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코인판의 최근 전문성 짙은 글들을 보며 느낀점

글을 쓰는데 있어 스팀잇과 스팀코인판은 확실히 그 토양이 다르다. 스판은 코인이나 블록체인에 대한 특화된 주제로 글을 써야하기에 나같은 이쪽 생태계에 무지한 신생아는 저자로서 활동이나 보상을 꿈꾸기는 한참 이르다. 그래서 큐레이션 시스템이 고맙고 저자로 서기 좀 더 인간적(?)인 스팀잇에 더 마음이 간다.

그럼에도 스팀코인판의 글들은 코인에 문외한인 나에게 엄청난 자극을 준다. 마치 10평 좁은 교실 책상에서 내 교과서만보고 공부하던 중학생이 거대한 대학교의 어마어마한 강의실과 학교 스앵님과는 다른포스의 간지폭발 전문교수를 앞에두고 열띤 토론으로 수업하는 현장을 보고 놀라는 느낌이랄까?차갑지만 그만큼 나를 깨워주는 곳이라는 생각도 든다.

최근 스팀코인판의 여러 전문적인 글들을 보며 가졌던 내 생각과 매우 유사한 글을 보게되었다. 문학을 주제로 했다 뿐이지 지금 내가 스팀코인판에서 느끼는 바와 싱크로율 98%다. 밥먹고 코인, 블록체인 생태계만 연구하는(심지어 다른 여러 직업도 가지고 있는 분들도 꽤나 많은듯 하다)사람들의 글들을 보며 느낀 소회. 이 글을 소개하는걸로 대신한다.

좋은 칼럼이나 좋은 책을 가끔 만난다. 내가 느낀 불편과 분노의 구조적 원인을 정확히 짚어 주는 글. 밥 먹고 그 일만 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연륜과 통찰의 글. 자기 에너지로 쭉쭉 뻗어 가는 거침 없는 글. 착란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한 세계를 보여 주는 감각적인 글.

일점일획도 빼낼 수 없도록 정교하게 쌓아 올린 언어의 성채를 음미하고 나면 행복한데, 어쩐지 ‘차고 슬픈 것’이 뒤끝에 번진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까지 뭘, 왜, 또……’라는 생각에 기가 죽는다. 내 생각의 밑천은 한없이 초라하다. 얼마나 더 읽고 더 쓰고 더 뒤척여야 저런 인식과 표현이 가능할까. 고개가 떨궈진다. 그럴 때 지지와 덕담을 건네줄 벗을 불러낸다. 하소연과 넋두리를 쏟아 낸다. 위로의 말은 자동 응답기처럼 돌아온다. “그런 사람들은 쓰지 못하는 너만 쓸 수 있는 글이 있잖아. 친구야.”

이미 알고 있고 책에도 쓰고 말로도 떠들고 시시때때로 우려먹는 말을, 난 처음 듣는 양 가슴에 새긴다. “남들이 쓰지 않는 글,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쓴다”라고 문학 평론가 김현도 말했다며 상기한다. ‘나’라는 피할 수도 물릴 수도 없는 출발점, ‘나’만 살아왔고 살아가는 엄정한 조건항으로 나를 원위치시킨다. ‘나’라는 불완전성을 드러내야 그 불완전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에.

쓰기의 말들 | 은유 저

맞는말이다. 그럼에도 나만 쓸수 있는 글은 있을것이며 마지막 문장처럼 불완전성을 드러내면 그 불완전성을 벗어날 수 있다. 얼마전 비전문가인 나의 한없이 사소한 질문에 고래 스티미언들이 댓글로 친절히 답을 달아준 것처럼. 많은 초보 스티미언이나 스팀코인판을 이제 막 알게된 뉴비들의 질문글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 질문들이 수많은 이들의 불완전성을 채워줄 것이며 이 생태계를 탄탄하게 만들 초석이 될것이라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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