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t Shaped Box 하트 모양 박스 30화

in #kr7 years ago

Heart Shaped-Box

IMG_1311.PNG


영지는 새 애인과 노닥거리다 핸드폰에 뜨는 일영의 이름을 보고 그녀는 급히 전화를 껐다.
8년간 알아온 그를 차단할 생각은 없었지만,
결혼할 상대를 찾는 일주일 동안만은 모른 체하고 지낼 생각이었다.

"무슨 일 있어?"
동그랗고 예쁜 찐빵같은 얼굴, 곱슬머리 다윤은 팝콘을 한가득 물고 영지를 바라봤다.
"아냐, 아냐. 없어."
영지는 그녀의 어깨에 기대, 노트북 화면을 한가득 채운 배우의 얼굴만 뚫어져라 봤다.

'걔 사정이 어떻든 내 알 바야...'
한 편으로 그가 안쓰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를 보는 그의 눈빛은 욕정이나 애정을 품고 있지 않았다.

어딘가 퀭한 느낌, 마치 누군가 그에게서 뭔가를 훔쳐간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눈에도 표정이 있을까.

처음에는 오기가 생겼다.
그를 떠날 땐 떠나더라도, 마음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 세 해...
그는 여전히 그녀에게 미치지 않았지만, 어쩌다보니 팔년동안 곁에 남게 되었다.

누군가는 그동안 그녀를 욕했고,
어떤 이는 여러 명 중 한명이어도 된다고 했으며,
종종 그녀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영지는 여전히 단발로 드러난 목선과 눈이 무척 예뻤고
그렇게 사는 것에 대한 아무런 가책이 없었다.


"각하께서 부르십니다."
일영은 업무를 보던 중 부름을 받았다.

'보나마나 결혼에 관한 거겠지..'

일영은 체념하고 규호의 집무실 문을 열었다.
규호는 그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짝 못 찾았다 하더라고."
"....예."
그는 그 순간 땅으로 꺼져 사라지고 싶었다.
'내가 더 떨어질 곳도 있나..'

"내가 그래서 밑 사람들 시켜서 적당한 사람 알아봤는데..."
규호는 탁자에 사진 하나를 놓았다.

예쁘장한 눈웃음의 긴 갈색머리 여자가 화보 속에서 웃고 있었다.
흰 장미를 연상시키는 짧은 드레스와 인조적인 검은색 배경까지.

"영화 한 편 나오고 인지도는 어느 정도 있다고 해. 그 이후로 뜬 적은 없는데, 크게 뒷소문 없고 예뻐.
나이도 어리고. 고맙지?"

"예, 각하."

"혼인신고 처리하고, 앞으로 행사같은 곳에 데려와. 그리고...이왕 결혼한 거, 애도 한명 낳아. 결혼이랑 출산 다 해야지."

"....예, 각하."
일영은 자신이 사람이 아니라 인형이 된 기분이었다.
사람이 호두깎이 인형을 움직여서 호두를
딱-딱- 깔 때처럼
그는 예-각하, 예-각하를,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하고 있었다.

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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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먼저 읽고가요..
팔로우 했어요~^^

감사합니다 :)

규호는 왕놀이에 빠져 있군요. 이 놀이의 끝은 어디로 향해 가는가..
모두 집단 최면에 걸렸나 봐요. ㅠ.ㅠ

파리대왕같은 규호죠 :(
나쁜 새럼들..

어머 일영이 불쌍해요 ㅜㅜ

ㅠ 다 인과응보죠...

잘 보고 갑니다. 미약하지만 풀봇 받아주세요~

풀봇 감사합니다 씨네님!

결혼까지... 마수를 뻗치네요...
흥미진진합니다.

:D 칭찬 감사합니다 씨마이너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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