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깨닫는 순간에

in #life7 years ago

독일 지사에 근무하고 있을 때 이었다.

모처럼 휴가를 내어 차에다 가족을 실고

프랑스의 몽셍미셀로 여행을 갔다.

프랑스는 독일과 달리 끝없는 평원으로 이어졌다.

낮고 완만한 구릉들이 넘실거리며 끝없이 이어지고

그 흔한 산도 안 보였다.

드넓은 평원지대는 대부분 농토이며

이따금 나무가 간간이 서 있는 곳은 마을이었다.

아프리카 사회사업가로도 유명한 슈바이처박사는

이런 평원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프랑스는 평원이 발달하다 보니

낮은 구릉 지대를 이용해 적들이 쳐들어오면

멀리서 적을 가늠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눈이 발달할 수 밖에 없다.

프랑스에서 눈으로 보는 미술이 발달한 이유이다.

많은 미술가들은 대부분 프랑스 태생이다.

반면 독일은 숲이 발달하였다.

그래서 적을 방비하기 위해서는

숲속에서 작은 소리도 감지할 수 있는

귀가 발달할 수 밖에 없다.

귀가 발달하다보니 음악이 발달했다.

유명한 음악가들은 거의 독일 태생이다.

눈에 보이는 경관이 생경하여

보이는 대로 열심히 셔터를 누르던

식구들은 지쳤는지 꾸벅꾸벅 졸기에 바쁘다.

눈앞에 달려오던 차는 구릉에 가려 없어졌다가

불쑥 옆을 지나쳐버린다.

교통량은 많지 않았지만 구릉에 시야가 가려

차는 훨씬 위험했다.

어느새 달리던 차 앞에서 대형 컨테이너차가

길을 방해하고 있었다.

차로는 달랑 2차선 길이어서 앞에 차가 길을 비껴주지

않으면 추월할 수가 없었다.

우측 깜박이를 켜고

한 곁으로 피해주기를 바랬으나

컨테이너 차는 규정 속도로 천천히 갔다.

깜박이 신호를 넣고 달리기를 30~40분쯤,

나는 괜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차선을 힐끔거리며 독립된 의지로 벗어 날려고 애써보지만

왼쪽이 빈 차선이면 고개를 만나고 고개를 지나면

차가 마주 온다.

길고 육중한 콘테이너 트럭을 앞지르기할 엄두가 안 난다.

삐쭉 차머리를 내밀다가 제자리에 오기를 수십 번,

그러다가 1시간 여가 지났다.

도착지에서 숙소를 구할 수 있으려면 어둡기 전에

빨리 가야만 하는데, 우리 가족은 초조하기만 했다.

그런데 갑자기

‘화물차 운전수가 우리를 방해하는 자가 아니라

처음 가는 길, 위험한 길을 사려 깊게 짚어 주고 있는

인도자라면,

혹시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수호천사라면.’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면서 조바심은

어느새 그랬냐는 듯 눈 녹듯이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방금 생각난 것을 가족들 한테

알려주니 가족들은 ‘정말 그럴지도 몰라’하며

모처럼 여행을 왔으니 천천히 가자고 하였다.

평원지대의 넓은 경관이

다시 우리 가족들 눈에 들어왔다.

너훌거리며 구릉사이로 차가 달리고 있었고

밭작물이며 겨우살이가 여기저기 붙은 나무며

전형적인 프랑스 가옥등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여행을 하는 우리 가족은

‘왜 진작 이런 기분을 몰랐을까?’하며

숙소 정하는 문제등 하찮은 고민을 쓸데없이 했음을

후회했다.

조금 전처럼 여유 있는 깨달음도 잠시

앞을 비집고 나갈 찬스가 생기자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앞차를 추월했다.

이제 막 추월해서 여유롭게 운전을 하려던 그때

고개를 막 넘어서니 차 두 대가 험하게 부딪쳐

사고를 수습중인 것이 보였다.

그리고 교통사고 현장을 조금 지나니 언덕이 보이면서

그렇게 길었던 왕복 2 차선 길은 여유차선이 있는

왕복 4 차선 길이 되지 않는가.

모든 것이 다 그 분의 손바닥 안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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