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 이야기] 귀엽고(?) 유익한 벌레 이야기

in #science7 years ago

안녕하세요. @yhstella입니다.

벌써 주말이 다가왔네요. 금요일은 항상 기쁩니다 ㅎㅎ
자주 포스팅을 하고 싶지만, 글을 쓸 자료를 찾고 정리하고 하다보니 포스팅이 늦네요

오늘 말씀드릴 이야기는 '예쁜꼬마선충' 이야기입니다. 이름 자체가 예쁘다는데, 한번 생김새를 볼까요?


(출처 : web.science.uu.nl)

어떠신가요? 징그러우셨다면 죄송합니다..ㅎㅎ 저는 개인적으로 벌레를 참 무서워하는데, 이 예쁜꼬마선충만큼은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답니다.

예쁜꼬마선충의 학명은 Caenorhabditis elegans로 선형동물의 일종입니다.
흔히들 C. elegans 라고 부릅니다.

구글링을 해보았더니 엘레강스는 이런 느낌인데, 좀 다르죠?
그만큼 선충을 연구하는 학자들 입장에서는 사랑스러운 존재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거 같아요.

그렇다면 예쁜꼬마선충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중요한 걸까요?

예쁜꼬마선충은 유전자 지도뿐만 아니라 모든 하나하나의 세포가 알려진 유일한 생물입니다.

2002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던 S. branner 등은 1974년에 예쁜꼬마선충의 유전자 지도를 밝혀낸 공로로 상을 받았답니다.

예쁜꼬마선충은 1mm 정도 되는 크기가 암수가 각각 900~1000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작은 생명체이기 때문에 그 구조를 가장 먼저 알 수 있던 겁니다.

이후 생물학 연구와 질병, 노화 등의 의학 연구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모델 생물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것은 이 예쁜꼬마선충의 신경세포의 지도가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출처 : www.scientificamerican.com)

이 이미지는 예쁜꼬마선충이 갖고있는 302개의 신경세포와 7000여개의 시냅스를 3D로 그려낸 것입니다. 대단하죠?
과학자들은 예쁜꼬마선충에 대한 모든 구조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신경계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인간의 행동,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비록 인간의 신경계는 신경세포가 900억개에 이를만큼 거대하지만 말이죠.

그래서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한 연구는 거의 대부분 이 신경지도를 기반하여 진행됩니다. 이 신경지도를 커넥텀(Connectome)이라고 합니다.
커넥텀을 이용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고 현재에도 진행 중이지만, 결과는 어떨까요?
오늘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입니다.

위 사진은 '유물론'의 아버지인 루크레티우스입니다. (훈남이잖아?)

과학자들은 쉽게 유물론에 빠집니다.

유물론은 외부 세계가 물질로 구성되어 있고, 심지어 정신 활동도 물질적 조건의 반영이라는 사상입니다.
현대 과학문명은 유물론의 덕을 많이 본 것입니다. 자연 현상을 물질의 활동으로 이해하려는 노력 덕분에 문명이 발달했을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구조로 기능을 설명할 수 있으니, 구조를 '모두' 아는 예쁜꼬마선충에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커넥텀을 기반으로 한 예쁜꼬마선충의 행동에 대한 연구가 실질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답보 상태에 빠집니다.

그 이유는

  1. 신경세포와 시냅스가 적지만 신경 전달 '경로'를 생각하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한,
  2. 시냅스가 유동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구조와 행동의 인과관계가 불확실하다는 것입니다.

하물며 신경세포가 300개 정도인 예쁜꼬마선충의 행동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수백억개의 신경세포를 가진 인간의 행동, 나아가 정신활동을 이해하는 것은 가능할까요?

문명이 놀라울만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과학이 넘어야할 산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찾다보니 재미있는 사진이 있더군요. 유물론의 반대라고 할 수 있는 '관념론'에 대한 유머입니다.


(출처 : Wikipedia)

이 분은 관념론의 대표 격인 조지 버클리입니다.
그는 존재는 '지각'으로서 있는 것이며, 따라서 지각된 대상의 독립저인 실재성이 부정된다고까지 주장합니다.
유물론적 세계보다 인간의 의식이 우월하다는 뜻이겠죠.

과학의 깊은 곳을 공부하다보면, 결국 이것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듭니다.
그렇다보면 물질 이상의 무엇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자라납니다.
(그렇게 철학적인 고민을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하고 생각을 차단하기도 하죠 ㅎㅎ)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간의 뇌구조를 모두 발견하면, 정신활동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로봇에게 인간의 뇌구조를 똑같이 심는다면, 로봇은 스스로 정신세계를 갖게 될까요?
예쁜꼬마선충을 완전히 파헤치고나면, 인간을 이해하는 건 코앞에 닥친 일이 될까요?

과학적 고뇌와 철학적 고뇌 모두 집단 지성의 힘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요?

부족한 글이지만, 한 줌의 고뇌를 심어드릴 수 있었다면 성공한 글이 되겠네요..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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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정말 귀여운데요(?) ㅋㅋㅋㅋ 거기다 예쁜꼬마선충에 대한 아니 과학 전반에 걸쳐있는 유물론적 사고관에 대한 내용까지 많은 걸 배워갔어요 ㅎㅎ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맛있어 보이는 어여쁜 꼬마선충 이야기 참 좋으네요.
인간을 아는 건 저 밖에 있는 무엇이 아닐거라 봐요.
그래서 저는 서예를 하고 명상을 한답니다.

명상을 하면 우주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데, 우주를 느끼시나요?ㅎㅎ

우주는 모르겠고 고저 ...가려우면 긁습니다.^^

✈ 이 꼬마선충의 커넥텀을 그대로 컴퓨터로 옮겼더니 살아숨쉬더라고요. 진짜 놀랍게 본 기억이 나네요 ㅎㅎ 재밌는 포스팅 잘봤습니다 ^^

오 그렇군요 저도 한번 꼭 보고싶네요ㅎㅎ

재료가 있다고 해서 사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처럼 과학이 발달해도 알 수 없는 것이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다시한번 드네요
인간이라는 몸을 구성하는 성분은 굉장히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인간을 만들 수는 없는 것 처럼 뇌의 구조를 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알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유익한 글 잘 보고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그렇게 과학이 발달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저를 포함한 과학자들의 동기부여가 사라지진 않을지 걱정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여러모로 고민입니다

선충에서도 그러했듯 인간의 뇌구조를 파악하더라도 정신활동 전체를 다 설명하기에는 숨겨진 변수가 더 많을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유물론과 관념론 모두 재미난 상상을 하게 해주네요 ㅎㅎ

즐거운 상상을 하셨다니 포스팅한 보람이 생깁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벌레의 마음이라는 책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찾아보니 흥미로워 보이네요
저도 한번 읽어볼게요 ^^

좋은 과학글 잘 읽었습니다.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도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우와 꼬마선충이다~ ㅋㅋ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하셔서 깊은 주제로 마무리 하셨네요! 말씀하신 c.elegans 와 마찬가지로 e.coli는 이미 전체 유전자지도가 완성된지 20여년이 다되어가지만 아직도 그 metabolic pathway가 100% 완벽하게 이해되지 않은 상태지요. 참 이런것 보면 안다는것이 얼마나 부족한 "개념"인지 부끄러워집니다. 네. 어떻게 댓글을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업봇&팔로완료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공자이신가욤?ㅎㅎ
저도 맞팔할게요 좋은 정보 함께 나눠요 ㅎㅎ

벌레 엄청 무서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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