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봐야 할 밴드 #4] Sarah McLachlan
전 슈게이징이나 포스트락으로 지칭되는 일련의 음악들을 사랑하지만, 제 음악 취향의 뿌리는 구십년대 얼터너티브 음악입니다. 제가 록 음악을 처음 접했던 게 구십년대 말이거든요.
구십년대 얼터너티브라고 하면 보통 너바나나 펄잼, 사운드가든, 앨리스 인 체인스 등을 떠올리게 마련인데, 전 이런 시애틀 그런지도 여전히 좋아합니다(작년에 제일 많이 들은 게 사운드가든입니다). 다만 이런 밴드들 말고도 위대한 구십년대 얼터너티브 밴드가 많습니다.
레드 핫 칠리 페퍼스나 앨라니스 모리셋, 위저, U2 같은 뮤지션도 넓게 보면 얼터너티브에 포함되고요. 잘생긴 게빈 로스데일이 이끄는 Bush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호주 밴드로 Silver Chair도 생각나고, 아.. 90년대까지만 해도 애송이였는데 지금은 온갖 락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를 휩쓸고 다니는 Foo Fighters도 무진장 좋아합니다. 푸파는 2015년 안산밸리락페에서 영접하기도 했죠.
조금 마이너하게는 Fugazi, 일전에 언급한바 있는 Sunny Day Real Eastate, 그리고 페이브먼트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미국에서 대서양을 건너 영국으로 넘어가면 구십년대 얼터너티브 밴드로서 영국의 블러나 라디오헤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중 특히 라디오헤드는 98년 오케이 컴퓨터를 기점으로 록의 테두리를 벗어나 우주로 갔지만 어쨌든 오케이 컴퓨터까지는 흠잡을 데가 전혀 없는 훌륭한 로큰롤이었죠.
음악 얘기로 밤을 새울 수 있는 터라 혼자 신나서 서두가 쓸데없이 길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뮤지션은 사라 맥라클란입니다(원어민 발음은 이와는 상당히 다르니 주의하시고요; 세라 매클라클런?). @gamiee님이 올린 포스팅에서 사라 맥라클란 영상을 보고 참 반가웠는데 저도 사라 맥라클란을 너무 좋아하고 꼭 한 번 공연을 보고 싶은 뮤지션이거든요.
사라 맥라클란은 점점 팝에 가까운 음악을 보여주고 있는데, 캐나다에서 데뷔하던 구십년대 초반 무렵에는 록이나 팝 어느 한 쪽으로 정형화하기 어려운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을 보여줬죠. 다만 구십년대 활동 영상을 보면 피아노보다는 어쿠스틱 기타를 메고 있을 때가 많죠. 어떤 악기로 주로 작곡하는지 모르겠지만 기타 치는 구십년대 공연 영상을 더 많이 봐서 제겐 팝 뮤지션이라기보다 록 뮤지션으로 느껴집니다. 특히 얼터너티브 록으로 분류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죠.
사라 맥라클란은 데뷔작이 1989년에 나왔습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1993년작인 Fumbling Towards Ecstasy 앨범부터죠. 이 앨범에 빅히트곡들이 많습니다. Possession, Hold On, Ice Cream, Fear 등이 그렇죠. 1997년 그러니까 21년 전 이맘 때쯤 발매된 Surfacing을 통해서 롱런하는 뮤지션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정확한 판매고는 모르겠지만 이 앨범도 전세계적으로 상당히 많이 팔렸을 것 같습니다. 오프닝 트랙인 Building a Mystery부터 Sweet Surrender, Adia, 시티 오브 엔젤 사운드 트랙에 실리기도 했던 Angel 등 버릴 곡이 하나도 없는 명반입니다.
기세를 몰아서 사라 맥라클란은 당대의 내로라하는 여성 뮤지션이 총 출연하는 릴리스 페어를 기획하여 흥행에 성공시키기도 합니다. 검색해 보니 97년부터 99년까지 3회 진행됐는데 5천2백만 달러의 수입과 1천6백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네요. 이렇게 대박을 칠 수밖에 없는 것이 라인업을 보면, 셰릴 크로우, 수잔 베가, 조안 오스본, 시네이드 오코너 등 쟁쟁합니다. 또한 여성 관객을 위한 여성 뮤지션의 축제는 이제껏 없었다는 것이 흥행에 성공한 이유 중 하나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사라 맥라클란의 세계적 명성에 더해 다른 여성 뮤지션과의 친화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같습니다. 음악적 역량, 미모, 사회성 등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완벽한 뮤지션이라고 추앙해 봅니다. ㅎ
아무튼 이 릴리스페어에서의 사라 맥라클란 공연 실황이 Mirrorball이라는 라이브 앨범으로 나왔는데, 녹음 퀄리티도 끝내주고 여러모로 훌륭한 라이브 앨범의 전형입니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사실 이렇다 할 역작을 내놓지 못 하고 있습니다. 결혼도 하시고 아이도 키우면서 바쁜 나날을 보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꾸준하게 앨범을 내놓고 있는 것을 보면 다시 한 번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드네요. 2000년대 이후 앨범 중 2006년에 발매됐던 Wintersong을 즐겨 들었고, 앨범이 나오면 의무적으로 한 번은 들어보는 그런 뮤지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비에 돌란 감독의 Mommy에 Building a Mystery가 나와서 한동안 또 사라 맥라클란을 즐겨 듣기도 했네요.
저는 Hold On이란 곡을 가장 좋아합니다. 20대 중반의 앳된 사라 맥라클란이 부르는 Hold On을 올리고 저는 물러갑니다.
굉장히 여성스러우면서도 락 감성도 있어서 이 부분에서는 독보적인 존재 같습니다.
그리고 음악을 다른 세상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신비함이 있어요. 어떤 곡들은 우리 세상의 음악이 아닌 것 같지요.
수많은 송롸이터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독보적이죠. 천상의 음악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