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 영혼 팔기

in #short7 years ago (edited)

마침내. S는 자살을 결심했다.

대학 졸업 후 오 년 간의 미취업 생활. 문제는 그게 결코 S의 자의적 선택에 의한 처지가 아니었다는 데 있었다.

정말 쉴 새 없이 노력했다. 비단 이 오년만이 아닌, 중/고교 대학생 시절부터 죽 노력해왔었다. 대학 입시. 학점 관리. 각종 자격증 취득. 아무리 준비해도 부족한 포트폴리오와 경력들을 차곡차곡.

정말 쉴새없이 달려왔지만 그 결과는?

내년 서른의 백수.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른 나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가능성이 풍부하다고 할 수 있는 나이 또한 아니었다. 이따금씩 걸어온 길들을 뒤돌아보면, 그 궤적만으로도 깊은 한숨이 나오는 나이.

분명 '언젠가는' 그도 번듯하게 한 명의 사회인으로서 설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게 언제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정확한 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지쳐 있었다. 계속 걸어왔지만 더 이상 이 악물고 나아갈 만한 기력은 남아 있지 않았다.

죽을 방법은 이미 생각해 두었다. 결심을 마친 그는 유서를 작성하고, 물건들을 정리했다. 별달리 신경 쓸 만한 것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정리를 시작하자 그가 생각지도 못했던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한동안 정성을 쏟아 수집하던 우표책. 조부가 유품으로 물려준 고급 만년필. 나이차가 나는 동생에게 처음 받은 선물. 친구들과 나름 멋을 부려 꾸민 우정의 혈서-유감스럽게도 그 때 멤버 모두 지금은 거의 남남이다- 첫 여자친구와 주고 받았던 교환 일기. 갖가지 물건들이 품어 놓았던 추억에 한동한 빠져드는 듯 하다가, 그는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이런 것들이 지금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런 감상은 그저 일시적일 뿐, 아무것도 변하는 것은 없다. 결심한 것을 뒤바꿀 수는 없었다. 순간적으로 울적한 분노에 휩싸인 그는 물건들이 들어 있던 박스를 발로 세게 걷어찼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안에 있던 물건들이 모조리 쏟아져 나왔다. 박스 맨 밑에 자리하던 그 책 역시 덩달아 쏟아져, 더미의 맨 위에 자리 잡았다.

< 악마 소환 의식. >

오래된 양장본에 박힌 붉은색의 글자가 그의 기억을 일깨웠다. 고등학교 때였던가. 입시공부의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잠시나마 이런 것들에 흥미를 가진 적이 있었다. 기간으로 따지면 그리 긴 편은 아니었지만, 여간 깊이 빠져든 것이 아니라서 명절 때 친척들에게 받았던 돈을 모조리 오컬트 용품의 통판으로 탕진한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 병신같은 새끼들한테 돈을 갖다 바쳤군 그래. 그는 생각했다. '악마 소환 의식' 이라니. 한국어. 그것도 기계로 찍어낸 것이 뻔히 보이는 반듯한 고딕체였다.

싸구려 펄프는 누렇다 못해 갈색으로까지 변색되어 있었다. 책을 집어들자, 종이가 낡은 탓인지 갈피를 끼워 두었던 책장이 쩍 벌어졌다. 육망성을 중심으로 한 두 겹의 원, 그 사이에 빽빽히 적혀 있는 꼬부랑 글씨들. 그 페이지에 별다른 설명은 없었지만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기억해냈다. 왜 그 페이지에 책갈피가 끼워져 있었는지도.

악마 소환의 마법진. 꽤 넓직한 공간을 소환자의 피로만 그려야 한다는 조건이었지. 오컬트 취미가 이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끝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어디까지나 호기심에서 가진 취미였을 뿐이고, 한 바가지 피를 흘려 가면서까지 계속해갈 동기가 그에겐 없었으니까. 그때쯤 슬슬 질리기도 했었고.

한동안 마법진의 그림을 유심히 보다가, 그는 부엌으로 가 칼을 가져오더니 대뜸 팔을 그었다.

“윽...!”

난생 처음 느껴보는, 깊숙한 칼날이 주는 고통과 함께 피가 흘러내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곧 죽을 목숨이었다. 어렸을 때 이루지 못하고 포기했던 일, 불가능한 것도 아닌 것을 한번 이뤄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물론 어디까지나 흥미였다. 팔의 고통조차 잊고 한 글자 한 글자씩 정성들여 마법진을 그리는 순간에도, 그는 정말로 악마가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 따위는 눈곱만큼도 하지 않았다.

