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난해지기_1(고등 수학에 주의)

in #stimcity3 years ago

로또 사셨어요? 오늘 토요일인데..... 이웃 횟집 실장님이 물었다.
아뇨, 전 한 번도 산 적이 없는데요...
에이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쪼는 맛으로 살아야죠. 그거라도 희망이 있어야....
아 그건 천천히 가난해지는 습관이에요. 드라이한 내가 말했다.
그가 또 물었다. 보험으로 한 달에 백만원 정도 나가는데 제가 든 보험이 잘 든건지 모르겠네요.
아 전 의무가입인 자동차보험을 빼면 한 번도 보험에 든 적이 없어요.
그래도 불안해서 생명보험, 암보험 등등은 가입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없는 사람들은 이런게 두려워요.
아 보험은 천천히 가난해지는 금융상품이에요. 드라이한 내가 또 말했다.

오늘도 로또 가게 앞은 붐빈다.
건설현장의 노동자들,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 커피집에서 알바하는 분들이 줄을 서서 로또를 산다.
사실 로또를 사야하는 사람들은 수십억씩 있는 부자들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늘 반대다. 부자들은 거의 로또를 사지 않는다.
부자들은 의무적인 보험 외에는 개인적인 보험을 거의 사지 않는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확률을 안다.
시급 만원 혹은 일당 십만원을 받는 분들에게 일주일에 몇 만원씩 사는 로또 투자는 작은게 아니다.
그들의 벌이에서 몇 만원은 크다.

초등학교 수학. 예를 들어, 일주일에 만원씩 다섯번 로또를 사면 오만원.....이백만원 벌이의 2.5%이다. 언뜻보면 작아 보인다.

그러나, 이게 작은가? 아니다.
대개 이 분들이 오십만원의 월세를 낸다. 모바일 통신비를 오만원 낸다. 교통비는 이십만원, 밥을 해결하는데 대략 삼십만원을 쓴다. 기본적인 옷도 사야한다. 월 십만원이라고 하자. 친구가 몇 명이라도 있다면 같이 소주 한 잔 해야한다. 친구들 몇 번 만나면 월 십만원은 우습다. 인터넷 쇼핑으로 집안의 소모품도 사야하고 가끔 세탁도 맡겨야 하고 안경도 새로 해야 하고 가끔은 영화도 봐야한다 등등....
사람마다 다르지만 아무리 작게 잡아도 이백만원 벌이에서 백오십만원에서 백팔십만원 정도가 자동으로 통장에서 카드에서 빠져나간다. 사실은 적자가 아니면 다행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고정적인 지출을 다 빼고 투자할 금액으로 월 이십만원의 여유가 생긴다고 하자. (사실 이백만원을 버는 사람 중에 이십만원의 여유가 생기는 분은 거의 보지 못했지만....) 그러면 내 로또 오만원이 내 투자 가능금액의 25% 가 된다. 내가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의 25%가 기대값이 반에 불과한 곳에 아무런 심리적 저항없이 지속적으로 투자된다.
다시 초등 수학....25%는 작은 비율이 아니다.
30~40년전 서울에서 1억짜리 집을 산 사람과 좀 더 좋은 자리(어쩌면 강남)에 있는 집을 1억2천5백만원에 산 사람이 있다. 그 때 이 차이가 미래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현인이다. 25%의 차이이다. 금액으로는 2천5백만원 차이. 지금 두 집은 언뜻 생각해도 5억에서 10억 이상 차이가 난다. 이 큰 차이가 투자자금의 차이 25%에서 기인했다.

이제 보험....
보험의 원리는 한국의 전통인 두레, 품앗이, 계 와 유사하다. 많은 사람이 돈을 모아서 적립하였다가 사고를 당한 사람, 목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게 보험이다. 언뜻 생각하면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험은 어쩔 수 없이 보험업자의 이익에 맞추어진 비지니스이다.
초등 수학 다시....
두레, 품앗이, 계 등등에서는 별다른 유지 비용이 없다. 즉 동네 이장이 혹은 계주가 본인의 노동력을 들여 본인의 집에 살면서 이 일을 하면서 따로 급여를 받거나 이익을 내지 않느다. 다시 말해 100이라는 돈이 모이면 100을 모두 구성원들에게 분배하게 되어있는 구조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 보험회사는 100이란 돈에서 먼저 판매원에게 영업 인센티브로 20을 준다. 80이 남았다. 보험회사의 사옥과 지점들의 임대료, 관리비, 본사 직원들의 높은 급여 등등이 또 20 나간다. 그리고 나서 제일 중요한게 남았다. 보험회사의 이익이다. 10이 또 빠져나간다. 그러면, 남은 50으로 보험료를 낸 모든 분들이 사고를 당했을 때, 혹은 사망하였을 때 나누어 가지는 시스템이다. 많은 생명보험은 어떤 이유로든 잊혀져서 영원히 보험회사의 계좌에서 잠잔다. 손해보험은 네거티블설렉션의 대표적인 본보기이다. 선량한 사람이 확률적으로 불리하다. 수 많은 보험사기와 사기 수준은 아닐지라도 보험금을 탈 확률이 높은 사람들이 귀신같이 가입한다. 지급된 보험금과 영업비용이 커지면 보험회사와 정부는 합작해 보험료를 올린다. 그들은 늘 이기는 게임을 한다.

로또던 보험이던 기대값이 반에 불과한 투자이다. 기대값이 1보다 작은 투자를 반복하면 그 투자는 거의 반드시(99.99%) 망한다. 다시 말해 시간이 갈 수록 내 몫이 줄어드는 투자이다.

그러나, 이런 말을 반복해도 이 분들은 내 말을 믿지 않느다. 아니, 믿는 척 하기는 한다. 그러나 습관을 바꾸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로또에서 줄어든 금액을 만회하기 위해서 최소한 25% 이상의 시간을 더 일해야 하고(보험을 가입하면 30%이상의 시간을 더 일해야 한다) 따라서 삶의 질이 개선되기 어렵다. 이제 주변에 안따까운 사연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물론 더 넓게 생각해 보면 사람에게 일주일 동안의 희망과 토요일 밤의 짜릿함.....생명보험과 암보험을 가지고 있다는 뿌듯함과 안도감이 인생의 행복에서 더 크다면 내 생각은 삶의 풍미를 모르는 저급한 생각에 불과하다.

그런데 난 천천히 가난해지는 것보다 중요할 수 있는 천천히 수명을 줄이는 술과 담배를 왜 오늘도 하고 있는걸까....
더 중요한 걸 실천하지 못하는 바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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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넘나 재밌습니다. 다음 편 기다릴게요!!

2화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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