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산책>
---채 선---
그러니까 지금 여긴
뒤로만 걷던 내가 잠깐 돌아다본 곳
생소한 습지 같은 별자리에서 그만
앉은뱅이가 되어버린 곳
그러니까 여긴 지금
매일 허덕이는 곳
가난처럼
폭식할 수 없는 곳
슬며시
숟가락 내려놓고
헛배 두드리며 늙어가는 곳
그러니까 여기서
아침이라는 별이 사라지고
다시 돋는 물기 같은 푸른 별자리
벽화처럼
아주 오래 묵은 당신을
나는
매일매일 들락거리 것이다
자꾸만 태어나는 별을 맛보는
은밀한 이 시장기
(문학바탕 11월호 중에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