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크립토 아나키즘(Crypto-Anarchism)

in #sct5 years ago (edited)

누군가 나에게 블록체인의 가치가 뭐냐 고 묻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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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손 잡고 휘다니는 이 강력한 블록 꼬꼬마들은 많은 장점과 강점을 갖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별히 나를 사로잡는 가치를 단 하나 꼽으라면 그건 그들이 여기저기 뿌려 놓고 가는 탈중앙(decentralized) 의 가치라 하겠다. 오늘날까지 흘러 온 시간 속에서 언제나 서로 다른 온도로 해체와 수렴 사이를 왔다 갔다 하던 ’힘’이 이제 충분히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한 사람 한 사람 손에 쥐어짐으로써 각자는 근 몇년 이래 가장 ‘개인’으로서 실존할 수 있게 되어가고 있는 그런 역사의 획기적 한 구간에 우리가 막 들어섰다. Zcash, Monero, PIVX 등등 익명성이 강화된 암호화폐들까지 파생되는 판이니 이는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계에서 실존 그 이상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내가 태어난 땅에서 가까운 과거, 진정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아나키즘은 어떤 모습일 것인가를 몸소 보여 주고 가신 우당 이회영, 휴먼-아나키스트로 생을 마치 박열 열사와 가네코 후미코 등에 대한 나의 꺼지지 않는 오마주와 함께, 그보다 더 가까운 과거에 정치학도들 사이에서 나를 이상주의자라고 근본없는 흉 잡히게 만들었던 아니키스트 정신의 불꽃이 오랫동안 어두웠던 가슴 속을 다시 조금씩 환하게 밝혀가는 중이다.

내가 오늘 얘기하려던 크립토 아나키즘(Crypto-anarchism) 은 (관습적인 인식과는 달리) 정치 용어가 아니다. 사우스 웨일즈 대학의 Usman Chohan의 정의를 빌려와 볼까.

크립토 아나키스트들이란 자신의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주권을 전파하고 그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나감에 있어 외부 압력에서 자유롭기 위하여 암호화 소프트웨어들과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즉, 쉽게 말해 아나키즘이 사이버 공간에 등장하고 실현된다는 아이디어이다. 각자 스스로를 탈중앙화시켜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흐름이다. 그것이 결국에는 자신 뿐 아니라 다수의 개개인을 보호하게 될 힘이란 걸 이해하는 사람들의 흐름이다.

뭐, 물론 크립토 아나키즘이 정치 용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치와 무관한 건 아니란 걸 구분 잘 하도록 하자. 정치의 정의를 행정주의에서 벗어나 좀더 근본적으로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보면 말이다. 공동체원 모두가 만족스런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대형 피자 한 판을 가장 합리적으로 잘라 나눠주고 싶었던 정치가 결국은 잘 지켜주지 못 해왔던 우리들의 삶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중재하기 위해 한 데 모은 힘은 결국 소수의 만인에 대한 지배로 변하였고, 특히 개인들의 정보가 소수에게 활용되면서 현실은 점점 더 벗어날 수 없는 족쇄가 된다. 중앙화의 무서움, 그런데 이게 무서운 줄 모르는 이가 많은 게 더 문제이다. 가깝고 쉬운 예를 들어 IBM 멜트다운 사태,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태 같은 사건들에서 당국들은 개인들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 아무것도 “못” 하지. 이 무능감이 블록체인 시스템의 윤활유가 되어 중앙에 계신 분들이 높고 강건히 쌓아 올려 온 성의 벽돌을 하나씩 미끌려 빼뜨리고, 성 아래 사람들은 자기 벽돌을 찾아 가져가서 알아서 관리하면 된다. 어느 게 누구 건지만 온 동네가 다 공유하면 됨.

