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MD의 모든것] 006.패션회사에서 원하는 MD역량은 무엇일까? 현직 MD팀장이 눈여겨 보는 것
나는 전공자도 아닌데 패션 MD가 될 수 있을 까? 패션관련 전문 지식이 없어도 괜찮을까? 패션회사 취업을 준비하는 또는 신입사원 비전공자들 중에 이런 고민을 하는 후배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은 그런 후배들을 위한 글을 써보려고 한다.
광고홍보학을 전공하고 한 패션유통 회사의 마케팅팀으로 입사한 나는, 몇년후 MD로 전향하게 된다. 처음 MD가 되었을때 나는 형편없었고 나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 그리고 나는 18년이나 패션 유통업계에서 살아남았고, 준명품 여성복, 캐주얼SPA브랜드 등을 두루 경험했으며, 현재 외국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에서 MD팀장을 맡고 있다.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도 평균미만의 평가를 받은적은 없으며, 원하는 이직에 실패한 적도 없다. 바로 패션회사가 요구하는 MD의 핵심 역량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 내가 우리 팀원 MD들을 평가하게 되었는데, 나 또한 아래의 핵심 역량을 평가의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협력을 이끄는 의사소통 능력
MD는 상품을 개발 하기 위한 초기 기획 아이디어를 내는 담당자인 동시에, 다양한 팀의 협력을 이끌어 꿈이 현실이 되도록 만드는 리더의 역할을 한다. 디자이너, 생산팀, 영업부, 마케팅팀, 재무팀 등 회사의 거의 모든팀과 유관 업무를 하는 팀은 상품팀 뿐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이다. 디자이너를 통해 원하는 상품을 그려내고, 생산팀을 통해 원하는 납기와 원가에 맞춰 상품을 만들어 내고, 영업 & 마케팅과 협력하여 상품을 멋지게 출시하고 판매하는 등 MD는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모든 과정, 즉 이 비지니스의 모든 과정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명확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 효율적이고 탁월한 의사소통 능력과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
간혹 의사소통 능력을 사람 좋아하고 말하는 것 좋아하는 두루두루 성격이 좋은 것으로 혼동하기 쉽다. 회사에서의 훌륭한 의사소통 능력은 사교적인 것과는 다르다.
MD에게 필요한 의사소통 능력이란 : 전달하고 싶은 내용은 정확히 전달하고, 상대방이 두리뭉실하게 이야기 해도 의견을 요지를 잘 파악하고, 각팀의 다양한 의견을 잘 수렴하여 명확한 결론에 이르게 정리하는 능력을 말한다. 다시 말해 단순하게 말하고, 복잡한 내용도 단순하게 정리하고, 핵심만 소통하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이해 관계가 각기 다른 여러팀을 움직이게 해야하므로, 협력을 이끌어 내는 설득력을 바탕으로한 리더십도 중요한 역량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신이 해외브랜드 상품을 담당하는 바잉MD라면, 본사의 상품 개발팀과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 경우 외국어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이 중요한 역량으로 평가될 수 있다. 앞서 말하기 좋아하는 것이 의사소통 능력이 아니라고 이야기 했듯, 외국어를 잘 하는 것만이 외국어로 잘 의사소통 하는 것의 전부는 아니다. 중학생 수준의 어휘를 사용해서라도 필요한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있다면 충분하다. '외국어를 못하는데 어떻게 의사소통을 잘하냐? 뜬구름 잡는 소리하고 있네'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실제로 짧은 외국어로도 중요한 회의에서 본인의 의견을 기가막히게 표현해내는 직원들을 꽤 여러명 알고 있다. (한두명이 아니다.)
●논리적 사고 (feat. 리서치 & 엑셀)
패션회사에서 MD는 비지니스의 핵심이다. 회사가 MD에게 원하는 것은 비지니스를 살리는 전략이다. 언제나 사실을 바탕으로 한 근거를 가지고 있고, 숫자로 말하길 요구 당한다. 꾸준한 리서치를 통해 시장의 변화와 소비자의 변화를 상품에 반영하고, 새로운 상품으로 비니지스를 얼마나 성장시킬 것인지 숫자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논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엑셀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능력이 합쳐진다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숫자로 표현할 준비가 된다.
