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성공한 공연, 하지만 본래의 목적은 실패했던 행사. Live Aid 1985(2)

in #liveaid5 years ago (edited)

https://steemit.com/liveaid/@ravenclaw69/live-aid-1985 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글에서 Live Aid가 대략 5천억원에 달하는 기금을 조성했지만 이 돈을 쓰는 과정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아마추어였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 공연의 성공을 본 수많은 다른 뮤지션들이 비슷한 자선 공연을 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연예인들이 서로 에티오피아의 기아를 퇴치하자는 자선 공연들을 연달아서 벌이고 그 돈으로 구호물자를 사서 보내는 과정. 이 과정은 사실 모두가 행복했을 겁니다. 가수는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어서 행복했을 것이고, 자선 공연에 기부금을 많이 낸 사람들은 자신들의 돈이 생명을 구하는데 쓰인다는 것에 행복했을 겁니다. 구호물자를 파는 회사들은 수익을 올릴 수 있어서 행복했겠죠. 단 하나의 예외만 있었을 뿐이죠. 바로 운송회사들입니다.

민간인인 우리가 물류체인의 위력을 경험하는 것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한 물건을 택배로 받을 때 밖엔 없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건 한 방향의 경험입니다. 운송회사들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받아서 보내고 다시 받아서 보내고를 최적화시켜야 해요. 그래야 그 비싼 운송수단들을 사서 운영한 돈을 뽑을 수 있습니다. 특히 많은 양을 운송하는 배들의 경우엔 빈배로 다니게 만들면 큰일 나지요. 그런데 서방 운송회사들이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의 항구 상태에 대해 몰랐을리가 없잖아요? 어떻게 그 근해까지 가는 것은 일정 맞춰서 갈 수 있지만, 실제로 화물을 내려서 보내는 것은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을,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죠. 하지만 큰 손해를 입게 될 것이 뻔하다고 해서 수송을 거부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수많은 행복한 사람들을 화내게 만들 것이니까 말입니다.

사실 답은 뻔했어요. 제3세계가 빈곤에 시달리는 이유는 부패 때문입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문제는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 적당한 돈을 찔러주면 됩니다. 그게 누구인지, 그리고 사안별로 얼마를 줘야 하는지를 아는게 그 지역 전문가들이라면 필히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이죠. 즉, 요즘처럼 인터넷 덕택에 현지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었던 시절에 어떻게든 막대한 손해는 보지 말하야 할 운송회사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항구까지 배달했다는 증명서’였습니다. 그래야 수많은 사람들에게 매달리지 않을 수 있었을테니까요. 아니면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하역 순서를 기다리면서 파산해야 했죠. 즉, 대부분의 운송회사들은 지역 관리에게 돈 찔러주고 하역증명서를 받고선 대충 아무곳에나 부리곤 튀었던 겁니다.

그럼 그 구호물자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이건 조각그림 이어 맞추기를 좀 해봐야 합니다. 보통 대기근, 혹은 재난이 발생했을때 구호물자들이 그 나라에 들아가면, 그 수송행렬도 환영 받습니다. 굶어죽을 판에 밥이 왔는데 고맙다고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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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네팔 대지진 당시 진앙인 고르카 지역으로 구호물자를 실어나르던 버스입니다. 지역 운송회사들도 거의 실비와 기사 인건비 정도만 받고 구호 물자 실어나르기 바빴습니다. 이건 거의 대부분의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다면 모든 사람들이 일치단결해서 그 재난을 이겨내기 위해 팔뚝 걷고 덤벼들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1990년에 소말리아에 기근이 발생했을땐, 이 구호물자 수송대를 급습하는 무장단체들이 유독 많았습니다. 자신의 나라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구호 물자를 습격한다는 것은 한 나라의 구성원이라는 자의식 자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구호물자가 돈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그 구호물자를 현금화 시킬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약품 등을 제외하고 구호물자들은 대체로 부피가 좀 크단 말입니다. 그걸 빠르게 현금화 시킬 수 있는 수단 자체가 없다면 도둑질 하기엔 가치가 좀 떨어지는 물자란 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Live Aid로 모인 5천억원의 10~20%가 무기를 사는데 쓰이게 되었다고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었죠? 그 돈들은 소련으로 넘어가서 에티오피아 정부군과 반군이 무장하는데 쓰였습니다. 소련은 그 즈음에 생명을 다 한 대국이었어요. 군대에서 돈이 되는 것은 전세계로 다 팔려나갔던 시절입니다. 그걸 중계하는 이들이 에티오피아 주변국에 상주하고 있었죠.

거기다 하나 더. 당시에 소말리아를 통치하고 있던 '빨갱이'(!)는 시아드 바레 장군이었습니다(앞서의 글에서 분명히 G7국가들이 에티오피아의 기근에 관심을 잘 안 보인 이유를 꽤나 장문으로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남의 글 평가 안하면 손가락에 쥐가 나는 분들이 단어 하나에만 집착하더군요. 대딩 운동권 2학년 증후군 정도에게 짜증 내기 싫어서 냅뒀다가, 어제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갖고 또 뭐라고 할까봐 첨언해놓습니다.)

