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페스트 13화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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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른호스트 : 에밀리오! 아니 비스바덴이라고 해야겠군요. 당신은 왜 이런 일을 꾸몄던 겁니까?
비스바덴 : 역시 각성했군, 루시퍼. 나는 자네를 수천년동안이나 기다려 왔다네.
샤른호스트 : 수천년이라고요?
비스바덴 : 나는 자네가 사라지기 전 데이모스를 만났다는 사실을 듣고 그를 찾아가 자네의 행방을 물었네. 나는 다른 주신들과는 달리 데이모스의 환생이론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자네가 언젠가는 다시 태어나리라는 것을 믿고 지금까지 기다려 왔네.
샤른호스트 : 그걸 왜 진작 이야기하지 않았죠? 또, 왜 이런 일을 벌여서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킨 겁니까?
비스바덴 : 모든 것은 자네를 각성시키기 위해서였네.
샤른호스트 : 나를 각성시킨다고요? 단지 그것을 위해 이런 소동을 일으켰던 겁니까? 비스바덴!
비스바덴 : 자! 어서 너의 한계를 보여다오 루시퍼!
샤른호스트 : 비스바덴... 고작 그런 이유만으로!! 혜성일섬혼!
비스바덴 : 처음에 프라이오스와 베라모드가 죽었을때는 데이모스와 나는 이제 곧 자네가 환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뻐했네. 우리가 이 세계를 위해 다른 신들을 배반했던 것은 우리가 이 세계를 사랑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언젠가는 환생할 자네들을 맞아주기 위해서이기도 했었네. 하지만 뭔가 이상했네. 지난번에 베라모드가 일으킨 전쟁은 신들이 연합하여 우리의 고향 아르케를 구하려는 목적이었지만 결과는 어떠했나? 결국 주신들은 무려 아홉명이 몰살당했지만 암흑신은 베라모드 본인 한 명만이 희생했을 뿐이네. 암흑신은 본래 열세명이었는데 베라모드가 반란을 일으킬 때 데이모스를 따르던 아스킨데룬과 라만, 그리고 유가네아가 희생되었지만 데이모스와 베라모드를 제외한 아홉명의 행방이 묘연했네. 더구나 당시 베라모드를 따르던 유스타시아와 디아블로는 오딧세이호에 타지도 않았네. 결국 살아남은 우리 세명의 주신과 데이모스는 나머지 암흑신들의 정보를 수소문하기 시작했지. 그러던 도중, 유스타시아와 디아블로를 탐색하던 데이모스가 실종되었고 팬드래건의 황태자를 구한다는 구실로 동방대륙을 탐사하던 나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네. 사라진 암흑신의 대부분이 동방대륙에 살아있을 뿐더러, 그들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되었지. 그것은 바로 데이모스로부터 들은 궁극의 그리마, 앙그라마이뉴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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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바덴 : 우리 주신들이 암흑신과 파괴신들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낸 비장의 병기가 자네의 세라프와 이 아스모데우스였다면, 암흑신들이 특히 베라모드가 주축이 되어 오래전부터 만들어오던 그리마가 바로 앙그라마이뉴네. 하지만 이 앙그라마이뉴 역시, 세라프와 아스모데우스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초능력을 가진 영혼이 아니면 제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었지. 본래 베라모드는 자신의 벨제부르와 데이모스의 리리스를 결합시켜 앙그라마이뉴를 제어할 존재를 탄생시킬 생각이었지만 전생의 자네 때문에 무산되었던 것이네. 그렇게 되자 모든 것이 명확해졌지. 베라모드는 처음부터 우리의 행성 아르케로 돌아갈 마음은 없었던 것이지. 단지, 우리 주신들을 몰살시키고 자신의 육체를 포기하는 대신 스스로의 영혼을 앙그라마이뉴로 옮기기 위해 모든 일을 꾸민 것이지.
샤른호스트 : 그렇지만 베라모드는 환생의 존재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습니까!
