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큐레이팅] 블랙미러 Black Mirror 시즌 3, 4화 "샌 주니페로"

in #netflix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스티미언 여러분!

오늘부터 스티밋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넷플릭스 영상들을 큐레이팅하여 올려보려고 합니다.
그 시작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미러 시즌 3, 4화 샌 주니페로를 소개하겠습니다.

블랙 미러 Black Mirror,

'전원을 켜지 않은 전자기기의 검은 화면'.

'블랙 미러'라는 제목이 주는 알싸한 느낌으로 알 수 있듯이, 블랙 미러는 멀지 않은 미래에 기술의 발전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디스토피아적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첫 시리즈의 시작은 2011년 12월 영국의 'Channel 4'부터였지만, 시즌3부터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옴니버스 형식 (Omnibus, 공통된 주제을 통해 묶은 독립된 짧은 이야기들) 이기 때문에 시리즈를 시작할 때 진입장벽이 높지 않고,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도 한 시간 내외에서 마무리되기 때문에 킬링타임으로 즐기기에 적절하다. 또한 멀지 않은 미래에서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 SF 장르를 즐기던 시청자들에게도, 높은 비현실성 혹은 작위성 때문에 해당 장르를 부담스러워하거나 꺼려했던 시청자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샌 주니페로 San Junipero

()

1987년 어느 해안 마을. 내성적인 성격의 요키는 클럽에 갔다가 자신과는 정반대인 여자 (켈리)를 만나고, 이 둘은 서로를 당기는 강한 끌림에 시공을 넘어 인연을 맺는다. @Netflix

어느 해안 마을 '샌 주니페로 San Junipero'라는 이색적인 공간에서 만난 요키와 켈리라는 두 여성의 사랑 이야기. 여성들의 동성애를 다룬 기존의 문학이나 영상 장르와 다를 바 없는 주제의식을 공유하기에 SF 장르와는 동떨어진 것 같지만, 끝에 걸린 '시공을 넘어'라는 설명이 이 시리즈가 담고 있는 색다른 주제의식을 암시한다.

[주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A Heaven is a Place on Earth

드라마의 시작과 끝에 같은 노래가 흘러나온다. 'A Heaven is a Place on Earth'. 1987년에 발표된 이 노래는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1987년 해변 마을인 샌 주니페로를 역설적으로 설명한다. 알이 큰 복고풍의 안경을 쓴 요키는 샌 주니페로 중심가에 있는 터커스라는 클럽으로 쭈뼛쭈뼛 들어간다. 큰 알의 안경, 화장기 없는 얼굴, 펑퍼짐한 반바지에서부터 클럽 안 사람들로부터 이질감을 느끼던 요키는 우연한 계기로 켈리를 만나게 된다. 이방인처럼 보이는 요키와 달리 켈리는 샌 주니페로라는 도시 분위기를 대변하듯 자유롭고 대담하다.

켈리의 리드에 의해 무대 위에서 춤을 추던 요키는 클럽 밖으로 나간다. 켈리와 단 둘이 춤을 추던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들에 부담을 느낀 요키는 그렇게 떠나버린다. 그렇게 일주일 후 샌 주니페로, 그들은 다시 그곳에서 만나 서로를 향한 끌림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 앞에는 현실이 놓여있다. 요키는 그레그라는 남자와 결혼을 할 예정이고 켈리는 3개월정도 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그들에게 샌 주니페로는 현실을 떠나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그들에게 유일하게 남은 천국같은 곳이다.

12시를 알리는 알람소리, 켈리는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매력있는 얼굴은 그대로지만 흰 머리와 주름이 인상적인 노인으로 화면에 나타난 켈리. 켈리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몇시간 거리의 병원에 있는 요키를 방문한다. 교통사고로 인해 21살때부터 40년간 병상에 누워있던 요키는 샌 주니페로로 넘어가기까지 일주일이 남은 상태였다. 요키 그리고 켈리는 죽음을 앞두고 샌 주니페로라는 시스템 세계를 시험 체험하고 있었던 중이었다.

