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린's 100] 메시도 꿈을 꾸는데

in #stimcity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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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한판 승부를 보고 나니 마음이 시원해졌습니다. 월드컵 결승을 이렇게 손에 땀을 쥐고 본 적이 있었던 가 싶습니다. 메시는 원하던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세계가 그의 이룬 꿈에 환호했습니다. 잘 난 슈퍼스타를 이렇게까지 응원할 일입니까? 가진 이가 더 가지기를 꿈꾸는 데 전 세계인이 응원하는 일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입니다. 질투도 박탈감도 없이 전심으로 말입니다.



완전한 인간에 대한 동경이었을까요? 메시는 실력이나 성적이나 심지어 인성에서까지 뭐 하나 흠잡을 게 없는 슈퍼 휴먼 같아 보입니다. 그러니 모두들 그에 동화되어 그의 꿈에 함께 참여하고 싶어 했겠지요. 심지어 그런 슈퍼스타조차 손에 쥐지 못하는, 번번이 좌절을 안겨주는 월드컵 우승 트로피. 게다가 9회 말 역전만루 홈런 같은 골든골, 승부차기까지. 이 완벽한 시나리오는 그가 날아온 별의 신이 써준 각본입니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역전 드라마 한 편을 전 지구인들이 보고 기뻐했습니다.



누구나 어느 생에 한 번은 메시처럼 살아보고 싶다 생각할 듯 합니다. 심지어 그는 러브스토리조차 매혹적이더군요. 그런 외계인 메시도, 등장부터 화려했던 그도 꿈을 꾸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은 은퇴를 생각해야 할 나이에 가까워질수록 더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축구가 단체경기이니 자기 혼자 잘한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국가 대항전인 월드컵은 자국민 모두가 지켜보는 전쟁 같은 것 아닙니까? 유독 국가대표팀에서만 부진했던 메시의 마음고생을 누가 알겠습니까? 이루었으나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것 같았을 그의 채워지지 않는 2% 말이죠.



그런 것 무시하고 얻은 것에만 마음을 쌓을 수 있지만, 계속 눈에 밟히는 그것을 어찌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원한다고, 나 혼자 기를 쓰고 애를 써도 얻을 수 없는 그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꿈을 꾼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4년에 한 번 기회가 주어지는 이것을 얻으려면, 실력뿐만 아니라 운과 동료, 감독, 팀원들이 모두 합을 맞추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니 참 지랄 맞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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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그냥 포기해 버리는 게 마음 편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 상이란 상을 다 타버릴수록 그것에 대한 갈망과 빈자리는 더더욱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그것을 이뤄 낼 수 있을까요? 지켜보는 우리도 이렇게 간절하고 조마조마한데 말이죠.



결국 판타지 영화 같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으니, 메시는 우리에게 너는 뭐라고 꿈꾸지 않느냐고 한소리 할만합니다. 나도 이렇게 꿈을 꾸는데 말이죠. 그리고 이루었는데. 기적 같은 일이, 영화 같은 일이 이렇게 현실에 여전히 일어나는 데 말이죠.



누군가 메시나 되니까 그런 꿈을 꾸는 거라고 한다면, 메시가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게 당신이 꿈을 이루는 것보다 쉬운 일일 것 같냐고 묻겠습니다. 외계인 메시도 불가능한 꿈이란 게 있는데 말이죠. 결국 그는 지구인들의 응원을 온몸에 충전하고 나서야 그것을 이룰 수 있었는데 말이죠. 니 꿈이 뭐라고.



그런데 그의 직장 동료이자, 그의 꿈을 최선을 다해 저지하던 음바페는 앞으로 더 할 것 같습니다. 데뷔하자마자 운인지 실력인지, 메시가 그토록 염원하던 월드컵 트로피부터 받아놓고 시작한 이 신성新星은, 정말 두려운 게 하나도 없어 보이더군요. 신적 경지에 오른 스타 앞에 서면 주눅이 들거나 위축이 될 만도 한데, 이미 그는 데뷔 때부터 라이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로 메시를 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질질 끌려가던 경기를 한방에 뒤집어 놓다니 말이죠. 결과적으로 이번 승부의 결정적 순간을 만들어 낸 프랑스 젊은 선수들의 실축. 그게 젊어 그렇다고 말하기엔 페널티킥 2번에 승부차기까지 모두 성공시킨 어린 음바페는 그럼 뭐냐고 일축할 만큼 그의 멘탈은 대단했습니다.



