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 사장의 푸념

in #stimcity2 years ago

20세기 소년의 바로 옆 건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던 푸 사장이 결국 영업을 접기로 결심했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매출 타격을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내가 장충동으로 잠시 돌아온 일주일 동안 거의 매일 바에 앉아 푸념과 하소연을 쏟아낸다.

"위드코로나가 시작된 11월에는 잘 됐어요. 이대로만 가면 매출 손실을 어느 정도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 판단했죠. 그런데 12월 들면서 모든 회식 예약들이 줄줄이 취소됐어요. 더 이상은 버티기가 어려워요."

그의 푸념은 사업을 접기로 한 데 따른 허탈함 때문만은 아니다. 아들을 위해 가게를 계약해준데다 직접 주방에 나와 일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면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죄책감에도 휩싸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시시때때로 인근 술집을 오가며 취해 있는 시간이 더 많고, 어머니는 또 그런 아들을 안쓰럽게 찾으러 다닌다.

사업을 접고 난 뒤 찾아올 상황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그에게 나는 어쭙잖게 말했다.

"사람이 진짜 망하는 건 사업이 망해서가 아니라 멘탈이 망해서입니다. 아마 어머니도 그걸 더 걱정하실 거예요. 어찌됐든 자신의 마음을 잘 보살피면 푸 사장은 다시 일어설 겁니다. 한숨 내쉬는 버릇부터 고치세요. 어느 순간부터 한숨을 쉬지 않겠다고 결심하세요."

사실 그 말은 나에게 하는 다짐과도 같았다.

나는 푸 사장에게 덧붙였다.

"푸 사장은 프랑스에서 삼겹살 사업을 다시 일으킬 겁니다. 왜냐고요? 내가 당신을 부를 거니까요."

그는 너털 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듣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얘기네요. 한번 놀러는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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