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 에세이] 5. 완성된 멜로디 버리지 못하는 가사 - 김동률 case studysteemCreated with Sketch.

in #norae7 years ago
사랑에 눈이 멀어서 행복했던 날들 이젠 꿈이었어라 그저 흘러가는 물처럼 멈출수도 없는 세월탓으로 그럭저럭 살아가긴 했으나 무엇하나 보여줄것 없으니 지금와서 또 누군가를 만나도 섣불리 널 지울수가 있을지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잘 있었냔 인사가 무색할 만큼 괜한 우려였는지 서먹한 내가 되려 어색했을까 어제 나의 전활 받고서 밤새 한숨도 못자 엉망이라며 수줍게 웃는 얼굴 어쩌면 이렇게도 그대로일까
김동률님의 노래의 도입부 중 가장 김동률 스러운 소절과 가장 좋아하는 소절을 뽑아 봤습니다. 앞선 케이스 스터디에서 본 이승환님의 케이스와는 상반되게 전체적으로 가사들이 호흡이 긴 서술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youtube

]
희망 - 김동률

2집의 희망이라는 곡을 듣다보면 피아노 선율에 맞춰서 가사를 써내려간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가사없이도 충분히 완성된 곡이라고 할만한 곡이기도 하구요.
정해진 리듬에 가사를 배치한다기 보다는 오른손이 피아노 건반을 짚고 넘어가듯 다소 호흡이 긴 가사를 쭈욱 풀어냅니다. 마치 재즈보컬의 자유로운 스캣에 하고싶은 말들을 늘려서 풀어쓴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선율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였을까요? 아니면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서 어느 단어 하나도 버리고 싶지 않아서 였을까요? 아래 소절의 2,4째 줄에서는 하고싶은 이야기를 정해진 마디 내에서 마침내 전부 표현해 내는 느낌입니다.

사랑에 눈이 멀어서 행복했던 날들 이젠 꿈이었어라 그저 흘러가는 물처럼 멈출수도 없는 세월탓으로 그럭저럭 살아가긴 했으나 무엇하나 보여줄것 없으니 지금와서 또 누군가를 만나도 섣불리 널 지울수가 있을지
[youtube
]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 김동률

김동률의 모든 곡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고, 부럽고 할 수 있다면 훔치고 싶은 소절입니다. 어쩌면 엄청나게 식상한 소재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낮설게 시작하여 묘한 상황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마치 어제 만난 것 처럼 잘있었냔 인사가 무색할 만큼 괜한 우려였는지 서먹한 내가 되려 어색했을까?
그러다가 이 노래의 이해하기 위한 모든 상황 설명을 2줄 만으로 명쾌하게 끝내버립니다. 누구나 한번 쯤 겪어봤을 법한, 하지만 뻔하지 않은 표현으로 이 곡의 배경을 그려놓고 곡은 듣는 사람이 하나의 짧은 사랑이야기를 경험하게 합니다. 5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서 말이죠.
어제 나의 전활 받고서 밤새 한숨도 못자 엉망이라며 수줍게 웃는 얼굴 어쩌면 이렇게도 그대로일까
구체적인 어느 순간의 장면과 감정들을 섬세하게 묘사하여 듣는 사람의 상상력을 도움삼아 하나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곡을 만드는 기이한 재주가 있는 김동률의 순간 포착, 묘사능력은 "도대체 이사람이 무슨 (사랑)경험을 해왔길레 이런 곡을 쓰는것인가?" 혹은 "누가 이런 디테일한 아이디어를 주는걸까?"라는 생각이 절로 나게 합니다. 네... 그 능력이 많이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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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디님의 설명을 듣고 김동률의 곡들의 가사를 곱씹으면서 들어보니 정말 대단하네요. 멜로디 없이 가사만 읽어도 멋진 이야기가 되는데 노래를 들으면서 가사를 상상하면 머리 속에 장면들이 떠오르는게 영화를 한편 보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그게 바로 동률님의 능력인것 같아요.
다들 한번쯤은 겪어봤을 상황을 뻔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천부적인 재능이라로 해야할까요?

작사를 몇번 해봤는데 쉽지 않더군요.
동률님의 저 능력은 정말 부러운 재능이네요 :)

맞아요 노래에 "하오"체를 쓰면서 촌스럽지 않을 수 있는 대단한 재능이지요

그 언젠가 해묵은 상처 다 아물어도
검게 그을린 내 맘에 그대의 눈물로
새싹이 푸르게 돋아나
그대의 숨결로 나무를 이루면
그때라도 내 사랑 받아주오
날 안아주오
단 하루라도 살아가게 해주오

  • 잔향 중

정말 신기하네요. 한편의 시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그런지 전혀 촌스럽거나 어색하지가 않네요. 이런 작사능력에 노래까지 잘부르니..
김동률님이 정말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군요.

맞습니다 어떨땐 얄미울정도로요 ^^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김동률의 곡을 들으면 잔잔한 호수에 출렁이는 잔잔한 물결같은 느낌!
혼자 조용히 감상에 빠지고 싶은때 듣고 싶은 노래죠.
전 노래부르는 걸 좋아하지만 작곡은 못하겠더라구요.ㅎ
앞으로 자주 소통해요~
팔보하고 갑니다^^

저랑 상황이 반대이시군요ㅎㅎ
전 노래만드는 걸 좋아하지만 노래는 못하는 케이스 인지라ㅎㅎ

정말 부러운 재능이에요!!

맞습니다 어떨땐 정말 얄미울정도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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