예를 들어, "요즘은 통넓은 바지가 트렌드 입니다."는 "2-30대 소비자 3백명을 조사한 결과, 일주일에 와이드핏 팬츠를 하루 이상 착용하는 소비자가 전년보다 20% 증가했습니다." 와 같이 근거에 바탕으로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이를 연마하기 위하여, 머리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논리적 근거와 숫자에 기반하여 검증할 수 있는 사고를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좋다. 물론 오랜 시간 한 조닝의 시장을 경험하면 트렌드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회사 내의 구성원들이 모두 이와 같은 '센스'를 가지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정확하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라도 논리적사고는 늘 탑재하는 것이 좋다.
●비지니스형 오픈마인드
오픈 마인드란, 일반적으로 편견없는 마인드를 이야기 한다. 나는 훌륭한 패션 MD가 되기 위해서도 이와같은 태도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특히 비지니스 상황에 걸맞는 오픈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비지니스형 오픈 마인드는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여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새로운 가능성이나 솔루션을 찾을 수 있는 태도를 말한다.
기획MD가 처음 기획한 상품은 디자이너, 생산MD를 거쳐 샘플링되고 생산되는 과정에서 많이 달라져 있게 마련이다. 내가 원했던 상품은 오렌지 인데, 원가를 맞추기 위해 다른 원단을 쓰고, 납기를 맞추기 위해 다른 부자재를 사용하고.. 등등 만들다 보면 귤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여기서 유관 부서들이 오렌지는 아니지만 귤도 현재 시장에서 반응이 좋고 매출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진행하자고 한다면 MD는 어떻게 해야할까?
오렌지사태의 경우, 비지니스형 오픈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이렇게 한다.
다음과 같은 몇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진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과 다른가. 이번 시즌 전략 방향에 저해되는가. 오렌지에 기대했던 매출보다 얼마나 줄어드는가? 귤로도 해당 금액을 달성할 수 있는가, 가격은 오렌지보다 얼마나 싸게 매겨야하는가, 혹시 낑깡에 대한 수요도 있는 것 아닌가? 등등이다.
모든 질문에 대해서 치명적인 문제가 발견되지 않고 시장의 가능성이 어느정도 확인 되었다면 지체하지 않고 진행한다.
그런데 간혹 패션을 상품으로 보지 않고, 예술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낑깡은 커녕 귤을 절대로 용납하지 못해서 고통스러워 하는 경우가 있다. MD는 한편 크리에이터이기 때문에,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자존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자기 눈에 예뻐보이는 것에 대한 집착이 없어야 소비자를 대상으로 '장사'를 할 수 있다. 방망이 깎는 노인과 같은 애티튜드는 일부 디자이너 부띠끄에서는 환영받을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일반 대중 패션 유통회사에서는 팔리는 상품은 뒷전으로 하고 자아실현만 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간주된다.
아니 이런 것들이 정말 회사가 원하는 것들이라고? 도대체 스펙 같은 것들은 중요하지 않은 것인가?
물론 중요하다. 대졸 신입사원을 뽑는데 전문대졸이 지원을 하면 영원히 서류 통과의 기회는 없을 것이다. 지원 자격 이상의 스펙은 기본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여야 한다. 하지만, 지원 자격이상의 스펙이 준비가 되어 있다면, 과도한 추가 스펙쌓기에 시간을 보내기 보다, 앞서 말한 역량들을 강력하게 개발하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경쟁력을 높힐 수 있다.
요약하면 나는 아래의 세가지를 좋은 MD가 되는 핵심 역량으로 본다.
협력을 이끄는 의사소통 능력 / 논리적 사고 (feat. 리서치 & 엑셀) /비지니스형 오픈마인드
이 역량들은 연습을 통해서 얼마든지 기를수 있다. 비지니스 의사소통에 관한 책은 서점에 수십가지가 넘고, 엑셀 스킬에 대한 유투브 영상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취준생이라면 패션회사 인턴이나 알바 등 관련 경험을 쌓으면서, 신입사원 이라면 실무를 하는 과정에서 위의 역량들에 초점을 맞추고 독서, 강의 등을 통해 자기계발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면 훌륭한 MD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