악마라니. 세상에. 그건 그냥 어릴 적 추억의 되풀이 같은 것이었다. 초등학교 다닐 적 먹고 싶어했던, 그러나 돈이 없어 사먹지 못했던 불량식품들을 봉지 가득 사다가 배 터지게 먹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마법진을 다 완성하고. 그저 엉성하게만 보이는 주문을 외울 때까지만 해도. 설마. 정말로 악마가 나타날 줄이라고 그 누가 생각할 수 있었으랴.

소환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흔히들 말하는 형언할 수 없는 빛깔의 연기나 섬광도, 지진도, 으슬으슬 떨리는 오한이나 원인 모를 두려움도 없었다. 그저 그냥 그 자리에, 그가 그려놓은 마법진에 한 중간에 덩그러니 악마가 서 있었다. 마치 교육 방송의 어린이 극에서 나오는 조잡한 효과처럼. 한 순간에 뿅.

"나를 불렀나?"

붉은 피부의, 염소의 하반신과 수염, 황소의 뿔을 가진 ‘사악한’ 외모의 거인이 말했다. 말 그대로 악마라고밖에는 설명할 방도가 없을 외모였으나, 이상하게도 그 입에서 나온 말은 어쩐지 더 없이 부드럽고 상냥해 보이는 어투였다. 마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영업인이 고객을 대하듯 사근사근한. 그러나 S의 입장에서야 일단 당장 졸도하지 않은 것만 해도 장한 일이었으니, 이런 위화감을 눈치챌 겨를이야 있었겠는가.

다행히도 팔의 고통이 패닉 상태의 S를 겨우 흔들어 깨웠다. 정신을 차리고, 어느 정도 심적인 여유가 생기자 S는 자신 앞의 이 느닷없는 방문객의 모습을 훑었다.

어느 모로 보아도 악마가 아닌가. 저 책은 진품이었던 것이다. 그 안에 들어 있던 주문 또한 진짜 악마를 불러내는 주문. S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 모든 것이 진짜라면, 악마가 이 곳에 온 이유는 딱 하나였다.

"제… 여, 영혼을 사러 오신 겁니까?"

악마가 끄덕였다. 이건 기회야. S는 이를 꽉 악물었다. 어차피 갈 데까지 간 인생이다. 악마란 게 있다면 천국과 지옥도 당연히 있겠지만, 자신처럼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인간이 갈 곳이야 어처피 뻔하지 않겠는가.

"팔겠습니다. 제 영혼이요."

"흐음."

예상과는 달리, 악마는 웃지 않았다. '잘 선택했다' 나 '정말 영혼을 팔겠나?' 라는 말도. 되려 미간에 주름을 깊게 파고는, 신중한 태도로 S의 요모조모를 뜯어보는 것이 아닌가. 그러다 갑자기 인상을 팍 찌푸리며 말하길,

"안되겠는걸."

"예?"

"안되겠다고. 네 영혼, 도저히 살 만할 물건이 아냐. 시시해. 저급이라고."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쉬는 모습에, S는 그저 멀뚱히 악마를 쳐다볼 뿐이었다. 이게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가 알던 악마 이야기에서든, 기억나는 그 책의 내용에서든 악마가 사람의 영혼을 가린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저급이라고? 저급?

"보아하니 이쪽 물정을 잘 모르는가보군 그래. 초짜로구만."

하. 하고 한숨을 내쉬는 악마의 목소리에는 처음의 상냥함은 없어져 있었다. 보다 무관심한, 어쩐지 S에게 매우 익숙한 어투였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달라졌지. 뭐, 그래. 옛날 같으면 아무리 너 정도의 매물이라도 금방 금방 팔려 나갔을 거야. 아무래도 공급 자체가 적었던 시절이니까. 나 같은 중개인이 나설 필요도 없었지."

"중…개인이요?"

"그래. 중개인. 악마에게 팔린 영혼이 어디로 간다고 생각하나?"

그것이 대답을 요하는 질문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S는 고개를 흔들었다. "모릅니다."

"일반적으로 지옥에 가는 것과 별 차이는 없어. 단지 영혼의 소유주가 따로 존재할 뿐이지. 용도는 다양하네, 단순 노역에서부터, 수집하는 녀석도 있고. 어쨌거나 백 년 전까지만 해도 영혼의 질에 관계없이 일단 그 소유를 악마 개개인에게로 돌리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일이었지. 그러니 자연히 계약이 들어오면 얼씨구나 하고 온갖 좋은 조건을 내세우면서도 질 낮은 영혼을 사들이는 추세였지 않겠나. 가치 여부를 떠나서 일단 제 주머니에 넣기조차 벅찬데 이런 방식으로 사들이는 것 말고 뭐 별다른 방법이 있어야지."

과거를 회상하는 노인마냥, 시선을 허공으로 돌리고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이, 어쩐지 상상하던 악마의 모습과는 상당히 갭이 심했다.

