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내 친구 영수
제주도에 사는 내 친구 영수는 투박하게 환경 운동을 한다. 환경 운동 중 하나가 옛것 모으기이다. 옛 것이라 함은, 제주도 초가집을 허물어 신축 집을 짓는다면 내 친구 영수는 집에서 나오는 초가집의 잔해를 챙겨와 창고에 보관하는 것이다. 초가집 잔해는 새집을 갈망하는 초가집 주인에게는 버려야 하는 쓰레기이겠지만 영수에게는 제주도 다운 창작물을 만들 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품 혹은 자재이다.
내 친구 영수는 창고 하나를 지어 20년 동안 제주도를 돌아다니며 돌이며, 광문이며, 문짝이며, 궤짝 등등을 모으고 있었다. 그 창고에 가보니 어릴 적 외할머니 집에서 보았던 광이 있었고, 외할머니 댁 변소에 놓여있던 돼지 밥그릇이 있었다.
내 친구 영수는 오래된 것만 모으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이 가능한 것은 뭐든 모으고 있었다. 영수의 보물 창고 안에는 오래되지 않은 자전거를 보니 그런 것 같다.
아마 내 친구 영수의 딸이나 아들이 탔을 듯한 자전거인 듯하다. 자전거가 하나 있으면 좋겠기에 영수에게 달라고 했더니 탈 수 있으면 가져가라고 한다. 내 키는 그리 크지도 않고 다리 길이도 짧은데, 어린아이의 키와 다리보다는 크고 길었다. 자전거 패달을 밟을 때마다 핸들에 허벅지가 걸려 그냥 두고 왔다.
이런 것들로 어떤 작품이 나올지 궁금합니다.
주로 집을 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