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place

in #kr6 years ago (edited)

Cyworld_20180318_061738.jpg

사람들은 저마다의 자신이 생각하는 편안한 장소라는 것이 있을것이다. 대략 카페라던가 자신의 방이나 화장실(?)같은 것인데, 나는 신기한게 상상속에 존재하는 장소가 있다.

이전에 쓰던 폰 기종이 노트시리즈라서 참 쓸모없는 펜 하나로 가격이 비싸구나 했는데 포스팅하다보니 말로 설명이 잘 안될때 마다 개탄스러울 지경.
크..이걸 또 글로 표현해야 하다닝

아무튼 이런 장소이다.

날씨는 따사로운 봄날의 기운이 감돌고, 하늘은 구름 한 점없이 티끌없는 하늘색에 햇빛은 찬찬히 이곳저곳을 내리쬐고 있다. 양쪽 사방에 숲이 우거져 있고 맑은 냇물이 졸졸졸 흐르고 있다.
물살이 천천히 흐르는 곳곳에 파릇파릇 이름모를 식물들이 피어있고, 나는 그 모습을 초록잔디가 예쁘게 깔린 낮은 언덕에 맨발로 앉아서 그 모습을 바라본다. 건너편 우거진 숲속에서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리고 밑으로는 개울물 소리 바람이 부는 소리 밖에 없다.
천천히 개울물을 본다. 물이 바뀌는 햇빛에 반사되며 흐르는 모습을 한 없이 한 없이 바라만 보고 있다. 언제든 들어갈 수 있게 나는 맨발이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흐르는 강물을 내 발로 인해 갈라지게 하고 싶지 않다. 햇빛아래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아름다운 물의 노래를 지루하지 않고 바라본다.

이 장소는 불현듯 몇 년전부터 어린시절 할머니집을 생각하다가 만들어진 상상속의 풍경인데 나는 실제로 이곳을 가 본적이 없다. 그런데 평소 물을 멍 하니 쳐다보는 걸 좋아하는 나는 그 숲에 우둑하니 서서 아래로 나뭇잎을 내리고 물을 쳐다보는 마음으로 맨발로 그러고 있다. 마치 인간나무가 된 기분.

웃긴게 들어맞추고 싶지 않지만 내 사주는 항상 나무가 많은 사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금 불 나무 물 흙 이였나 5가지 기운을 보는 사주에서 나무만 거의 98에 가까운 숫자로 나오고 나머지것들은 조금 가진걸로 나오지만 특이하게도 물은 하나도 가지지 못한걸로 나온다.

누가 그랬지.
나무와 물이 가득하면 나무는 봄과 여름 가을에 잘 자라지만 겨울이 되면 너무 많은 수분으로 죽는다고. 너무 가득한것도 문제지만 오직 나무의 사주인 나는 항상 뭔가 외롭고 허한 기분이다. 하긴. 인간은 누구나 외로울테지 하지만 유독 나는 사람이 잘 안붙고 잘 안생기는 느낌. 있어도 금새 떠나가고 아니면 나와 거리를 두고 그저 필요에 의해 같이 하는 기분. 그런 생각이 들어 좀 찾아봤다.

점집과 타로점을 믿는다고 하면 누가 그러냐 하는데 나는 이상하게 조금 믿는 스타일.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진다.

20대 초반에 본 회사앞 작은 컨테이너박스에 점쟁이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쌍커풀 수술은 꼭 하게 될거다. 왜냐면 너는 한번은 꼭 얼굴에 칼로 상처를 만들어야 하니까. 그리고 너는 아주 드넓은 평야에 딱 한그루 있는 소나무다. 그러고 평생 외롭게 있을 팔자다. 결혼조차 힘들다. 그러나 인생에 단 3번의 좋은남자가 들어온다. 넌 이미 첫 남자는 놓쳤다. 그리고 다가오는 두번째도 놓치게 될 운명. 하지만 꼭 기억해.
29살쯤에 찾아오는 그 남자는 꼭 잡아라. 그를 놓치면 넌 평생 혼자야. 명심해. 그래도 널 보면 안쓰러운데 다행인건 너는 혼자서도 굉장히 잘 노는구나. 그 점이 다행이다. 그리고 2년뒤 다시 오너라.

안타깝게도 2년이 오기전에 그 집은 사라졌다. 그리고 그때 들은
"고립무원에 한그루 소나무"
이야기는 이상하게 오싹하며 잊히지 않고 있다.
너무 내 얘기 같아서.

글을 적으면서 알게 되는게 참 많다. 그래서 사람들이 일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나보다. 나의 Best place는 나무들이 많고 물이 흐르는 아득한 시골의 어느 개울가 앞이였다. 그곳에서 그저 앉아만 있던 나는 3번째 남자와 결혼하고 쌍커풀 수술을 했고 지금도 친구라고 확실하게 누군가에게 소개할 사람이 몇 없다. 정확히는 10년지기 4명이 있다고 하고싶지만 그 중 3명은 계모임으로 엮여 매달 돈은 낼뿐 실상은 1년에 한번 만나고 카톡도 한달에 1번 짧게 회비냈다는 카톡뿐. 나머지 1명은 입사동기인데 워낙 마당발이라 날 친구로 생각은 해줄지 모르겠다.