군부독재 정권인데 소련에 줄을 댄 이들이었죠. 이들은 통합적인 국가를 운영하는데엔 별 관심 없었어요. 그리고 소말리아인들 역시 하나의 국가라는 자의식보단 자신의 부족이 훨씬 더 중요했지요. 그래서 시아드 바레는 뭔 일이 생기면 특정 부족을 중용했다가, 그 사안이 해결되면 그 부족을 팽하는 형태로 국정운영을 했습니다. 1969년에 정권을 잡았는데 국가 운영을 뭔 돌려막기 식으로 했었으니 20년쯤 지나니 더 이상 돌려막을 부족이 없게 되겠죠. 국정운영을 그런 식으로 하면 부족들끼리도 원한을 안 가질 수 없었구요.

자, 이쯤되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지 않나요? 부족간에 원한이 많은 상태에서, 바닷가 근처에 수많은 구호물자들이 뿌려졌고, 그걸 현금화 하는 것은 물론 무기까지 사다가 줄 수 있는 네트워크가 바로 옆에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판에 내전이 터지지 않으면 뭔가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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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소말리아 대기근

1990년에 발생한 소말리아의 기근은 이 내전 때문이었어요. 그러니 구호단체의 수송차량을 급습하는 일들이 빈번했던거죠. 그거 차지하는게 자신들의 부족 무장력을 늘리는 거의 유일한 방법인데, 급습을 안하면 그게 이상했던 상황이었죠. 일이 이쯤 되니까 1992년에 유엔 평화유지군이 파병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유엔 평화유지군의 투입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어요.

일단 유엔 평화유지군은 상대가 쏘기 전엔 먼저 쏠 수 없는 군대입니다. 거기다 탱크 같은 중무장은 할래야 할 수가 없구요, 구호단체들의 수송차량 호위 임무가 계속되기 때문에 쉴틈없이 작전에 투입되어야 했을 뿐만 아니라 작전 지역도 엄청나게 넓을 수 밖에 없었어요. 시아드 바레가 축출된 이후 소말리아의 권력을 확보한 이는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라는 인물이었습니다. 파병이 시작된지 약 1년만에 아이디드가 장악하던 라디오 시설과 무기 시장을 UN군이 급습했는데 거꾸로 매복에 당해버렸던거죠. 이 사건으로 미국은 이 상황을 빨리 제압할 이유가 생기게 되지요.

음, 여기까지 말씀드리면 밀덕인 분들은 영화 제목 하나가 바로 연상되었을 겁니다. 넵. Black Hawk Down입니다. 미국의 합동특수작전사령부가 직접 나서서 아이디드를 체포하겠다고 나섰다가 미군 18명이 죽고 1명이 포로가 되는 참사가 발생했던거죠. 그것도 천하의 델타포스가 말입니다.

여기까진 우리랑 상관없어 보이는 이야기입니다. 뭐 선의가 지옥을 만들수도 있는거네… 뭐 그 정도 느낌 밖엔 없으실거에요. 그런데 말입니다, 소말리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해안선이 긴 국가에요. 이 긴 국가는 상당히 풍부한 어자원을 갖고 있었죠. 그런데 1990년부터 나라가 아수라장이 되니까 바다를 지킬만한 사람들이 없어져 버립니다. 12해리 안을 영해라고 하잖아요? 그 영해를 지킬 무장력이 내전에 동원되면서 무주공산이 된 겁니다. 거기다 이 지역의 어민들은 기껏해봐야 우리의 바다 낚시배 정도의 크기였어요. 잡아봐야 백키로 그램 정도 잡으면 많이 잡을 수 있는 배들이었죠.

이 무주공산에 대한민국의 원양어업 회사들이 낼름 들어갑니다. 미국의 주간지인 타임지 2009년 4월 18일자엔 “어떻게 소말리아의 어민들은 해적이 되었는가”라는 기사가 실립니다. 그 기사에선 한국과 일본, 그리고 스페인에서 온 원양 트롤 어선이 무려 20년간 그 지역의 어족자원을 싹 쓸어갔다고 UN이 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기사에선 이 원양어선들을 쫓아내기 위해 어민들이 무장하기 시작한 것이 해적의 시초라고 이야기합니다. 뭐 한국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을 직접 만났던 분은 김영미 PD에요. 그 김영미 PD가 취재했던,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되었던 배는 D수산의 D호였습니다. 원양 트롤 어선이었죠.

한국과 일본, 그리고 스페인의 원양어선이 쓸고 간 다음에 이 지역 바다를 찾은 배들은 해양 폐기물 투기 선박들이었어요. 규제 까다로운 선진국 선박들이 쓰레기 싣고 가서 냅다 뿌렸던 겁니다. 그러니 어장 자체가 완전히 파괴 되었죠.