수사(레토릭)의 일환으로 문학에서 사용되든 혹은 종교적 의미로 사용되든 천국은 유토피아적 공간이다. 천국에서는 번거로운 욕망을 느끼지 않거나 혹은 이러저러한 욕망은 언제나 충족된다. 이승이 아닌 공간, 젋음, 욕구의 무한정한 충족, 행복 그리고 시간개념의 부재는 어떤 맥락에서든 천국이 표상하는 바다. 그렇다면 우리는 샌 주니페로라는 시스템 세계를 천국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가까운 미래, 노인들을 고객으로 하는 샌 주니페로는 80, 90, 2000년대의 그 당시 TV광고, 오락기기, 영화포스트 그리고 음악을 통해 노인들을 그 당시의 추억으로 소환시킨다. 또한 노인들은 샌 주니페로 내에서 자신의 10, 20대를 다시 살아간다. 샌 주니페로에서는 돈도, 하릴없이 흘러가는 시간도 걱정하지도 않아도 된다. 저녁마다 클럽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바에서 원하는 술을 마실 수 있으며 원한다면 쾌락만을 쫓아 마약과 섹스에 기댈 수 있다. 이쯤되면 이 시스템 세계가 어떻게 광고될지 자연스럽게 상상이 된다. 죽음을 앞둔 노인들뿐만 아니라 지금의 20, 30대도 기꺼이 가고 싶은 천국같은 곳.

약속의 공간으로서 천국은 현실이 가진 무질서와 다르게 신에 의해 혹은 구원자에 의해 세워진 이상적인 공간이다. 속세적 공간이 주는 한계 그리고 속세적 시간과 분리할 수 없는 변화, 갈등 그리고 모든 번민들은 천국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샌 주니페로는 기억이라는 데이터를 자신의 주춧돌로 삼는다. 아무리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게 데이터를 조절할 수 있다고 해도, 아무리 가상이라고 해도 속세적 시공간에서의 기억은 자연히 그 위에 있는 존재들에게 속세적인 문제들을 가져온다. 탐욕, 타락, 중독, 다툼과 같은 부정적인 것이든 혹은 사랑, 우정, 믿음, 만남과 같은 긍정적인 것이든. 신체적 노화로부터 도망쳤다고해서 혹은 과거 나의 젊음이 머물었던 곳이라고 해서 그곳이 천국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요키와 켈리는 함께 샌 주니페로로 넘어가기로 한다. 죽음 너머 샌 주니페로에서 다시 만난 그들은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해변가를 달린다. 갑자기 시원한 해변가에서 현실로 장면이 넘어간다. "TCKR 시스템즈"라는 거대한 데이터 센터. 빼곡하게 쌓인 데이터들이 배경으로 보이고, 기계 손이 분주하게 움직여 두 개의 데이터 장치 - 요키와 켈리로 추정되는 데이터 - 를 빈 공간에 넣는다. 다시금 요키와 캘리가 있는 곳에서는 'Heaven is a Place on Earth'라는 노래가 흐른다. 여태껏 이 드라마가 20대 (혹은 60대) 두 여성의 자기실현과 사랑을 다루는 성장드라마였다면, 엔딩 크래딧 속 15초도 되지 않는 장면을 통해 '샌 주니페로'는 끝나는 동시에 철학적 질문을 대동하는 문제적 드라마가 된다.

샌 주니페로에서 요키와 켈리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물들을 인식할 수 있는지. 감정은 어떻게 느끼는지 혹은 고통은 어떻게 느끼지 않을 수 있는지. 데이터 위에 놓인 세계는 어떤 것인지. 데이터 세계는 무엇에 취약한지. 만에 하나 해킹을 당한다면, 악성 코드를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혹은 전기가 나간다면 샌 주니페로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이런 질문을 다 무시하더라도 과거의 추억을 담고 있는 데이터 세계를 마냥 천국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센 주니페로 내에서 요키와 켈리가 자신들의 내적, 외적 장애물을 극복하고 성장했다는 점에서 그 곳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싶지만 그들이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버린 이상, 이 이야기를 마냥 가벼이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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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이라도 정말 천국같은 곳이군요...
첫 글이시군요. 반갑습니다.

#kr 태그를 달지 않으시면 한국어 사용자에게 글이 잘 노출되지 않습니다.
스팀잇에 익숙해지실 때까지 #kr-newbie 태그를 사용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하루에 한 번 #jjangjjangman 태그를 다시면 좋은 분이 오셔서 보팅을 해 주실겁니다.
#kr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태그 목록은 @myfan 님의 태그 정리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지스팀잇 가이드북 을 보시면 앞으로 스팀잇 활동하시는데 도움이 되실겁니다.

팁 감사합니다!! 처음 시작하는데 기존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좀 달라 어려움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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