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잡기] 열두 발자국(정재승)

정재승씨의 <열두 발자국>을 읽다 말고 어제와 오늘 천리 행군을 했다.

토요일 일찍 지인 자녀의 결혼식이 있어서 경기도 송탄시에 갔다가 내처 고향의 모친을 찾아 뵈었다.
아직은 본격적인 농번기가 아니라서 특별히 거들 일이 없었고 저녁을 사드리고 밤늦게 귀가 했다. 내 주말 농사도 돌봐야 하므로.

오늘 아침 일찍 밭으로 달려가 풀과 사투를 벌이며 지켜내고 있는 마늘밭과 대면했다.

지난 주보다 좀 더 자란듯. 살짝 뿌듯하다.
감자 싹이 올라 오도록 흙을 부수어 주기도 하고 쑥쑥 올라 오는 풀들을 호미로 처단하기도 하나.... 풀을 이길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인류보다 먼저 지구에 적응했던 생명체 아닌가.

두릅이 일 주일 새에 부쩍 컸다.
저녁에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어야지.

개복숭아 꽃이 요염하기 그지없다.
열리면 따서 술이나 담아 볼까.
모친이 술 좀 줄이라고 하셨는데..

이러느라 토요일과 일요일이 쏜살처럼 달아났고 나의 독서는 <열두 발자국 > 중에 다섯 발자국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원래는 <국수>5권을 읽고 있었는데 직장내 도서모임이 다음 주에 있다는 것이 생각나 급히 주제 도서인 <열두 발자국>로 갈아 탄 것이다.

책의 내용과 관련한 에피소드 하나.
저자는 짜장이냐 짬뽕이냐 고민한 끝에 합리적으로 보이는 짬짜면을 고를 것 같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짜장면이 50% 짬뽕이 23% 짬짜면은 15% 그리고 볶음밥도 12% 정도 선택을 한다고 했다.
습관뇌의 영역(habit system)은 우리들로 하여금 늘 하던대로 선택하게 한다고.

그래?
새로운 메뉴를 고르는 것도 뇌 에너지를 꽤 써야 한다니 하던대로 짜장이나 먹고 가자. 짜장과 짬뽕을 시켜서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해치우고 나서 주인장에게 물었다.

• 짜장과 짬뽕 중 어떤 게 더 많이 나가요?
• 대중 읎슈. 계절따라 다르구.
• 짜장이 더 나가진 않아요?
• 비슷헤유..

주인장은 그런 시답지 않은 질문은 첨 보겠다는듯 심드렁하다.
흠, 그런 쪽으로 뇌를 쓰고 싶지 않은 거지.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철학자가 되고 싶었던 정재승씨는 천체 물리학자가 될까 하다가 복잡계 과학에 매료되어 뇌에 복잡계 과학을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단다. 이 책은 그의 강연을 현장감있게 엮은 것은데 무척 재미나고 흥미롭다.

나이 먹을수록 변화가 싫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그날이 그날이다. 이제 저자의 조언대로 20%는 열어 놓도록 해 보련다. 삶이 더 풍부해지겠지?

정재승/ 어크로스/ 2018/ 16,800원/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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