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기행, 바다, 무더위, 장마; 도보여행을 추억하며

in #kr-morning9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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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새벽에 활동하면서 kr-morning 태그를 이용해보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계속 미루어져 오늘 처음으로 kr-morning을 이용합니다. 그러고보니 kr-travel 태그도 처음이군요.

막연히 '동해부터 서해까지 걸어가보자'는 생각에 도보여행을 다닌 적이 있습니다. 뚜렷한 목표도 없고 성취하고자 하는 바도 없었습니다. 그저 걷는걸 싫어하진 않고, 바다가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도에 대략적으로 표시한 것처럼 포항에서 시작해서 서천까지 이어진 여정입니다. 텐트와 취사도구, 쌀까지 짊어지고 나선 여행길이었고, 시기는 7월 중순쯤이었던가요?

덥기도 더웠고 장마도 겹쳐 일과를 마치고 양말을 벗으려는데 젖어서 퉁퉁 불어난 피부가 무게를 견디지 못 하고 양말에 붙어서 굳어버려 벗는 것도 굉장히 힘들고, 벗고 보니 양말이 딱딱하더군요. 장마전선을 살짝 앞질러 이동해서 이정도로 젖은 적은 한번 밖에 없었다는 것이 참 다행입니다. 계속 장마전선보다 반나절 앞서서 이동했는데 서천에 도착해서 한숨 자고 일어나니 마을 정자가 물에 잠길 정도로 물이 불어났더군요. 바다를 보겠다고 나섰지만 포항에서도, 서천에서도 바다를 잔잔히 살펴본 적은 없습니다.

다양한 기억이 있긴 합니다. 사진도 없고, 발 닿는데로 움직이다보니 특별한 여행지에 방문한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시골 정자에서 쉬고 있다 마을회관 어르신들에게 수육을 얻어먹은 적도 있고, 대전에서 어떤 아주머니에게 밥을 얻어먹은 적도 있습니다. 사진은 없지만 소소한 기억들이, 내 여행을 증명하는 것 같네요.

기인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찢어진 티셔츠 한장에 목검을 지팡이처럼 짚고, 배낭은 없이 목에 침낭 하나만 걸고 다니는 남자였습니다. 그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행선지를 묻더군요. 서천으로 향한다 하였더니 동행해도 괜찮냐고 물었습니다. 이틀간 행선지가 겹쳐 동행하며 밥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알고보니 동갑이었는데, 그 친구는 평소 식사를 어떻게 해결하나 싶었더니 지갑은 있답니다. 휴대폰도 없고, 배낭도 없이 침낭과 지갑만으로 남한을 전부 돌아보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아마 글로는 그 파격적인 차림새를 온전히 이해하시기 어렵겠지만, 찢어진 흰색 티셔츠에 목검을 짚고 목에 침낭을 메고 있는 모습은 굉장했습니다.

조선시대에 상경하는 행인들이 생각나는군요. 지나가다 마주쳐서 길동무가 되고 갈림길에서 헤어지고, 특별한 연락 수단도 없어 꽤나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고도 다시는 만나지 않고. 목숨을 위협하는 맹수도 없고, 산적도 없고, 수시로 마을이 있어 식료품을 보충할 수도 있었으니 훨씬 편하게 지낸 것은 분명하지만 느낌을 갖는건 자유니까요. 사실 제가 사는 곳을 지나갈 때 연락 하겠다며 휴대폰 번호를 얻어가긴 했는데 그 친구가 가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장마를 해쳐나가는 사이 젖어 찢어질 것은 당연한 일이었죠. 그래서 다시 연락이 닿지는 않았습니다.


최근 근력이 약해졌음을 크게 실감합니다. 근력부터 폐활량까지 약해졌으며군살도 많이 붙었습니다. 몇번 글에서도 언급했고, 다른 분들에게 댓글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이 든건 아마, 더워서 잠시도 밖에 있기 싫다는 생각을 하다, '어찌 이 더위에 그런 강행군을 했을까'한 것이 처음입니다. 어제는 '만약 날씨가 서늘하다 하더라도, 지금의 나는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어제 아침에는 글쓰기를 마치고 가볍게 뛰고 들어왔습니다. 거리도 짧고 오래 뛴 것도 아니며 고작 노트북과 책이 들어있는 배낭은 그 때의 배낭에 비하면 짐이라 하기도 민망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더군요. 그래서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아침에 뛰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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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로 사진 한장 첨부합니다. 날짜도 없고, 내 사진이라는 증거도 없지만 아무튼 믿으세요. 앞으로는 매일 이정도는 다시 뛰며 건강을 회복해야겠습니다.