"헌데 그러던 것이 최근에 들어서서 판도가 바뀌었어. 일단 폭발적인 인구의 증가도 있거니와, 인간들 입으로도 세상이 각박하다 뭐다 말이 많지 않은가. 과거의 시대가 선인이 일부. 악인도 일부. 그 중간에 속하는 계층이 대다수였던 완벽한 마름모꼴인데 비해, 요즘은 그 모양의 밑넓이가 대폭 넓어진 거지. 이렇게 수가 원체 불어나 관리가 힘들다 보니 이젠 영혼 한둘쯤 빼돌려서 제 것 만드는 것쯤 일도 아냐. 굳이 거래를 하면서까지 영혼을 모을 필요가 있겠나? 게다가 그렇다고 거래하는 인간들의 수도 줄어든 게 아니지. 종교적 가치관이다 뭐다도 대부분 사라진 지 오래겠다, 겉으로 드러내지만 앉다 뿐이지 악마 숭배자니 뭐니 하는 놈들은 줄기는 커녕 대폭 늘어 버렸어. 이단 심문관도, 마녀 사냥도 없는 시대야. 옆집 사람이 앞마당에 소환진을 그려도 그저 취향 유별한 인간 이상으로 더 보겠나? 딱히 열성적인 숭배자가 아니라도 그저 호기심조로 마법진을 그렸다가 진짜로 악마를 불러내는 녀석들도 생겼지. 옛날 같아서야 제대로 된 소환 방법이 적혀 있는 주문서가 희귀했으니 그런 녀석들을 자동적으로 걸러낼 수 있었다지만, 인쇄 기술의 발달로 오히려 진본 주문서가 가짜보다도 더 많이 나뒹구는 시대가 요즘이야. 덕분에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영혼을 팔겠다는 사람이 많은 시대지. 이러니 사고자 하는 영혼의 질 유무를 따지는 것이 중요해질수밖엔 없어. 그 판별작업을 구분해서 고객들에게 소개시켜주는 일이 바로 내가 하는 일이고."

S는 그저 눈을 끔뻑였다.

"고객들이오?"

"영혼을 구입하는 악마들을 말하는 거지. 일일이 소환마다 답해서 자기를 부른 자가 가치있는 영혼을 가졌는지를 판별하는 건 여간 귀찮은 작업이 아니거든. 어쨌건 간에, 네 영혼은 기준 미달이야. 어느 중개인을 불러도 아마 결과는 똑같을걸. 요즘 고객들 눈이 좀 높아야 말이지."

S는 기가 막혔다. 다른 건 몰라도, 모든 걸 포기한 상황에서도 그의 영혼까지 그 가치가 부정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고개를 숙이고, S는 별안간 울음을 쏟기 시작했다. 서러웠다. 어디를 가던 낙오자는 낙오자란 걸까. 악마답지 않게 그 광경을 딱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악마가 그에게 말했다.

"음…. 너무 상심하진 말아. 뭐, 네가 정 영혼을 팔아야겠다고 절박한 마음으로 여긴다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흐릿한 눈물로 반쯤 감겼던 눈이 번쩍 뜨였다.

"그게 뭡니까?"

"영혼의 가치란 건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지. 끊임없이 그 가치가 그 사람이 행하는 행동으로 인해 변화해. 아주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급이 높은 영혼의 소유자도 한순간에 쓰레기보다 못한 가치로 평가될 수 있는가 하면, 반면에 무가치했던 영혼의 소유자도 그 반대의 상황을 겪을 수가 있는 거지. 따라서 하고자 한다면 그쪽도 충분히 가치 있게 팔릴 만한 영혼을 가질 수 있다는 거야. 어때, 한번 해볼 용의가 있나? 시간이야 좀 걸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용의가 있다면 내 나름으로 조언을 좀 해 줄까 하는데."

심사숙고고 나발이고 필요가 없는 제안이었다. S에겐-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구원의 손길과도 같았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일단 정확히 말하자면, 지옥에서의 영혼의 가치란 것은 지옥과는 거리가 먼 인물일수록 높아지지게 돼. 예를 들어 누가 봐도 천국행 예정인 성자가 계약을 통해 지옥에 왔다면? 그건 정말 부르는 게 값이지. 영혼을 판 대가만으로도 남은 일생 동안 현세의 정점에서 천수를 누리며 제왕처럼 군림하는 게 가능할 뿐더러, 지옥에 와서도 소유주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게 되는 거지. 최고급 수집품을 함부로 대할 수집가는 없으니 말야. 오히려 어지간한 힘 없는 악마들보다도 훨씬 좋은 대접을 받으면서 살 수 있지."

악마가 말하는 것은 상당히 합리적으로 보였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사실이다. 여러 이야기에서도 보면 올바르고 선한 마음을 가진 주인공을 타락시키기 위해 악마들은 온갖 술수를 부린다. 예수 같은 성인과 그저 일반 사람의 영혼이 같은 대접을 받을 리가 없다. 사실 그러지 않는다면 좀 불공평한 처사가 아닌가. S는 진심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군요."

