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의 앞과 뒤
요즘 오지랖이라는 단어가 아주 많이 쓰이는걸 보면 세상에 오지랖이 많이 만연해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오지랖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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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앞자락이 오지랖입니다. 그게 넓으면 많은 부분을 가려버리죠. 조금 가린다면 미덕일 수 있지만 많이 가리면 그건 허위를 향해 가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오지랖이 넓은 사람을 흔히 꼰대라고 부릅니다. 일종의 참견인데요. 이게 가진 독성이 뜻밖에 매우 크기에 오늘 도마 위에 올려봅니다. 당신은 어떠하신가요?
별로 상관도 없는 일에 참견하는 게 오지랖입니다.
그리고 오지랖은 사랑과 관심이라는 가증스런 가짜 간판을 들고 있는데요. 아쉽지만 한국인의 특징이라고도 합니다. K-오지랖이라고 할까요? 이게 꼭 자기비하하는 건 아닙니다. 한국인 특유의 서로 돕는 문화가 좀 변질되거나 고착되면 오지랖으로 꽃피곤 하는 것이니까요.
초면에 바로 나이부터 묻고 직업 묻고 하는 건 주로 오지랖입니다. 서열확인부터 하자는 느낌이지요?
나이가 아래, 서열이 아래라고 확인되면 아주 빠른 속도로 본격 오지랖의 팡파레가 울리기 시작합니다. 결혼은 했느냐….아니 왜 아직도 안했느냐….남들 하는 거 다 해야 하는 거다…이렇게 순식간에 삼촌 고모부에 빙의하여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합니다.
동성애자 보게 되면 신기해하며 물어보죠.
“그런데…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데요. 남자역할이에요? 아님 여자 역할? 남자죠? 맞아요? "
이런 게 얼마나 실례라는 것 쯤은 가볍게 무시하는 게 k-오지랖의 맷집입니다.
“살 좀 빼야겠다.”
“종합비타민제 좀 먹어 얼굴이 그게 뭐니?”
“그 화장품 구리더라. 바꿔라.”
“그런 화상하고 왜 사냐? 니가 백번 아깝다. 당장 갈라서라.”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를 내는 것도 일종의 오지랖입니다. 사실 이건 후진국의 특징이기도 한데 우리나라만 해도 이젠 많이 벗어났습니다.
친구랑 곰탕 먹으면서 다른 데서 먹었던 곰탕 기가 막히더라는 이야길 해댑니다.
오지라퍼의 특징은-아는 게 아주 넓고 얄팍합니다. 그래야 오지랖을 눈처럼 펄펄 만천하에 흩뿌리기 좋죠.
오지랖의 의도가 사랑이건 정이건 간에 그 반향은 주로 나쁩니다. 친밀도가 희박한 사람에게 참견 당하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으니까요. 아, 친인척이라 할지라도 친밀도가 반드시 깊은 건 아닙니다. 내적으로 멀면 외인이지요. 사람은 서로 정도 이상 친해진 사람끼리 심리적 동아리를 형성하고 사는데 외인이 끼어들어서 참견을 한다면 그건 황당한 것이니 환영 받을 수 없습니다.
마음 넓게 보자면 이런 오지랖을 웃어넘길 수 있겠지만 그 뒤가 더욱 심각할지도 모릅니다.
기본적으로 오지랖은 상대의 속마음을 모르니까 뱉어지는 자기 관념의 토사물 같은 것인데요.
그렇게 남의 속을 모르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기회나 힘을 얻게 되면 선동(煽動)으로 웅장하게 발전하고 맙니다. 사람 속의 불만이나 증오심, 이기심, 불안 등의 어두운 요소에 부채질을 하는 것을 선동이라고 합니다. 작게는 제품광고에 악용되고 크게는 독재정치에 전가의 보도로 쓰입니다.
그러면 어느덧 우리의 오지랖적 특성은 세상을 부패시키는 곰팡이로 확장되는 무서운 일이 될 수 있지요.
그러면 당신의 사랑과 관심이 어느 순간 오지랖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그 분간을 명확히 해야겠죠?
그 분기점을 한번 제시해 보겠습니다.
그 출발점이 오고 가는 끈끈한 정이면 오지랍입니다.
상대가 내게 조언을 구하지 않았는데 참견했다면 오지랖입니다.
우리, 오지랖 이전의 청정무구한 소통의 도로를 기억해봅니다. 나와 남 사이에 크리스탈빛 찬란한 길 말입니다. 그 길은 진정 아무 칭찬도 대가도 바라지 않기에 진정 순결한 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길가에는 금계국 꽃이 빛나며 자작나무 숲이 무성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