비스바덴 : 모두들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예전부터 베라모드는 데이모스의 연구에 관심이 많았다네. 그는 데이모스로부터 손에 넣은 카오스 큐브를 이용하여 자신의 영혼을 옮길 생각이었던 거야. 결국 주신들도 인간들도 베라모드의 음모에 이용되었을 뿐이지. 베라모드는 주신이 사라진 세계에 궁극의 마신으로 부활하여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생각이었던 것으로, 신의 지위를 포기하고 아르케로 돌아가 평범한 인간이 되는 일 따위는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었던 거야.
샤른호스트 : 그렇다면 아직까지 그는 왜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까?
비스바덴 : 궁극의 그리마 앙그라마이뉴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야. 그를 제어할 영혼이 깃들여진다 하더라도 적어도 오십년은 성장을 해야 파멸의 마신으로 탄생할 수 있는 거야. 그동안 그의 수하들인 나머지 암흑신들은 그들의 제국인 투르를 움직여 왕국을 침공하고 제국령을 손에 넣기 위해 체사레 보르자를 움직였던 것이지. 물론 베라모드가 마신 앙그라마이뉴로 부활하면 어차피 모든 것이 끝날 것이긴 하지만 그들은 베라모드의 부활 이전에 나름대로 공을 세우고 싶었던 것이라네.
샤른호스트 : 그런데 왜 나와 리리스를 끌어들인 것입니까? 비스바덴!
비스바덴 : 자! 어서 너의 한계를 보여다오 루시퍼!
샤른호스트 : 그리고... 그렇다고 해서 그녀들까지 끌어들일 필요는 없었지 않습니까? 역시 납득할 수가 없군요! 천광편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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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바덴 : 앙그라마이뉴를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주신들이 만들었던 아스모데우스 뿐인데 이를 제어할 수 있던 유일한 인물이었던 흑태자는 이미 세상을 떠났네. 물론 우리 셋이 힘을 합하면 이렇게 잠시 움직일 수는 있지만 본래의 아스모데우스의 힘에는 크게 못미칠 뿐더러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한시간 정도. 더구나 가동후 우리는 마장기에 모든 에너지를 빼앗겨 죽을 수 밖에 없네. 이 정도로는 앙그라마이뉴에는 대항할 수가 없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자네, 루시퍼를 위해 프라이오스님이 만든 초차원 마장기 세라프일세.
샤른호스트 : 이것을 나를 위해 프라이오스님이 만드셨다고요?
비스바덴 : 프라이오스님은 겉모습과는 달리 매우 정이 많은 분이셨네. 특히 어려서부터 손수 키우다시피한 자네를 아꼈기 때문에 자네만이 제어할 수 있는 강력한 병기를 손수 개발하신 것이지. 아스모데우스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제어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강한 정신력을 필요로 한다면, 세라프는 자네와 함께 성장하는 마장기일세. 세라프의 조직 하나 하나는 자네의 유전자를 모태로 제작된 살아있는 마장기이기 때문에 자네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세라프 역시 강해지네. 프라이오스님은 자네가 죽은 이후에도 결국 그것을 완성하여 용자의 무덤에 봉인하였다네. 그래서 우리는 앙그라마이뉴의 탄생 이전에 자네를 하루라도 빨리 각성시킬 필요가 있었지. 하지만 문제가 생겼네. 본래 내가 처음 어린 자네를 발견한 것은 지금부터 30여년 전이네. 그는 팬드래건의 젊은 황태자로 어린 나이에 용자의 무덤에 도전해왔지. 나는 첫눈에 그가 자네 루시퍼가 환생한 것을 알아보았지만, 그는 내가 그를 각성시킬 틈도 없이 전쟁에 말려들어 실종되고 말았네. 내가 먼 동방대륙을 탐색하며, 암흑신들의 흔적을 탐색하며 그를 발견하였을 때는 그는 이미 다른 여인과 결혼하여 아들을 낳았더군. 그는 루시퍼로서의 각성에 실패한 인생을 살았던 것이네. 나는 무척 실망하였지만 순간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지. 그것은 자네가 그 왕자의 아들로 또다시 환생하였다는 사실이네. 하나의 시공간에 두 개 이상의 같은 영혼이 존재한다는 것은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리리스를 만나기 위한 자네의 영혼의 힘이 그만큼 강했다고나 할까? 하지만 자네를 다시 발견하기는 했으나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네. 그래서 자네도 알다시피 어려서부터 여러가지 필요한 수련과 교육에 힘썼지만 결정적으로 자네의 각성을 위해서는 리리스가 필요했네. 자네가 환생한 것으로 보아 분명 이 세계에는 리리스가 존재한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리리스를 직접 본적조차 없었기 때문에 그녀를 찾아낸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네. 우린 결국 아홉명의 가능성을 지닌 여자아이를 찾아 우연을 가장한 여러 사건들을 통해 자네와 연결시켜 주었네.
