이다..ㅋ

이집에서 사용하는 그릇들이 아마도 스페인 하숙에 나오는 차승원의 그릇들 같다는 얘기도 한참을 했다.
꽤 비싼 그릇이라는데, 분식집에서 이런 그릇에 음식을 내다니...

그런데 우리 눈에 들어온 건 뭔가가 화려하게 튀긴 접시가 옆 테이블로 서빙되는 장면이었다.

애지간히 놀랬지만, 이미 너무나 많은 걸 추가주문해 먹은 우리는 자제하고 곧 다시 와서 다른 메뉴도 먹어보기로 했다.

기분좋게 관덕정 분식을 나오면서 우리가 한 말은

이집 맛집 맞네.^^

였다.

관덕정 분식은 제주도의 유명한 시장인 동문시장 맞은 편에 있다.
동문시장에도 유명한 떡볶이 집이 있지만, 마치 레스토랑같은 분위기와 이태리 식당에나 있을 것 같은 메뉴가 분식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색다른 음식을 맛보고 싶으면 꼭 한번 가봐도 좋을 집이다.
특히 매콤한 떡볶이와 어울리는 다양한 음식이 있으니까,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ㅋㅋ


맛집정보

관덕정 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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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일도1동 관덕로8길 7-9


(테이스팀) 매워도 다시한번이 아니라 매워서 다시한번 먹은 떡볶이 - 관덕정 분식

이 글은 Tasteem 컨테스트
매워도 다시한번, 화끈한 음식점에 참가한 글입니다.


테이스팀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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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맛있어서 정말로 모든 메뉴를 다 먹어보고 싶었습니다.ㅋ

제주도라서 그런지 분식집도 어마어마하군요
너무 맛있을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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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녀편에 있는 동문시장 분식집은 그냥 시장 분식집 분위기 그대로 입니다.
이집은 이런 새로운 컨셉을 잡아서 아마도 몇달만에 맛집으로 등극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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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워도 다시한번, 화끈한 음식점 콘테스트에 응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gghite님의 포스팅으로 테이스팀이 더 매력적인 곳이 되고 있어요. 콘테스트에서 우승하길 바라며, 보팅을 남기고 갈게요. 행운을 빌어요!

분위기 있는 떡볶이집이네요 맛이 궁금합니다 ㅎ

우선 친구랑 4가지를 먹어봤는데, 다 맛있었습니다.
나머지도 그럴 거란 확실한 믿음이..ㅋ

와.. 여길 분식집이라고 불러도 되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대박입니다

인테리어도 레스토랑처럼 고급지고, 테이블 간격도 널찍해서 아주 럭셔리하게 떡볶이를 먹을 수 있더라구요.ㅋ

처음 제주도서 떡볶이를 먹을때 기억납니다.
아주머니가 많이 맵다고... 포장해서 호텔 들어와서 먹었는데... ㅍㅎㅎ... 이런 정도를 맵다고 생각하는구나... 제주 사람들은...

경험해 보셨군요.
제주도 사람들은 매운 게 뭔지 모르는 사람들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이집은 정말 매운맛을 제대로 냈더라구요.
우린 이런 걸 육지맛이라고 한답니다.ㅋㅋㅋ

제가 아는 분식점 분위기와 메뉴들이 아니네요~
요즘 분식집인가봅니다~ ㅎ

분위기도 완전 새롭고요, 요리법도 새롭더라구요.
그래도 분식맛을 완전 벗어나지 않고 세련되게 요리했다는 점이 강점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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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가요~ 손이가~ 자꾸 손이 갈것 같은 매운맛!! 너무 좋아요~

떡볶이를 매콤하게 잘하는 집은 다른 것도 다 맛있는 거 같아요.ㅋ

분식집 분위기가 카페네요 ㅎㅎ 퓨전 분식집인가봐요 ㅎ 메뉴가 특이한게 많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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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없는 퓨전 분식이 아니었다는 점이 이집의 장점입니다.
정말 놀라운 맛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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