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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누가 버지니아 울프에 공감하는가

in #manamine6 years ago (edited)

넵, 일단 어떤 영감의 원천으로서의 감정(특히 울분),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탄생하는 예술, 미시적인 접근(자신)의 문제가 느껴지죠.

일단 울분-카타르시스라는 원동력 자체에 대해선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겁니다. 단지 울프를 비롯한 저 시대의 사람들은 그 감정이라는 것이 1) 개인적 일기와 같은 차원에서 머무느냐, 아니면 2) 인류에 보편적으로 이해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차원으로 승화가 되느냐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제인 에어의 예에서처럼 작가의 목소리가 캐릭터의 그것과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드러날 정도가 되면 그건 "감정이 지나치게 개인적 차원에 머무른 예시"인 것이죠. 만약에 작가에게 어떤 정치사회적인 관심사가 있다면, 그리고 글쓰기가 더 극단적으로 개인적 차원에 머무르게 되면 프로파간다적인 글쓰기가 될 수가 있는...그런 것이 그 자체로 가치가 없다기보다는, 굉장히 문학중심주의적인 시각에서 그런 것을 약점으로 본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에 셰익스피어나 그리스 비극들을 2)의 예시로 보는 것이죠. 어릴 적에는 '만인의 마음을 아는 셰익스피어'라는 표현이 그냥 미사여구인줄 알았는데...저자의 목소리와 캐릭터 하나하나의 목소리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해서 만들어냈다는 얘기로 이해가 됩니다.

경제적 어려움은 저도 막연히 작가든 화가든 간에 뭔가 극한 상황에서 탄생시키는 역작...이런 이미지가 있었는데, 결국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서 다른 일을 하지 않았거나 못했기 때문에 가난했던 경우로 이해가 되더라구요.

구체적으로, 가난 자체가 예술을 낳는 것인가, 아니면 예술을 낳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가난을 택한 것인가...이렇게 봤을 때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더 현실반영적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울프는 예술가를 위한 "이상적인" 환경은 어디론가 출근을 한다거나 가게에서 일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런 일을 하지 않으면 가난에 처할 수 있을테니 최소한의 수입과 공간이 있는 환경이 이상적이라고 한 것이죠. 천재가 가난하다 해도 어떻게든 작업에 몰두만 할 수 있다면 작품을 탄생시키겠지만, 이 최소한의 환경이 있을 때는 "전적으로" 천재성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뭐 이런 이야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가정법이기 때문에 예술가 개개인에 대해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요- 누군가에게는 가난이 진짜 예술을 낳는 요인이 되었을 수도 있겠구요. 그런데 실제로 울프가 드는 남성 작가들 대다수가 최소한의 집필 환경이 마련되어 있었던 경우더라구요. 물론 문학에 집중된 비평이기 때문에 회화나 조각쪽은 좀 다를지도 모릅니다. ㅎㅎ

미시적인 시선 부분은 위에서 얘기한 감정의 차원과 맞닿는 문제인 것 같아요. 개인의 감정에 갇히지 않고 인간 보편적인 문제로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하거나 자기성찰이 많이 진행되었을 때는 아예 자폐적이어도 각광을 받죠. 실비아 플라스라든가...아마 모든 예술가가 무의식적으로라도 성장을 하려는 이유도 자기 자신을 통해 세상을 넓게 볼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이 되기 위한 것이 아닐까...생각을 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현대에 와서는 손쉬운 출판이나 엄격한 기준들의 폐지 등등으로 인해, 그런 성장을 거치지 않은 사람들이 마구 쏟아내는 작품이 너무 많아졌다는 생각이 있어요. ㅎㅎㅎ

의견 감사드려요. 일단 이 책을 읽을 때 누구든지 느낄 수 있는 의문들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저도 좀 길게 답변을 작성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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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정에 너무 매몰되지 않고 작가가 어느 정도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엔 동의합니다. 요즘엔 감정에 매몰되는 정도가 아니라 문학 파괴 수준의 글들이 넘쳐나죠. 그런 부분은 더 이상 예술이 아닌 대중문화, 즉 즐길거리로 봐야 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이 살기 힘들다보니 다들 예술보다는 즐길거리를 찾는 것 같아요.

가난과 예술의 뫼비우스의 띠 같은 관계는, 아무래도 예술가적 기질이 있으면 가난해진다..가 기본적인 것 같고; 그 다음에 '어쩌다보니 불행하게 살다가 예술가가 되어버렸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지만....

회화의 경우에는 돈을 벌려고 했으나 실패하면서 계속 그림을 그렸다가 대부분이고 음악의 경우에도 '지원은 받았으나 계속 가난했다'가 대부분이라...

울프의 글에 나타나는 '지원을 받는다면 전적으로 천재성을 발휘할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제가 이름을 까먹은 어떤 남자 작가는 경제적으로 편안해지면서 글을 안 썼다고 합니다(.....)

돈과 예술의 관계는 답을 찾기가 힘든 것 같네요. ㅎㅎ

ㅎㅎ네. 감정이 격하더라도 자기 안에서 소화가 된다면 중2병 글은 벗어날 수 있겠죠!

또한 어떤 환경에서든 예술을 붙들고 놓지 않을 사람이 이런 글의 대상이겠지만, 일단 환경이 바뀌어봐야 아는 것일테구요. ㅎㅎ 책에서 예로 드는 여성 작가들의 경우 거실에서 소설을 몰래 쓰면서 이래저래 방해도 받고 해서, 더더욱 환경을 강조한 걸로 보입니다.

걱정 안해도 되는 환경이라면 다작도 할 수 있을텐데, 그 이름모를 작가처럼 그냥 한량 워너비인게 드러날 수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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