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bymaker] 양극화를 부추긴 정치판의 데칼코마니
국민의짐당은 스스로 이승만의 자유당과 박정희의 공화당의 정체성을 이어받은 대한민국 정통 보수 정당이라고 주장하겠지만 본디 보수의 가치란 기존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데 있으므로 박정희처럼 총칼을 들고 정권을 찬탈한 쿠데타의 세력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보수와 진보의 역사는 김영삼 정부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봐야한다는 황장수 소장의 의견은 매우 일리가 있을 뿐더러 또 그렇게 보아야 해석이 되는 현상이 매우 많다.
보수나 진보나 모두 민주주의 기치를 내세운 정치세력으로 시작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에 항거하여 민주화운동에 앞장 선 인사들은 중국의 국공합작에서처럼 군사독재를 무너뜨리는데는 일심으로 협력했다. 김영삼과 김대중으로 인해 정치에 입문한 인사들이 현재 여야 거대정당의 리더들임을 보면 이들이 정치 신인으로서 품었던 사회 개혁과 정치 발전에 대한 비전은 그리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김영삼과 김대중이 지향했던 정치관은 그들이 태어나고 살아왔던 환경의 차이만큼이나 괴리가 있었지만 정치 신인으로서는 누가 자신에게 손을 먼저 내밀었느냐에 명함이 달라졌을 뿐이다.
재선 이상을 한 거물급 정치인들은 입문 과정만큼이나 그 정치 행보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오로지 누가 또 어느 정당이 나에게 당선 가능한 지역구에 공천을 줄 수 있느냐...하는 것만이 중요한 판단 근거였다. 조선시대에 당파를 바꾼다는 것은 멸문지화를 당할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었지만 현대 대한민국 정치판에선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당적을 바꾼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노선변경에 대한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한 바는 노무현을 제외하고는 없는 것 같다.
살기좋은 사회로의 개혁을 염원하면서 열렬히 민주당을 지지했던 시민들에겐 국민의짐당이 타도해야할 적폐일 뿐이겠지만 문재인 집권 3년 동안 보여준 행태를 볼 때 민주당은 또 다른 적폐세력일 뿐이라는 것이 명확해졌다. 헤겔의 변증법적 역사관을 받아들인다면 反에 대한 正의 작용으로 인한 合을 기대할테지만 문제는 대다수 시민들이 지지하는 그 정치세력들이 모두 反에 해당하는 적폐라는 것이다. 민주당과 국민의짐당은 기득권의 권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데칼코마니 정치세력이며 이를 저울에 달면 한치도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런 연유로 이명박근혜 정권 때 행해졌던 수많은 부조리와 불공정으로 인해 분노한 시민들의 촛불혁명으로 민주당에게 정권이 넘어간 것은 시쳇말로 죽쒀서 개준 꼴이 되었다.
박근혜 정권의 쇠락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했는데 우연의 필연적인 연속이라고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이다. 한번 실수는 만회할 수 있지만 연거푸 실수를 연발하게 되면 만회할 기회는 영영 사라진다. 박근혜와 최순실과의 관계는 참으로 비정상적이어서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과 박근혜와의 관계를 먼저 파악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도올 선생은 박근혜가 집권하면 주위에 십상시가 들끓을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도올 선생이 최태민과 박근혜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한 얘기인지는 모르지만 불행하게도 그 예언은 너무 잘 맞아 떨어졌다. 최순실과 유영하만을 신뢰했던 박근혜는 새누리당과 정부 부처의 경고에도 귀를 닫았다. 20대 총선에서 이한구를 공천위원장으로 내세워 공천권을 휘두르던 박근혜는 결국 김무성을 비롯한 당내 비박 인사들의 반발을 샀고 이로 인한 당내 분쟁으로 개헌선까지 넘보던 20대 총선에서 결국 폭망하고 만다. 만약 새누리당이 제1당을 유지했다면 아마 박근혜가 탄핵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실수가 실수를 부르고 만회할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게되면 그 말로가 비참한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권력을 거저얻은 문재인 정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문재인 집권 이후 400조가 넘는 국가부채의 증가, 부동산 폭등, 부의 양극화, 반기업적인 정책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 안타깝게도 문재인의 민주당 정권은 이와같은 수많은 실정으로 시민들의 지지를 잃고 결국엔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게이트로 폭망할 듯이 보인다. 이진아 전 청와대 행정관이 적극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옵티머스 펀드 사기에 정권 실세들이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한데 장모 사기사건으로 발목잡힌 윤총장이 얼마나 버틸지는 모르겠지만 추미애의 강공에서 반격을 시도한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진행한다면 대한민국 정치판의 데칼코마니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21대 총선에 대비하여 민주당에 적극 협력했던 정의당은 처절한 배신을 당했다.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하여 왜곡된 선거제도를 개편하려고 했던 정의당의 시도는 민주당 2중대라는 꼬리표만 달고 끝이났다. 노회찬의 죽음은 이 나라가 얼마나 양대 거대정당이 만들어 놓은 기득권 프레임에 갇혀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필자가 볼 때는 노회찬은 드루킹과 연관된 김경수를 구하려고 민주당에 의해 희생된 것이다. 노회찬의 희생으로 정의당은 약간의 수명 연장을 했지만 21대 총선에서 거의 종언을 맞았다고 본다. 더 이상 기존 정치권에서 정의당과 같은 소수정당이 생존할 길은 없을 것이다.
정치판이 더이상 소시민을 위해서 돌아가지 않는 마당에 다소 과격한 목소리로 진정한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황장수 소장이 그런 인사인데 필자는 황장수 소장의 의견에 100% 동의하지는 않는다. 특히 변희재와 전광훈과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4년전 겨울 광화문 광장에 앉아서 촛불을 들었던 그 심정으로 서포15조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