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발 서울행 기차는 언제나 슬펐다

in #life9 years ago

스물 두살.
서울행 고속버스를 타고 나는 창밖 엄마를 향해 신나게 손을 흔들었다.
엄마는 내게 미소를 보이셨지만 버스가 떠나고 많이 울었다고 훗날 내게 말씀 하셨다.
이제 더 이상 내 품에 없겠구나.
이렇게 서울생활하다가 시집가면 끝이구나.
나는 이렇게 서운한데 내 새끼는 저렇게 해맑구나. 가서 건강히 잘 지내렴...

버스멀미를 해 광주에 자주 내려가지 못했다.
KTX가 그 땐 없었다.
어느해 추석 명절, 3시간 30분이면 도착해야 할 광주를 10시간 걸려 내려가면서 나는 멀미에 짜증에 거의 죽을 뻔 했다. 그 이후로 더 안내려갔다.
그나마 KTX가 생기면서 1년에 두번은 내려갈 수 있었다.

서울 살면서 사귄 친구들과 매일 노느라 엄마 생각이 많이 안 났다.
어쩌다 광주 내려가면 오랜만이라고 광주 사는 친구들과 회포를 풀며 새벽에 귀가했다.
엄마는 도착과 출발때만 딸의 얼굴을 보실 수 있었지만 나는 칠렐레 팔렐레 노느라 신이 났었다.
이상한건 엄마랑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말 몇 마디 못 나눴지만 광주출발 서울도착 기차에서는 항상 마음이 슬펐다.
아이고 내새끼, 뭐 먹을랑가..하는 엄마의 밥상차리는 소리.
오메~언능 일어나야. 목욕가게.
피아노 한곡만 쳐봐. 어째 내 딸은 많이 안 가르쳤어도 이렇게 잘 치까잉.

철이 든 건 아닌데 이젠 점점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애틋하다.
여자는 남편 없이 어디 혼자 댕기면 절대 못써. 혼자오지 말고 언제나 김서방이랑 내려와라잉.

구정땐 시댁, 추석땐 친정.
'나 추석 연휴때 해외 놀러갈거라 이번에 못가' 통보했다.
'응~내딸 행복하게 사네. 잘 놀다와'
1년에 겨우 1번. 오매불망 추석에 내려올 둘째네를 기다렸을 엄마. 서운함을 내비치지 않으셨다.

즐겁게 여행은 다녀 왔는데 추석때 못 간게 내내 마음에 걸렸다.
광주 출장.
기회를 빌어 하루 휴가 내고 이틀 엄마 곁에서 딩굴딩굴.
김서방과 함께 아니면 내려오지 말라 했다고 안 내려간 건 내 핑계. 사실 맘만 먹으면 금욜 퇴근 후 내려와서 일욜에 올라가도 되는거였다.
이제 왕복 4시간이면 되는것을.
'다음엔 김스방이랑 와. 그래도 이번에 안 왔으믄 내년 추석에나 볼것인디 아따 쓰겄네. 우리딸 봉께.'
뭔가 정신없이 지나가버린 이틀. 너무 짧은 이틀. 그래도 엄마 새치 염색도 해주고 생강도 채썰어주고 합창 악보에 큰 글씨로 발음도 적어주고. 새끼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을 해주고 와서 좋다.

내년에 칠순.
조금 더 자주 내려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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