크립토 아나키즘 개념이 최근에 생긴 건 아닌데, 그럼에도 블록체인의 성장 덕분에 그 실체를 점점 더 뚜렷이 느낄 수 있게 되고 있다. 유토피아를 꿈꾸는 건 절대 결코 아니다, 있지도 않고. 그냥 다들 비슷하게 안전하고, 다들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 괜찮아" 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키, 내겐 블록체인이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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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아나키즘이 누군가의 정치석 수단을 위해 확장된 경우가 종종 있죠. 저는 크립토에서 이런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스팀잇만 해도 탈중앙화를 이념처럼 이야기 하지만 현실은 스팀잇 재단 및 몇몇 관계자의 이해관계를 공고하게 해주는 도구가 되고있다는 생각을 해요. ㅎㅎ 종종 하는 이야기인데 현실에서 평균보다는 최악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최악이 들어 맞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ㅎ

블록체인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많은 '상품'들이 탈중앙화란 키워드를 자기 포장용으로 즐겨 쓰곤 하니 재미있어요 ㅎ 스팀잇을 저도 계속 예로 들면, 스팀잇이 기반을 둔 블록체인 시스템이 탈중앙 지향이지, 스팀잇 '사업'까지 탈중앙이라 자처하기엔 무리가 있는데 말이죠. 그 모토를 계속 지켰다면 또 모를까, 말씀하신 대로 이익 다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더더욱...ㅎㅎㅎ

제가 얼마전부터 들었던 용어가, '아나키스트' 와 '블록체인'입니다. 진심 소름입니다. 어떻게 내가 들었던 용어가 이렇게 하나의 글 안에서 떠억하니 나오지? 관련이 있다는 거죠. 그러고보니 제가 스팀잇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아나키즘이라는 용어를 들었던 것 같기는 해요. 음... 탱키님의 글을 100번 정도 읽어 내용이 한 눈에 들어올 시점에는 제가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가 되었다고 볼 수 있지않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쉽게 말해 아나키즘이 사이버 공간에 등장하고 실현된다는 아이디어이다. 각자 스스로를 탈중앙화시켜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흐름이다. 그것이 결국에는 자신 뿐 아니라 다수의 개개인을 보호하게 될 힘이란 걸 이해하는 사람들의 흐름이다.

조직생활을 하는 이라면 자기보호라는 말에 끌림이 있지않을까합니다. 저는 블록체인을 정치?적 접근이 아닌 조직사회적 측면에서 바라봅니다. 제가지금까지 이해한 블록체인은, 가상화폐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블록체인의 의미를 전달하지 않나합니다. 사람들이 돈에 가장 민감해서이거나, 가장 필요한 부분이거나 혹은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돈이거나.......

제가 며칠전부터 들었던 아나키스트에 대한 내용이 있어 제게는 많이 유익한 글입니다. 부탁을 드린다면 크립토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실 수 있을런지요. 크립토(crypto)를 많이 사용하던데, 정확한 그러니까 어떤 의미로 블록체인에서 사용되는지 궁금했거든요. 태그에도 보면 crypto가 있었구요. 사실 찾아보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눈에 자주 띄는 용어라 궁금하기는 했거든요. 급 마무리 할게요. 감사합니다. 보팅 들어갈거에요~ 리스팀했구요. 우리 학생들 중 누구 하나 읽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전차부대 마무리입니다. 오늘의 까까는... 음... 라면빼고입니다.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아직 크립토에 대한 답을 못찾으셨다면..
crypto라는 단어는 cryptography(암호 해독) cryptogram(암호) 등에서 파생된 단어구요, 원조인 비트코인을 채굴한다는 의미가 컴퓨터를 이용해서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푼다는 것인데, 어려운 수학 문제가 바로 암호학에서 가져온 문제라고 하더군요. 뿐만 아니라 암호화폐가 암호화폐로 불리우는 이유가 바로 키(key)를 모르면 지나가는 사람이 건드릴 수 없도록 암호화되어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요새는 크립토라는 단어로 암호화폐 전체를 상징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앗 한발 앞서 명쾌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dj-on-steem님 😃❗️

우리도 모르게 절묘한 타이밍인가요 ㅎㅎ 의도한 게 아니었지만 이렇게 @cyberrn님께 재밌는 읽을 거리를 드릴 수 있었다니 정말 기쁘고 감사합니다. @cyberrn님의 시각과 해석은 늘 제게 또다른 생각거리를 주는 것 같아 이 또한 저의 즐거움입니다. 말씀해 주신 크립토와 그 어원에 대하여도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리포트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게 또다른 흥미로운 요청 해 주시다니,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들이고 있습니다.
라면은 오늘 벌써 먹었으니 오늘 하루는 까까 살짝 자제할까 생각 중입니다 ㅋㅋ 전차부대 땡크 땅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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