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여행) 불국사 제1경 자하문과 안양문

in #oldstone6 years ago (edited)

어떤 곳이 가장 마음에 드느냐 하는 것은 개인마다 다 차이가 있다. 인간이란 생긴것도 다 제각각이고 성격도 다 다르다. 심지어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들도 성격이 다 다르다. 살아있는 만물이란 겉보기는 비슷한 것 같아도 다 다르기 마련이다. 그러니 어느 곳이 제일 멋있는 곳이다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운 법이다. 당연히 맞는 말도 아니다. 어떤 곳이든지 자기가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의미가 다르고 감흥이 다르다.

나의 경우에 불국사에서 가장 의미있고 멋있는 곳은 자하문과 안양문이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자하문과 안양문에서 바라보는 경치였다. 우선 정문의 일주문이나 후문의 불이문을 지나 불국사 정면에 들어서면 불국사로 올라가는 다리가 보인다. 극락전으로 올라가는 곳에 안양문이 있고 대웅전에 올라가는 길에 자하문이 있다. 안양문에 올라가는 다리를 연화교와 칠보교라고 하고 자하문으로 올라가는 다리를 청운교와 백운교라고 한다.

이제까지 불국사를 찾으면 의례 연화교와 칠보교 그리고 청운교과 백운교를 먼저 보았다. 너무 멋있는 석조 건축물이었기 때문이다. 국민학교때 선생님으로 부터 청운교와 백운교 밑으로 배가 다녔다는 말씀을 들었다. 그래서인지 난 불국사만 오면 과연 배가 청운교와 백운교 밑을 다닐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면서 연화교와 칠보교 그리고 청운교와 백운교를 올려다보는 재미를 혼자 느끼곤 했다.

연화교과 칠보교 그리고 청운교와 백운교 뿐만 아니라 그 벽면 전체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의미로 다가 왔기 때문이다. 그 석벽은 피안의 세계와 이곳의 세계를 가르는 성벽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피안의 세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저 어마어마한 석벽을 넘어야 하는 것이다. 그 석벽을 보면서 내 존재가 터럭보다 작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그날은 갑자기 안양문이 눈에 들어왔다. 안양문에 어떤 스님이 난간에 뒤로 비스듬히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아 절에는 스님이 있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절집에 가면 스님보다는 관광객들을 많이 보았다. 주인은 보지 못하고 객만 보다 온 셈이었던 것이다.

뒤로 기대어 있던 스님이 다시 돌아 난간에서 한참을 서서 밑으로 내려다 보았다. 스님의 모습이 너무나 멋있어서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근데 그 순간에 스님은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갑자기 안양문이나 자하문에서 보는 풍경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 거대한 석벽의 중압감만을 느꼈을 뿐 안양문이나 자하문에서 경치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하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까지 여러번 안양문과 자하문에 서 있었다. 그러나 난 안양문과 자하문에서 극락전과 대웅전을 바라 보았지 그 밖의 경치가 어떤지를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서둘어 자하문에 올라갔다. 거기서 밑을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안양문과 자하문에서 보는 경치가 피안의 세계에서 사바세계를 보는 것과 같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하문에서 내려다보면서 불국사 앞마당의 비밀을 보게 되었다. 불국사 앞마당에는 소나무들이 서 있었고 그 소나무들은 돌로 둘러싸여져 있었다. 그 돌은 마치 물결모습 같았다. 마치 불국사 앞마당 전체가 바다같은 생각이들었고 그 소나무들은 돌로 싸여진 섬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순간 피안의 세계에서 사바세계는 바다와 같이 구분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좀 더 들어 보니 저 멀리 경치가 아스라히 보인다. 아마 피안의 세계에 들어서면 사바세계가 저렇게 보이나 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시 대웅전 옆에 난 길을 따라 극락전으로 들어갔다. 극락전 앞에 있는 안양문에 다시 섰다. 그 스님이 본 모습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안양문에 서서 보니 자하문보다 아래가 훨씬 가깝게 보이는 듯 했다. 자하문과 안양문의 높이차이가 얼마 되지 않지만 불국사 앞마당과의 거리는 훨씬 가깝게 보였다.

다시 불국사 앞마당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카메라를 가지고 안양문과 자하문을 다시 바라다 보았다. 자하문에 훨씬 더 화려하게 보이지만 안양문의 구도가 더 좋아 보였다. 카메라 실력이 좋은 분들은 아마 그렇지 않으리라. 얼마 차이나지 않았지만 안양문까지의 거리가 더 가까이 보였다. 아미타불이 계시는 극락의 세계를 더 가깝게 만들어 놓은 것은 무슨 의미일까. 아마도 중생들이 현세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극락이 멀지 않다고 위로해 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안양문에서 밑을 내려다 보고 다시 돌아 섰다. 돌아서니 바로 석등이 하나가 보인다. 대웅전 앞의 다보탑이나 석가탑과 달리 극락전 앞에 석등이 하나 덩그라니 서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바로 극락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불빛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쳐서 인지 오전 내내 안양문과 자하문 그리고 아래의 마당을 왔다 갔다 했다. 혹시 불국사에 가신다면 자하문과 안양문에 서서 경치를 내려다 보실 것을 권한다. 그리고 안양문에 서서 사진을 한장 찍으시길...

물론 사진은 밑에서 찍어야 한다. 자하문보다 안양문에 서 있는 것이 훨씬 잘 나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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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대해 산에 가면 있는 절,
어떤 절에 가면 약수도 마실 수 있는...
어릴 적엔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 경험하는 것엔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단 걸 올드스톤님 포스팅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절이란 그런 곳이지요. 그냥 산에가서 찾아가고 약수도 마시고 하는 곳

잘읽었습니다. 그리^^ 하겠습니다!

인증사진 올리시렵니까? ㅎㅎ

WHY not^^// 알겠습니다!

과거에는 물이 흘렀다니 뭔가 포석정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포석정은 술이 흘렀다는 곳 아닌가요? ㅎㅎ

아 더 이상 못 흐른다는 점에서였어요. 포석정도 현재는 과거처럼 못 흘린다고 하길래....

기억해두고 나중에 꼭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네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절들은 주위 배경과의 조화를 염두하고 일체를 이뤄 설계되고 지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설계자의 뷰포인트를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 대댓글로 올려드린 책커버 샘플 확인해 보셨나요?^^

네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도 한 두 장 같이 올려주세요.
상상력이 딸립니다.^^

제가 쓴 글에 딱 맞는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다시 가야겠습니다

미처 생각지못한 부분입니다.
역시 예리하십니다.
글로만 봐도 어떤 풍경일지 상상이 됩니다.
하지만 불국사에 가게 된다면 명심하고 꼭 자하문과 안양문에서 그대로
발자취를 따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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