분명 시작은 따뜻했으나 뒤로 갈수록 축 쳐지는 글이 되는게 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새벽에 뒤척이다 잠을 깨서 적은 글이 나의 고백이라니.
쓰다보니 나만의 장소도 너무 소름돋아.
그냥 없던 장소로 하고 싶어지네.
그래도 이곳은 글이 박제되는 곳이니 몇 년후에 꼭 다시 읽을 글로 이곳에 남겨두려 한다.

몇년 후 나에게 나는 이런 말을 적고 싶다.

이젠 엄마가 됐으니까 딸에게 만큼은 외로운 엄마인척 하지마. 부모의 고통을 너무 일찍 알게된 아이들의 비참함을 잘 알잖아. 그래도 잘 살았써. 그리고 진짜 혼자라는 생각은 접어둬. 지금도 그런 생각하니?
주위를 꼭 둘러보길 바래. 슬퍼할꺼야. 누군가는. 딸에게 좋은 엄마는 못 되어도, 곁에 항상 있어주는 엄마가 되는거야. 난 너가 그럴수 있다고 생각해.
나무처럼^^


아ㅡ주 가독성이 떨어질만큼 긴 글을 써버렸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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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천막에서 손금 본 얘기......
음......맥주나 아이스크림 같이 찬 것을 많이 먹으면 안돼...
왜요?
찬 것을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

ㅎㅎㅎㅎㅎㅎㅎ
10년 넘게 생각할 때마다 빵터지는 일화입니다.
찡님은 분명 예쁘고 똑똑하고 찡님을 똑 닮은 딸의 엄마가 되어 있을 거예요...제 눈엔 다 보여요.... 제가 좀..... 그런 게 보이거등요...^^

당근님ㅋㅋ신기한 능력을 지니셨꾼용😋
칭찬으로 듣고 주머니에 넣어놓을께용
감사합니다

역시 찡여사는 글을 재미있게 잘써요. 마치 해물탕안에 미더덕 같은 글이라고 할까요. (칭찬임) 😊

퉤ㅋㅋㅋㄱ미더덕 퉤ㅋㅋㅋ

여긴 가즈아 아니예요.

아까 그 장소 어디 갔어요? 나도 가 봤던 장소라 할라 했는데.

그건 출처없는 이미지라서...
근데 그 이미지
볼때마다 좀...으스스해요

하긴 이사진이 평화스럽긴 하네요. 저도 아침풍경 올릴 타이밍이라. ㅎㅎ

외국인데 아침시간이 왜 같은지 항상 궁금해용

사진은 녹차라떼같지만 그 느낌은 충분히 전달받았습니다.ㅎㅎ

녹차라떼...큭큭 올라가서 사진 다시 봤네요ㅎㅎ

ㅋㅋㅋㄱ다들 사진얘기만 해옹 ㅋㅋ너무함

키위쥬스로 해두죠ㅋㅋㅋ

찡님은 긴글도 재미나게 쓰네요
풍경을 상상했어요
^^

여기서 뵙네요? ^^ 공감공감~

앗 카비님..
아까 @sanha88 님 글에도 머물다 가시더니!!
ㅎㅎ

스팀잇도 좁습니다ㅋㅋㅋ

물 속의 수초의 느낌이라 스산하고 몽환적이고 그렇네영~ 찡님의 글은 가독성 안 떨어지구요~늘 재미있게 잘 읽혀져요. 그 집 안 사라졌음 나도 가고싶으네요ㅎㅎ

그렇죠?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용 엘리스님♡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한주 수고하세요

하루2회 호출하고파영(눈치없이)

가독성 안 떨어져요 ㅎㅎ
상상 속 장소가 휴식처가 된다니 신기해요

그리고 없어진 그 집 참 용하네요ㅎㅎ

그렇지요? 다시찾아뵙고 싶지만...어디로 가셨는지는...

컨테이너 박스의 그 점쟁이분 할머니셨죠? 음... 그분 혹시 수호정령 같은... 찡여사님의 할머니의 할머니라던지... 가족 사진 잘 살펴보시면 계실지도...

소~~~~~~름!!!!

그 점쟁이가 할머니 맞았나요? 😲 소오~~~~름. 항상 다음 글이 기다려지는 찡여사님. 그렇다고 부담가지지는 마시고 ㅋㅋ 즐겁게 스팀잇 합시당. 화이팅!! (오늘 회식. 지금 좀 취함)

ㅋㅋㄱ음주스팀 떾끼~~~~!!!!

ㅋㅋㅋ그저께글에 ㅋㅋㅋ그 웃음은 모지

점쟁이 말을 믿는 사람도있군요. 표현은 좋네요. 고립무원의 한그루 소나무...
그래도 글을 정말 재미있습니다.

재밌으셨다니 저도 기쁩니당^^

그 남자 잘 잡았네.. ㅎㅎ

아님용 나한테 장가 잘온거임

너무 멋진 글인 것 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세월이 흐르니 저도 주위 친구들 만나기가 너무 힘드네요
나에게 소중한 지인이 몇명 있나 함 뒤돌아 봐야겠어요

멋진글이라 칭찬해주시다닝 감사해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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