샤른호스트 : 결국 지금까지 우리는 당신들에게 철저히 이용당한 것이군요. 그 모든것이 당신들이 꾸민 일들이었다니... 비스바덴!
비스바덴 : 자! 어서 너의 한계를 보여다오 루시퍼!
샤른호스트 : 당신도 그동안 많이 변하셨군요... 구극진천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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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른호스트 : 하지만 어떻게 제가 진짜 리리스를 선택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셨습니까?
비스바덴 : 분명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자네라면 운명적으로 그녀들 중 진짜 리리스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네. 아니, 어쩌면 그들 모두가 리리스였는지도 모르네. 리리스도 자네처럼 언젠가 만날 때까지 몇 번이라도 다른 인생을 살아왔을 것이고, 그들은 다른 시대뿐 아니라 동시대에 여러명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었으니까. 어쩌면 자네 역시 내가 자네를 발견하였기 때문에 루시퍼로서 자각할 수 있었고, 자네 역시 그녀를 선택했기 때문에 그녀가 리리스로 각성했는지도 모르겠네. 분명한 것은 자네만이 리리스를 자각시킬 수 있었고, 리리스만이 자네를 각성시킬 수 있었다는 사실이지.
샤른호스트 : 하지만 당신들의 목적이 리리스를 통해 저를 각성시키는 것이라면 왜 아스모데우스를 부활시켰습니까? 더구나 당신들 능력으로 아스모데우스를 제어하는 것은 자살에 가까운 일일텐데.
비스바덴 : 하하하하. 그것은 자네가 비록 루시퍼로 각성하여 세라프의 주인이 되더라도, 현재 자네들의 힘으로는 앙그라마이뉴를 상대할 수 없기 때문일세. 하지만 세라프는 다른 마장기와는 달리 성장하는 존재. 강한 상대를 상대하면 할수록 점차 강해지네. 자네가 우리의 아스모데우스를 이길 수 있다면, 분명 자네와 세라프 역시 한단계 성장할 것이네. 물론 그렇다 해도 앙그라마이뉴를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어쨌든 지금보다는 확률이 높아질 것이네.
샤른호스트 : 비스바덴!
비스바덴 : 자! 어서 너의 한계를 보여다오. 루시퍼! 자네가 좀더 강해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모든 일은 허사로 돌아간다. 어차피 아스모데우스를 가동한 이상 우리들은 끝이나 마찬가지야! 어서 우리를 초월한 보다 강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나!
샤른호스트 : 결국 선택의 여지가 없으시다는 말씀이군요. 알겠습니다. 이 길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면... 비스바덴, 아비도스, 오브스쿠라. 당신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는 않겠습니다. 이걸로 마지막 입니다... 무극파라 십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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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른호스트 : 아스모데우스와의 결전후, 안타리아로 돌아온 나는 세라프의 아머를 해제하고 폭풍도에 착륙하는데에 마지막 기력을 사용했다. 역시, 지금의 나의 능력으로는 세라프를 제어할 수 없었던 것일까... 이미... 온몸의 감각은 마비되었고 숨을 쉴때마다 느껴졌던 격심한 통증조차도,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못하고 있다. 세라프는, 나의 모든 생명력을 소모했다. 목 안 깊숙이로부터 무언가가 기어 올라오는 느낌... 이것이... 죽음인가. 에밀리오, 아니 비스바덴은 자신을 상대하면 앙그라마이뉴를 대적할 힘을 얻을 수 있다고 했건만... 이제는... 모든것이 다 부질없이 느껴진다. 그냥 이대로... 대지의 여신의 품안에서 영원히 잠든다면... 결국... 나는... 비스바덴의 시련을 통과하는데에... 실패한 것일까...
