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ic Catch] 일방적인 감정의 제시

in #stimcity2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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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govia, Spain



나는 전화국을 생각했다. 선이 연결되어 있다. 이 방에서 죽 어디까지나 그 선은 연결되어 있다. 나는 원리적으로는 누구와도 연결될 수가 있다. 앵커리지에라도 전화를 걸 수 있다. 돌핀 호텔에라도, 헤어진 아내에게라도 전화를 걸 수 있다. 거기에는 무수한 가능성이 있다. 연결점은 전화국에 있다. 컴퓨터가 그 연결점을 처리하고 있다. 숫자 배열에 의해 연결점이 전환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성립한다. 전선이나 지하 케이블이나 해저 터널이나 통신 위성 등을 통해서 우리는 연결된다. 거대한 컴퓨터가 그것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제아무리 우수하고 정밀한 방식이라 해도, 우리가 이야기하려는 의지를 갖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연결할 수 없다. 게다가 설사 그러한 의지를 가졌다 해도, 이번과 같이 이쪽이 상대의 전화번호를 알지 못한다면(물어보는 걸 잊은 것이다.) 연결될 수가 없다. 또한 번호를 제대로 들었다 해도, 잊어버리거나 메모를 분실해 버리는 수도 있다. 번호를 외우고 있더라도 다이얼을 잘못 돌리는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어디로도 연결되지 못한다. 우리는 지극히 불완전하고 반성을 모르는 종족인 것이다. 그리고 또 있다. 내가 설령 그러한 조건들을 완비해서 유키에게 전화를 걸 수 있었다 해도, 그녀는 “지금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안녕(딸깍!)”하고 전화를 끊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거기에 대화라는 것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것은 일방적인 감정의 제시일 수밖에 없다.

전화는 그런 사실에 초조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_ 댄스 댄스 댄스, 무라카미 하루키



二天十八年 十月五日




Unit 182.
Photo by @kyotob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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