아! 산책로에서 웃옷을 벗고 달리는 분도 계셨습니다. 탄탄한 몸에서 나온 자신감이었을까요?


글을 쓰다보니, 포항, 바다, 기행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사연이 또 하나 생각이 나 다음에 소개할까 합니다. 포스트를 누르기 전에 몇번 다시 읽어보았지만 더럽게 재미 없습니다.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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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믿쉽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ㅎㅎㅎ 저도 믿습니다! ㅎㅎ
마지막 두 문장 때문에 더 확 재미있어졌는데요. :)

사실 본문도 그렇고, 포항 바닷가 이야기도 그렇고 술잔을 앞에 두고 과장된 제스쳐와 함께 해야 재밌을 이야기인데 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평소 악센트 조절과 제스쳐로 웃음을 주는 저에게 문자는 너무나도 어려운 표현 방식이에요.

한적한 외곽에서 도보 여행하면 참 좋을 듯 싶네요 ㅎㅎ

한국에는 적당히 한적한 곳이 별로 없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그냥 고생하면서 다니는 것만으로도 꽤 재미가 있었습니다.

네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을 것 같네요..

하하 충분히 재밌는데요ㅎㅎㅎ
저도 지금보다 조금 젊을 때 했던 패기로웠던 것들이 기억 납니다ㅎㅎ
모두 건강해야 할 수 있는 것들이더라구요. 건강부터 챙겨야 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평소 말로만 중요하다 하며 실감하지 못 하다, 설치고 나대려면 건강이 필요한 것 같아 크게 실감합니다.

친구가 한 달 전에 군대 전역한 기념으로 걸어서 남한을 종주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출발 했는데 삼일만에 발목 부상으로 돌아왔던 일이 생각나네요. 해병대까지 갔다오고 신체 건장한 친구였는데 어쩐지 하늘이 돕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그런 맨몸으로 부딪히는 여행을 해봐야겠어요!

11박 12일 일정동안 한번도 다치진 않았으니 운이 좋았군요. 젊으실 때 한번 다녀오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믿습니다. 다음번엔 손가락이라도 보여주세요. 아니면 그림자라도 말이죠. ^^ㅋㅋㅋㅋ

괜히 사족을 달아서 다들 거기만 집중하고 계세요... ㅋㅋㅋ

ㅋㅋㅋ꾸밈없이 찍은 사진의 무뚝뚝함이 오히려 본질만 투사시킨 것 같아 kmlee 님이 찍은 사진이란 걸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전 저런 사진 좋아합니다 ㅎㅎ 저도 저렇게 투박하게 찍거든요 .. 혹시 투박한 의도로 찍으신게 아니라면 조용히 엎드려뻗치겠습니다... 제발.. 제발..!! ㅋㅋㅋ

투박한 의도 맞으니 괜찮습니다. 어제는 머리 박고 오늘은 엎드려 뻗치시다니 제가 무슨 교관입니까 ㅋㅋ

ㅋㅋㅋ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럼 가만히 서있지요..ㅋㅋㅋ

와!!! kmlee님 동해부터 서해까지 걸어가셨군요. 포항에서 서천까지 대단하세요. 제 고향까지 지나가셨네요 ^^ 텐트와 쌀까지 가지고 가셨다니 ㅠㅠ 가방이 너무 무거우셨을 듯해요 ㅠㅠ 장마에 ㅠㅠ 고생 엄청 하셨네요 ㅠㅠ

기인 ^^ 조선시대 행인 이라는 표현이 어떤 분이셨을지 상상을 딱 하게 합니다.
아주 값진 시간이셨을 것 같아요. ^^

달리기하시는 곳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저런 곳을 걷고 달릴 수 있다니 너무 행복하실 듯합니다. ^^

가면서 점점 가벼워지더라구요. 고향이 어디실까요ㅎㅎ

쌀이 줄어 들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ㅋㅋ 고생스러웠지만 추억이 많이 생겨서 생각하며 웃으실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 :) 제 고향은 ^^ 서쪽 kmlee님이 밥을 얻어먹은 도시입니다. ㅎㅎ

조금 놀라긴 했습니댜. 변두리도 아니고 시내 한복판에서 그런 경험을 할 거란 생각은 못 했거든요.

대전이 고향이셨군요. 미국에 가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ㅎㅎ

ㅎㅎ 대전 시내 한복판에서의 경험이셨군요 ㅎㅎ 재미있으셨겠어요. 아주머니 참 감사하네요 ^^ 아주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꽤 늦은 나이에 왔다가 운이 좋게 취업을 해서 일을 하다 보니 계속 있게 됐어요. 도보 여행은 언제 하신 건가요?

6년 전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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