??? : 샤른호스트!
샤른호스트 : 나를...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 누구일까...
제인쇼어 : 샤른호스트!
샤른호스트 : 이 목소리는...!! 제... 제인쇼어...!! 어째서... 어째서 제인쇼어가 이곳에... 그리고 몸에 흘러들어오는 이 은은하고 따뜻한 생명력은...!
제인쇼어 : 가벼이 흘러 지나가는 산들바람... 피어오르는 꽃봉우리... 하늘거리는 나비들의 춤... 탄생으로 가득찬 봄의 여신이시여...
샤른호스트 : 아... 안돼!!! 이 주문은... 자신의 생명력을 남에게 나누어 주는...
제인쇼어 : 당신의 죽음은 나의 것... 나의 생명은 당신의 것... 당신과 내가 하나로 되어질... 때...
샤른호스트 : 제인쇼어 제발... 제발 멈춰줘... 이 이상 주문을 계속하면...
제인쇼어 : 나의 육신은 사라지더라도, 나의 기억과 영혼은 그대의 품안에서 영원히 살아갈 지어다. 그대는 나의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오니... 영혼의 각인!!! 너무... 그렇게 슬퍼하지 말아줘요. 이것이 내가 당신을 위해 해줄수 있는 마지막 일... 그리고... 우리가 영원토록 만나지 못한다 해도... 이미 당신은 나와 영혼을 공유한 사람... 언제까지라도... 함께 있을 수 있잖아요? 그리고... 그리고... 우리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에요... 왠지... 그런... 기분이 드네요.
샤른호스트 : 제인쇼어!!
제인쇼어 : 미안해요... 이만... 가봐야 겠어요.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어요. 내가 현세에서 이루지 못한 일... 당신이 거두어 주었으면 해요. 샤른호스트... 나는... 당신과 만날 수 있어서... 정말로 행복했답니다...
샤른호스트 : 제인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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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스 : 이곳은...? 아 그래, 나의 이름은 리리스. 마족의 여왕이며 그리마의 황제인 벨제부르의 아내로 태어난 여자. 그렇지만 내가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본 것은 수많은 날개를 가진 아름다운 한 명의 소년이었다. 깊고 깊은 잠에서 깨어나 처음으로 눈을 뜬 나를 호기심으로 가득찬 두 개의 반짝이는 눈동자가 바라보고 있었다. 소년은 어느새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으며, 나 또한 그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애를 쓰고 있었다. 유리를 사이에 두고 조그만 우리의 손과 손이 맞닿았을 때, 어쩌면 우리의 운명은 이미 결정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 후로 오랫동안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었다. 후에 안 사실이지만 그는 내가 속한 마족과 적대하는 천사의 우두머리로, 마족의 여왕이라는 운명을 타고난 나에게는 원수와도 같은 존재였다. 나의 아버지는 암흑신의 우두머리인 데이모스님. 이 세계의 수많은 생명들을 창조하신 분이다. 이 분은 이곳 안타리아의 어떤 신들보다도 많은 생명들을 만들어낸 분이시지만, 항상 자신은 그릇을 만들뿐 생물의 영혼은 우주 저편에서 날아온다는 이야기를 하시곤 했었다. 나는 아버지 데이모스님이 가장 공들여 만든 생명체로, 그 분의 말로는 가장 완벽하고 순수한 신체적 특징을 타고 태어났다고 들었다. 하지만 정작 내 자신은 아버지가 날 덜 완벽한 채로 만들었다면 좋았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바로 벨제부르와의 약혼 때문이었다. 벨제부르는 아버지에 필적하는 권력을 소유한 자, 음모의 베라모드라 불리우는 암흑신에 의해 탄생한 최강의 그리마였다. 그는 이미 내가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자신의 최고의 작품인 벨제부르와 아버지의 최고 걸작인 나의 결혼을 원하고 있었던 것 같다. 베라모드는 아버지에게 나와 벨제부르의 결혼을 강요하다시피 하였고 아버지는 이를 탐탁치않게 생각했지만 자신 못지않은 세력을 가지고 공공연히 반기를 들곤 하는 베라모드를 다스리기 위해 나와 벨제부르의 결혼을 허락한 것이다. 그 후로 베라모드는 때때로 벨제부르와 함께 찾아와 나의 상태를 살펴보곤 하였으며, 나는 마족의 여왕으로 추대되어 그들을 이끄는 역할을 맞게 되었던 것이다. 마족을 이끌고 12주신의 천사들과 그들을 따르는 신족들에 맞서 싸우던 어느 날. 우리 마족의 어떤 마을이 천사들에 의해 공격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달려가게 되었다. 그러나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마을은 불타고 있었고, 여자들과 아이들만이 마을 광장에 붙잡혀 있었다. 