"일단 그런 맥락에서 가장 먼저 시작해야할 것이 정신 수양이지. 고전적으로 산 속에 틀어박혀 도를 닦는 것도 좋겠고. 종교도 괜찮겠지. 딱히 수상쩍은 사이비만 아니라면 종교에 든다 한들 그리 크게 문제될 건 없어. 요점은 그 사람의 영적 우수함이니까. 그게 중요해. 물론 일상 생활에서 항상 선행을 달고 사는 건 필수 조건이겠고. 한평생 속세의 삶을 살아온 사람에게 정신 수양이라니 너무 막연할진 몰라도 일단 무작정으로라도 해 보는 게 최선이야. 앞서 말했다시피 영혼의 가치에 따라 팔린 뒤의 대접도 달라지니까, 그걸 동기 부여로 삼는 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군. 아, 그리고 계약서를 쓰는 데도 주의가 필요한데."

"계약서요?"

"그래. 그저 사인하는 것 말고도, 추가해서 구매자들에게 네 가치를 어필하는 거지. 요즘 들어 많이들 하고 있는 건데, 예를 들어 네가 지금껏 살아온 인생사를 최대한 선하게 늘어놓고서는 어떤 '불가피한' 사정으로 영혼을 팔게 되었는가를 설득시키는 거지. '나는 원래 이곳에 올 사람이 아닌데 오게 되었다.'라는 뉘앙스로. 일종의 포장이랄까, 물론 그런 걸 적는다고 영혼의 가치가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구매자 심리란 게 품질이 동등하다면 보다 겉보기가 그럴듯한 제품을 고르게 되는 것이 정상 아니겠나. 그런 의미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볼 수 있지. 수양과 더불어 틈틈히 글 솜씨도 길러두는 것이 좋을 거야."

마지막으로, 악마가 손가락을 튕기자 그 손에 명함 한 장이 들렸다. 악마가 S에게 명함을 건넸고, 그는 그것을 받아들고 살펴보았다. 악마의 명함은 아닌 듯. 평범해 보이는 종이 명함엔 한국인 이름과 수도권 근방의 주소, 010으로 시작하는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이게 뭡니까?"

"이 바닥에서 유명한 영매야. 앞서 말했다시피,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너 같이 지옥을 목표로 노력하기로 마음먹은 녀석들이 좀 있거든. 아니, 솔직히 말하면 좀 많아. 하지만 공급은 여전히 그대로고 경쟁률은 점점 높아져만 가니까, 그 틈새를 캐치해서 그런 놈들을 훈련시켜 보다 높은 가치로 팔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지. 수업료로 얼마간을 요구한다고 알고 있는데 뭐 그 정도는 감수하라고. 어처피 영혼을 팔고 나면 어마어마한 부가 자네 손에 들어올 테니. 아, 그리고 찾아가기 전에 일 년 동안은 나름대로 정신 수양을 하고 찾는 걸 개인적으로 추천해. 요즘엔 찾아오는 학생이 워낙 많아서 가르침을 받을 사람을 정하는 데에도 시험을 친다고 들었거든. 그럼 모쪼록 분발하라고."

말을 마치고, 악마는 고개를 한 번 까딱 숙여 보이더니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뿅 하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얼마간을 멍하게 서 있다가, S는 어질러진 주변을 정리했다. 쏟아진 물건들을 다시 차곡차곡 상자에 담아내고, 물에 적신 수건으로 바닥 가득한 핏자국을 싹싹 비벼 문질렀다. 일을 끝마치니 이미 늦은 밤이었고, 팔의 상처는 이미 피가 굳어 지혈이 되어 있었다. 샤워 후 환부에 가벼운 소독을 거치고 나서, S는 침대에 누웠다. 악마가 준 그의 명함을 손에 들고 만지작거리는 그의 두 눈은 그가 한동안 잃어버렸던 것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내일을 향한 새로운 희망과 결의. 뭔가 좀 찝찝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그거야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임이 아니겠는가.

.fin

수상한 이야기는 작가가 그때그때의 아이디어와 충동으로 작성한 짧은 이야기들의 모음입니다.
몇 년 전 창작한 소설도 있고, 방금 막 써져 나온 따끈따끈한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몇몇 이야기들의 경우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예전 버전을 보신 분들도 있겠네요!
모쪼록 재미있게 즐겨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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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직접 창작하신 이야기 인가요?
예전에 쓰신것이라면 상관 없지만
남의 것을 퍼 오면 안 됩니다~

그리고 제가

방금 가입하신 뉴비님들을 위한 생초보 매뉴얼

을 썼으니 읽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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