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있어. 100% 캐시미어 코트야..

in #life9 years ago

30대까지는 옷의 재질을 따지지 않고 예쁘기만 하면 샀다.
형편이 녹녹치 않음에도 옷만 많은 이유다.
그래도 그 나이때까지는 어떤 옷읏 입든 싼 티 안 났던 것 같은데 요새는 질 좋은 옷 아니면 어째 쪼글쪼글해 보이는지.

100% 캐시미어 코트를 입어본다.
40% 할인된 가격이 120만원.
12만원 아니고 120만원.
이번생엔 나와 인연이 아니구나. 빠잉.

옆 브랜드로 옮겨 다른 코트를 입어본다.
울 50% 캐시미어 10% 기타등등 40%
가격 60만원.
60도 후달린다.
다른 곳도 보고 올게요. 빠잉.

점차 내려가는 예산, 덩달아 가라앉는 마음.
폼 안나는 20만원짜리 코트 입느니 돈 좀 써서 간지나게 입자 싶어 가본 아울렛.
아무리 그래도 내 주제에 120만원짜리 코트는 아직이다 싶어 터덜터덜 발걸음을 돌린다.

사람 됨됨이가 쓰레기면 1,000만원짜리 옷을 입은 들 뭐하랴.
그래도 돈 걱정 없이 좋은 재질로 맘에 드는 옷을 콕콕 찝어 원없이 사보고 싶다.
이거 내꺼 저것도 내꺼.
난 피부 하얀편이라 빨간거 잘 어울려. 내꺼.
여자는 핑크지. 내꺼.
카멜은 우아하게 보이쟈냐. 내꺼.
블랙은 기본아냐? 내꺼.

윤기가 촤르르 흐르던 100% 캐띠미어 카멜 코트야..
입은지 안입은지 모르게, 먼지처럼 가벼웠던 100% 캐띠미어 카멜 코트야..
살을 에이는 추위를 간지 코트 하나 툭 걸치고 엣지있게 헤쳐나갈 수 있게 생긴 100% 캐띠미어 카멜 코트야..

잘있어..

나이 먹어 가는 건 서럽지 않다. 나만 늙는게 아니니까.
저렴이 옷을 더 이상 부티나게 소화시킬 수 없는 내 몸뚱이가 슬프구나.

Coin Marketplace

STEEM 0.04
TRX 0.32
JST 0.078
BTC 65309.22
ETH 1721.00
USDT 1.00
SBD 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