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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누가 버지니아 울프에 공감하는가

in #manamine6 years ago (edited)

지성을 향한 20세기 초 지식인의 태도가 자기만의 방에 녹아 있군요. 울프가 다시 살아 현대를 본다면 탐탁지 않아 하겠죠?

상업 출판물은 수익성을 따라 시류에 맞는 주제, 다수의 독자가 빠르고 쉽게 소비할 만한 주제를 내놓게 되고, 독립 출판물의 경우에도 결국 저자가 본인의 소소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책을 내는 것이니, 울프가 바라던 문학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또 독자의 입장에서도 18세기 계몽주의부터 강조되던, 200년이 넘는 일종의 지성주의에 피로도를 느낀 것 같아 보입니다. 반지성주의라고 하면 부정적인 어감이지만, 이미 인간은 자신의 영역에서만도 벅찰만큼 배울게 너무 많아져버렸어요. 거의 평생을 무언가를 배우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지적 갈망보다는 감성의 휴식 또는 카타르시스를 원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정말 ‘오늘날 누가 버지니아 울프에 공감할 것인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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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설"은 두 2차대전을 지나 보내고 생긴 절대 이성과 인간 진보의 가능성에 대한 환멸이 결국 뭐 요즘 우리가 익숙한 해체니 뭐니 하는 걸로 이어진건데 그게 프린스님이 말씀하시는 "피로도"와 맞닿죠. 그런 여러 근현대의 양상들은 분명 반지성주의적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벅찰만큼 배울 게 많아진 것"은 지성적이라기보단 전문적, 즉 직업과 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자격증의 취득이 아닐까 합니다. 휴...ㅠㅠ 지금 우리가 전문가라고 하면 상당히 격상시켜주는 느낌이지만 원래는 좀 그런 뉘앙스가 아니었거든요.

버지니아 울프 식의 논리는 굉장히 엘리트주의적이고 예술중심주의적인데, 저도 심정적으로 저런 생각에 공감을 많이 하지만 이미 지난 시대의 것이라고 항상 느끼죠. 슬퍼요. ㅎㅎㅎ

공감합니다. 그리고 저도 직업적인 전문성과 지성은 다른 것이라 생각하지만, 비슷한 능력을 사용해야 하는 만큼 지성을 추구하기 어려워진게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를테면, 사무 노동을 하는 사람은 체육관에서 근육을 혹사시키는 것을 즐길 수 있지만, 일상이 근육의 혹사인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에게 체육관은 그다지 즐길거리가 되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맞습니다. 쉽게 말해서 뭐 전문성 인플레의 시대인 것이죠. ㅋㅋ대학부터 해서...지성은 그냥 제껴놓고 전문성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지의 여부가 결정이 되는...

저를 비롯해 제 친구들은 그런 면에서 대학을 지성의 상아탑이라기보다 직업전문학교라고 부르곤 했습니다ㅎㅎㅎ

네, 갈수록 그게 전세계적으로 맞는 얘기인데...그래서 아예 여러 국립대들의 성격을 딱 분리해서...상업/취업과 학문/연구쪽 인력을 따로 양성하자는 의견도 더러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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