승부를 가른 결정적인 순간은 실은 동전던지기 였습니다. 승부차기 선축과 진영을 선택하는 동전던지기에서 선을 잡은 메시는 통상 선축을 선택하는 관례를 벗어나 진영을 선택했습니다. 아르헨티나 팬들이 가득 들어찬 골대 쪽으로 말이죠. 지난 <글쓰기 유랑단 in 파리> 중 마법사는 태어나 처음으로 프로리그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메시-네이마르-음바페가 한 팀에서 뛰는 파리 생제르망의 홈경기를 라이브로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건 봐줘야겠죠? 21세기를 여행하는 기념으로 말이죠. 비싼 좌석만 남아서 눈물을 머금고 예매를 했지만 이제 와보니 보길 정말 잘했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건 이 지구방위대의 실전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어마어마한 관중들의 야유를 목격했거든요. 원정팀이 몸을 풀기 위해 경기장에 등장하자 쏟아지던 홈팬들의 야유가 정말 엄청난 에너지로 경기장을 뒤흔들었습니다. 아니 도대체 프로 선수들의 멘탈이란 강철 그것 자체가 아닐까 싶더군요. 악플 백만 개가 날아와 심장에 꽂히는 것 같달까? 암튼 경기의 현장감보다 야유의 현장감이 너무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보니 승부차기의 승부를 가른 건 동전던지기였구나 깨닫게 된 겁니다. 메시는 노련하고 또한 지혜로웠구요. 그렇잖아도 긴장감 백 배인 승부차기에서 상대팀 응원단이 쏟아내는 저주의 눈빛을 뚫기란 보통의 사람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공포 그 자체 였을 겁니다. 젊은 선수들 둘이 흔들렸고, 음바페는 강심장으로도 승리를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여기까지 이르러서도 운칠기삼이요, 그 운을 가르는 것은 선택이라는 것. 노련한 지혜가 젊은 강심장을 휙 제끼는 이 대회의 결정적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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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승부차기는 거저 얻어진 게 아닙니다. 외계인 메시가 실력을 다 털고 운까지 꺼내어 쓰게 만든 음바페의 기삼은, 기상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이 젊은 강심장은 아르헨티나팀에게 호되게 당한 결승전 전반이 끝나고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서 멘탈이 나간 동료들에게,



"이건 월드컵 결승전이라고! 일생일대의 경기인데 우린 지금 최악이야. 이제 우린 그라운드로 돌아가는데, 아르헨티나가 (지금처럼) 경기하도록 놔두지 않으려면 더 격렬하게 싸워야 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해야 해. 2골을 뒤지고 있지만 충분히 경기를 뒤집을 수 있어. 다른 마음가짐으로 그라운드로 나서야 해. 할 수 있어. 얘들아, 4년에 한 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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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입니다. 4년에 한 번이고 젊은 음바페는 이미 지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도전할 날들은 많습니다. 아마 이대로면 메시가 가진 기록들 대부분을 차례차례 갈아치울 겁니다. 그런데 저 호통은 무엇일까요? 단순한 승부욕일까요? 실제로 후반전과 연장전, 승부차기까지 그가 보여준 에너지와 멘탈은, 아 저 친구는 또 어느 별에서 온 것인가 생각하게 만드는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그에 대한 선입견으로 메시처럼 마음이 가는 친구는 아니고, 이번에 몰락한 날강두의 뒤나 잇지 않을까 생각하던 마법사는 이 친구의 태도와 멘탈에 정신이 바짝 들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메시는 라이벌 운조차 좋았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철이 철을 날카롭게 한다더니 음바페의 응전이 없었다면 그의 마지막 대관식이 이토록 감동적일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시작부터 메시를 접고 들어가는 이 신성은 도대체 앞으로 어떤 괴물로 성장하게 될까요?



월드컵도 4년에 한 번이고, 이 업계를 들었다 놓는 비트코인 반감기도 4년에 한 번입니다. 지난 시즌의 스타들은 어디로 사라지고 없고 누군가는 번번이 도전하지만 번번이 절망합니다. 하지만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은 모두 같습니다. 자책골을 넣었다고 살해당하는 일은 드문 일이지만, 자기 인생을 걸었다가 폭락장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은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건 전쟁인데, 우린 언제나 최악입니다. 인생과 자산을 다 걸고 모험에 나서려면 더 격렬하게 싸워야 합니다. 200원대로 떨어졌지만 충분히 결과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다른 마음가짐으로 전투에 나선다면 말이죠. 그 마음가짐은 무엇입니까? 꿈꾸는 일, 꿈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죠. 결승전에서 2골을 뒤지고 있던 어린 음바페조차 포기하지 않았는데, 은퇴를 앞둔 마지막 월드컵에서, 하나만 빼고 모든 것을 다 가진 메시조차 포기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넌 뭐라고 꿈꾸지 않습니까? 넌 뭐라고 포기합니까?



올해도 모두 수고가 많았습니다. 모두가 떠나간 경기장을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홈관중의 야유보다 지독한 것은 무관심과 냉대니까요. 2023년에도 지켜 나가 봅시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멀린's 100 (seaso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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