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평] <강변호텔>

in #riverside5 years ago (edited)

<강변호텔>을 보고 나서 적어 봅니다.
https://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123599#1298728

강변호텔에서 머물고 있는 시인 영환(기주봉)은 사장의 호의로 무료로 묵고 있는 호텔에서 쫓겨날 것과 죽을 것을 예감한다. 영환은 죽음을 맞기 하루 전날 두 아들들(병수(권해효), 경수(유준상))을 부른다. 시작에서 제작사 자막과 함께 언제부터 언제까지 영화를 만들었다는 감독의 코멘터리가 나온다. 자신의 이야기를 리얼리티 텔레비전 프로그램처럼 만들어 온 그가 목소리로라도 직접 영화 속에 출연하기는 처음이다. 이 출연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세상에 알려진 이미지와의 동일시를 거부한다. 영환은 홍상수의 분신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동일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은 동일하지 않음. 코멘터리는 들뢰즈가 말하는 현실태적 이미지와 잠재태적 이미지가 공존하는 시간-이미지를 나타낸다. 한편 연인에게 배신당한 상희(김민희)는 호텔에 머무는 동안 선배 연주(송선미)를 불러서 함께 지낸다. 둘은 위로를 주고 받으면서 무기력하게 잠만 잔다.
죽음은 이 영화에 전반적으로 드리워진 채 짙게 깔려 있지만 슬프거나 칙칙하지는 않다. 주위가 하얗게 눈으로 뒤덮인 풍경은 아름답다 못해 포근하다. 기억을 잃어 가는 시인의 심경이 쌓인 눈으로 암시된다. 상희와 연주는 식당에서 영환이 두 아들과 나누는 대화를 듣고 상희에게 연주는 영화감독 경수와 영환의 사인을 받고 싶다고 한다. 상희는 연주를 한사코 만류한다.
홍상수가 영화에서 한 남자의 죽음을 정면으로 다룬 적은 없었다. 시인은 자신이 금방이라도 죽을 것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고 아들들을 만나 인형이라도 주고 싶어 한다. 이들이 식당에서 나누는 대화 이전에 이 카페 장면이 배치된다. 식당에서의 대화는카페의 대화와 달리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과거에 대한 추억담과 두 아들들에게 들려주는 덕담 같은 말들로 이루어진다. 카페와 식당 장면은 각각 두 번씩 반복되고 변주된다. 이 변주는 들뢰즈적인 차이지는 반복이다. 이 차이는 시간의 흐름, 변화하는 삶의 시간을 말한다. 아름다운 눈이 덮힌 강변 호텔의 주변 풍경은 흐릿한 이미지로 수묵화 같은 독특한 이미지로 나타난다. 파스텔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풍경은 마치 그 속으로 녹아 들어가 버릴 듯 아련하게 다가온다. 현실과 꿈의 경계가 다시 한번 무너지고 만다. 3도쯤 되는 화상을 입었지만 괜찮다는 상희의 말처럼 데인 손이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나아질 수 있을까? 아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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