물론 돈이 되는 일은 항상 빠르게 변합니다. 그때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은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요. 삼호 주얼리호 구출 작전이었던 아덴만의 여명 작전이 펼쳐졌던 지역은 소말리아 연근해가 아니라 공해상이었어요. 예멘에서 훨씬 더 가까운 곳이었다구요. 일반 어선들 갖곤 이런 바다 나오지도 못합니다. 지금은 전세계를 상대로 벌어지는 Kidnap & Ransom 사업의 한 축이죠. 돈이 될만한 회사의 배가 어디를 지나간다는 정보를 해운 회사 정보들을 취합할 수 있는 곳에 있는 놈들이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보내고, 해적들은 그 정보를 갖고 배를 납치하죠. 돈은 K&R 보험사가 있는 곳에서 정산이 되는 산업에 편입된지 오래입니다. 더 이상 고기를 잡을 수 없는 어부들의 자경단 활동이 아니에요.

더 황당한 것은 밥 겔도프의 지원으로 경쟁력을 갖추게 된 에티오피아산 농산물들이 자국 내에서 소비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출된다는 겁니다. 그것도 소말리랜드와 소말리아로. 에티오피아에선 아직도 기아가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기아 문제 해결하라고 농업기술을 전수했더니 도로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좋은 소말리랜드와 소말리아로 팔리고, 또 수출까지도 되고 있다는거죠.


작년엔 참 충격적인 소식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영국계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의 비위사실이었어요. 제가 왜 충격을 받았냐면, 2015년 네팔 대지진 당시 피해자들의 대부분은 산악 지방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산에 사는 40만명에게 단 두달 동안 필요한 긴급구호물자들을 전달하는 일에 나섰던 것이 옥스팜이에요. 구력이 장난 아닌 조직이 할 수 있는 일이죠. 그런 조직에서 성매수, 횡령 등의 상황이 발생했다니 꽤 충격이 오래 갔습니다.

며칠 지나고 나서야 제가 겪었던 현장들이 떠오르더군요. 사실 긴급구호의 현장은 많은 사람들을 그냥 살리기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어떨 때는 누구는 죽도록 방치하고 누구는 살리는 결정을 해야 하는 현장이기도 해요. 가지고 있거나 추가로 확보되는 자원의 총량이 얼마인데, 사람들은 줄줄이 죽어나가고 있다면 최대한의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일부는 포기하게 되거든요. 신의 영역에 해당하는 결정들을 해봤던 이들 중 몇몇은 여기에 맛들리기도 합니다. 일국의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얻을 수 없는 권력이거든요. 권력에 맛들린 이들은 자신은 엄청난 일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많은 면책을 받을 수 있다고 믿게 되지요.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오만입니다만… 이 악마의 유혹에 꼬임을 받았던 국제구호 활동가들의 숫자는 한 둘이 아닙니다. 전세계 구호기관 현장요원들이 이런 짓거리를 하다가 파면되는 경우, 종종 있어왔거든요. 옥스팜 사건은 그런 사건을 일으켰던 이들이 다시 현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는거죠.

잠언 6장 16절엔 이런 이야기가 나오죠. “여호와께서 미워하시는 것 곧 그의 마음에 실어하시는 것이 일곱 가지”가 있다고. 그리고 그 일곱가지 중에서 첫번 째가 바로 교만한 눈입니다. 교만이나 오만이나… 문제를 일으켰던 이들은 자신들의 결정이 가진 무게를 힘들어하지 않았던 이들이에요. 한 집단이 죽도록 결정을 내리면서 그 무게를 괴로워하기 보단 즐거워했던 이들이죠. 오만도 이런 오만이 있을까요.

밥 겔도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에티오피아의 대기근을 두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호소하는 노래를 만들었는데, 그 노래의 제목이 “그들이 크리스마스임을 알까요?”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거 아시나요? 에티오피아 전체 인구의 43.5%가 그리스 정교고, 18.5%가 개신교입니다. 그 분들이 크리스마스를 모르겠어요? 이건 오만이 태양계를 넘어서는 단계죠. 애초에 이 모양이었으니 성공에 취해 전문가들의 말을 무시했던 겁니다.

여러분, 혹시 후원하시는 곳에서 혹시라도 오만, 혹은 교만의 냄새가 나는지 한번 즈음은 확인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일 하시는 분들은 자신들의 능력이 얼마나 제한되어 있는 것인지 잘 알기 때문에 아주 많이 겸손할 수 밖에 없는 분들이거든요.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직접 도울 수 없으시니, 어느 분들이 정말 겸손한지만 확인해도 어디를 후원할 것인지는 정리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거 쉽지 않을거에요. 왜 여호와에게 첫 번째 죄악이 교만이겠어요. 그만큼 치명적이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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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가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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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실 쉽지 않죠. 사람이 얼마나 오만해지기 쉬운 존재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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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좋은 글을 너무 늦게 봤습니다. 팔로하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아뇨;;; 제가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지라;;;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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