그들만이라도 구하기 위해 나는 단신으로 그들의 우두머리에게 회담을 요구했고 의외로 요구는 받아들여져 그들의 지휘관인 열세날개의 천사 루시퍼라 불리우는 인물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그와 만나기 위해 마을광장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마치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충격을 느껴야만 했다. 그곳에... 바로 그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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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을 떠 최초로 본 사람. 수많은 날개를 가지고 나를 바라보던 바로 그 소년이 그곳에 서 있었던 것이다. 비록 겉모습은 변하였지만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와 아름다운 날개는 내 기억 속 그대로였다. 그 역시 나를 알아본 듯 놀라는 표정이었으며 우리는 스치는 눈길 속에서 수많은 말로도 표현하지 못할 그 어떤 느낌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다른 포로교환을 위해 그와 내가 단독으로 만날 것을 제의하였다. 그리고 나는 그의 의도를 곧 알아챌 수 있었다. 약속의 날이 오고 나는 그와의 약속대로 혼자서 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헬카이트의 봉우리를 찾아갔다. 떠오르는 햇살에 새벽안개가 흩어져갈 무렵 나는 헬카이트의 정상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그가 거기 있었다. 우리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서로를 쳐다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단지 왠지 모를 그리움이 벅차오르며 오래전부터, 그 어린 시절보다 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만나고 있었고, 사랑해왔던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서로 바라만 보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느새 입맞춤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그날부터 절대로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우리의 사랑이 불타오르게 되었다. 그날 이후에도 우리는 계속적인 만남을 지속하였다. 어느 사이엔가 나는 그를, 그는 나를 점차 변화시켜 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냉혹하고 차가운 성격이었던 그였으나 나와의 만남을 통해 점차 부드럽게 순화되어갔고, 아무 의미없는 삶을 계속해오던 나 역시 그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나의 변화는 점차 주위 사람들에게도 인식되기 시작했다. 특히 베라모드와 벨제부르는 나의 행동을 의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벨제부르와의 약혼에 대해 알게 된 루시퍼는 나에게 주신과 암흑신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나자고 이야기 하였다.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그를 사랑하던 나는 그를 따라 길을 떠날 수밖에 없었으며, 그것이 바로 우리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 되고 말았다. 우리의 일을 알게 된 주신들의 천사군과 암흑신들의 마족들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우리를 포위해 왔으며, 우리는 얼마전까지의 동료들과 싸우지 않으면 안되었다. 특히 벨제부르는 스스로 추적대의 선두에 서서 우리를 뒤따라 왔다. 결국 그날 황혼 무렵 그는 우리 앞을 막아섰고 루시퍼에게 결투를 신청하였다. 이 결투에서 루시퍼는 그를 쓰러트릴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진 치열한 결투였기에 그 역시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채 뒤따라온 천사군에게 사로잡혔다. 그리고 나 역시 마족들에게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암흑신의 신전으로 돌아온 나는 아버지 데이모스님의 명에 의해 신전 구석방에 유폐되는 비교적 가벼운 벌을 받았다. 그러나 벨제부르를 잃은 베라모드는 매일 아버지를 찾아와 나의 처벌을 요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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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버지는 그의 요청을 단호히 거부하셨다. 