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의 <붉은선>

in #sexuality7 years ago (edited)

불편한 책을 한권 읽었다. 망치로 얻어 맞은 것처럼 아프고 어지럽다. 이 책은 가장 사적인 (여성의) 성을 통해 가장 급진적인 혁명을 이야기한다. 감추고 싶은 가장 사적인 부분을 응시하고 이에 맞는 윤리를 새롭게 창조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혁명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권한다.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인 사회가 제공하는 약을 빨고 자란 생각과 행동들, 그것은 폭력을 행사하면서도 폭력이라 느끼지 못할만큼 단단하게 습관으로 굳어진 생각과 행동들이다. 이 책은 한 여성이 몸으로 겪어낸 폭력과 불안을 감춤없이 고백한다. 아빠, 교수, 애인, 애인의 부모, 혁명동지, 정신과 의사, 친구, 선배, 무명의 남자들로부터 겪은 성과 관련된 일상의 폭력과 불안들.

폭력을 이미 내재화한 습관적인 삶을 나의 의지로 깰 수 있을까? 작가의 고백을 따라가다 보면 대부분의 남성은 그런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같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이고, 그 충격을 받아들임으로써 습관의 약빨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 충격이 이 책의 역할인 듯 하다. <붉은선>에 기록된 (여성의) 성과 폭력에 관한 고백은, 부드러운 생살이 나올 때까지 감각을 상실한 굳은 살을 벗겨 내는 예리한 칼과 같다. 받아들이기 고통스럽지만 작가의 고백이 경험 자체이기에 반론 할 수 있는 여지는 없는 것 같다.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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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가서 빌려다봐야겠어요. 미투운동도 그렇지만 딸키우는 입장에서 요즘 이런 이슈들에 관심이 많이 가네요. 링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뵈어요^^

스팀잇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넵, 감사합니다. 스팀잇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네요 ...

홍승희씨의 책이어서 살짝 궁금했었던 책이었어요. 평소 페북에서 홍승희씨 글을 자주 보는데, 워낙 가감없고 세고 거침없어서 ‘아마 이분이 글을 쓰면 정말 불편한 글을 쓸 수 있겠다’ 했거든요. 언젠가 한번 봐야지 하고 미루고 있었는데, 서점에 가면 한번 들여다보아야겠어요. 궁금하게 만드는 책 리뷰네요.:)

센분들의 글을 읽다보면 의외로 솔직하고 약한부분도 보이더라구요. ㅎㅎ

This post was more beautiful than a cold play song

마치 메트릭스에서 나오는
빨간약을 먹게 되는 주인공을 보는 듯한
기분이네요..

기존의 질서
기존의 관념
으로는 극복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나아가려고 하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메트릭스의 빨간약, 그렇네요... 미투운동에서 자주 목격되듯이 성의 문제는 더더욱 자신의 한계를 점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신도자님도 좋은 글들 많이 올리시네요. 팔로우합니다. 종종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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