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 에세이] 1. 작사가 먼저냐 작곡이 먼저냐 - 이승환 case study

in #music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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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가 먼저냐, 멜로디가 먼저냐 아니면 코드(혹은 리프)?" 노래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가장 많이 받게 되는 질문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마치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라는 질문 처럼요.

물론 질문에 대해 명쾌하게 답할 만큼 저의 음악적 식견이나 자격이 충분치 못하지만 답 없는 이 흔한 질문으로 시작하여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일단 오늘은 이 질문을 살짝 접어두고...

오늘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대로가 좋은 멜로디와, 버릴것 없는 가사가 충돌했을 때 뮤지션들은 고민 끝에 어느것을 살리고 어느것을 희생할까?
에 대한 Case Study 입니다.

여러 싱어송라이터들의 스타일이 있겠지만 오늘은 언어(가사)보다 멜로디를 중요시 하는(주관적인 판단으로) 이승환의 사례를 먼저 살펴보고자 합니다.


멜로디 >> 언어(전달력) - 이승환 Case

오랜 이승환님의 팬으로 항상 느끼는 점은 노래가사가 여러번을 들어도 좀처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발음보다도 멜로디의 틀을 위해서 음절을 수시로 파괴하는 작곡 패턴 때문인데요, 노래를 받아쓰기를 하는 기분으로 음의 길이를 고려하여 받아써보면 내가 지금 팝송을 듣고 있나 싶을정도로 반복해서 들어야 겨우 가사를 파악할 수 있는 곡들이 꽤 되는 것 같네요. 그만큼 공장장에게는 언어보다 포기하고 싶지 않은 멜로디가 더 소중한가 봅니다.


[Case 1 - 함께 있는 그대를 보고싶다(2014) - Fall to Fly 前]

아래 영상을 한번 영상을 보지 말고 들어보세요. 가사를 받아쓰기 해보셔도 좋구요. 아래 적은건 제가 첨 들었을 때의 1:51~2:12 부분과 4:12~4:28 부분의 가사입니다.

[youtube
]

맬 만나도 다못만 나는그대 오 직한번 만나도 다만나는 그대 아 그대여 희망여 내사랑이 여 그대여 운명여

뭔가 "아기다리 고기다리" 같은 바보같은 띄어쓰기 같아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몇몇 이승환의 곡은 이런식으로 멜로디를 위해 언어를 포기(혹은 파괴)하는 경우를 종종 볼수 있습니다.

[원래 가사]
매일 만나도 다 못만나는 그대
오직 한번 만나도 다 만나는 그대
아 그대여 희망이여 내 사랑이여
그대여 운명이여

약간의 난해한 가사전달을 감수하더라도 이승환님은 후렴의 멜로디의 구조 1-3-3-4 를 깨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Case 2. 애원 - Human]

인터넷으로 가사를 찾기가 쉽지 않던 시절 이승환의 애원은 이보다 더한 난해한 음절 파괴를 선보였는데요, 수십번을 돌려 들어도 '도대체 무슨 단어를 쓴거지?'하며 알수 없었던 부분 중 하나입니다. 클라이막스 부분인데요 3:48 ~ 4:03 부분을 한번 가사를 보지 말고 들어보세요.(이미 노래를 아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youtube

]

또 나를 위해 소~~
리여씨~기이~
도해요
가 알고 보니

"그대 그리고 또 나를 위해 소리없이 기도해요"

였던 당혹스러움 또한 기억나네요.

곡을 쓰다보면 의외로 자주 그 자체로 멋진 하나의 문장과 이미 다른 소절에 착 달라붙어 완성된(혹은 정착된) 멜로디가 충돌하는 경우를 종종 겪기도 합니다. 이 경우 가사를 선택하냐, 멜로디를 선택하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적정한 합의점을 찾는 것에서 곡을 만드는 사람의 정체성과 스타일이 나오는게 아닐까요?

여러분들은 이런경우 어떤 선택을 하시나요?

P.S : 참고로 저는 언어를 파괴하다보면 결국 곡 자체를 버리게 되더라구요.
반대의 경우엔 결국 아웃풋을 내긴 합니다만 다소 즐겨부르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어려운 곡이 되구요.
이러나 저러나 쉽지 않은 문제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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