베라모드는 강력히 반발하였지만 아버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나는 루시퍼의 안위가 걱정되었고 아버지를 통해 그가 감옥에서 고통받으며 곧 처형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신 프라이오스와 비스바덴 등이 그의 처형만은 막으려 하고 있지만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는 대부분의 주신들의 주장으로 사태는 악화되고 있었다. 목숨보다 소중했던 그의 일을 걱정하며 매일을 눈물로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그런 나를 걱정하며 내 곁에서 위로해 주셨지만 나는 날로 초췌하여 갈 수 밖에 없었다. 며칠째이던가, 아버지는 무엇인가를 결심한 표정으로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것은 아버지가 예전부터 연구해오시던 환생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버지는 다른 신들과는 달리 그들의 생명 창조의 의미를 단지 물리적인 그릇으로 만드는것에 국한지어 생각하셨다. 누구보다 많은 생명을 만들어 내셨던 아버지는 생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영혼이라 믿고 계셨다. 그리고 영혼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차원과 공간을 초월한 그 어딘가에서 깃들여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셨고 이것을 증명하고 제어할 방법을 연구해 오셨던 것이다. 한번 육체를 떠난 영혼은 어떤 차원, 어떤 공간, 어떤 시간에 어떤 모습으로 환생할지는 아무도 모를뿐더러 육체에 깃들어있던 기억은 모두 사라져 버리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가 연구한 방법은 주신들이 강력한 초능력으로 시공간을 넘어 아르케에서 안타리아로 워프해올 수 있었던 것처럼, 영혼의 강력한 파장을 최대한 증폭해 낼 수 있는 어떤 특별한 매개체를 통하여 본래의 기억을 간직한 채 특정한 장소, 특정한 시간대에 환생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어쩌면 영혼의 워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는 이 방법을 통해 우리가 프라이오스와 베라모드 등이 없어진 이후의 안타리아에서 환생할 수 있다면, 절대적인 운명의 사슬을 끊고 맺어질 수 있으리라고 이야기 하셨다. 물론 영혼의 환생이란 아버지만의 이론으로 한번도 증명된 적이 없는 불확실한 방법이었지만, 나에게는 더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를 강하게 믿고 있었기에 그 길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오래 전 내게 선물하셨던 카오스 큐브의 목걸이, 이것이 바로 영혼의 파장을 증폭해주는 매개체인 것이다. 나는 일단 루시퍼의 의미 없는 죽음을 막기 위해 이곳 화형장에 섰다. 나의 희생으로 그의 목숨은 구제받을 것이다. 물론 이제 영원히 헤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아버지를 믿는다. 아버지는 분명히 그를 이끌어 나를 찾아 보내실 것이다. 나는 기다릴 것이다. 그와 만나기까지 몇번의 인생을 거듭하고 억겁의 시간이 필요하더라도 그가 나를 찾아내기를 언제까지라도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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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른호스트 :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나는 그녀의 뒤를 따르고 싶었지만 나에겐 할 일이 있었고, 무엇보다 나 대신 희생해준 그녀를 위해서도 나의 운명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현세에서의 일도 도외시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직도 남아있는 왕국의 리처드 세력을 몰아내고 투르와의 전쟁을 대비하는 일에 지난 1년을 소비했다. 그리고 얼마전, 오랫동안 계속되어진 팬드래건 왕가의 싸움을 종식시키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로 버몬트가의 후계자인 엘리자베스 왕녀와의 결혼을 결정하게 되었다. 그녀는 리처드에게 사로잡혔던 이후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백치상태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리리스와의 기억을 가슴에 품고 있는 나로서는 어차피 다른 여자와의 정상적인 사랑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앞으로 백치가 된 엘리자베스를 보살피며 일생을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다. 그녀는 리처드에게서 구출된 이후, 팬드래건의 생츄어리로 보내져 정신적인 치료를 받으며 요양생활을 하고있다. 최근 들은 소식으로는 여전히 말과 웃음을 잃은 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며, 단지 무엇인가를 그리는 것에만 열중한다고 한다. 전해준 사람 이야기로는 붓으로 그녀의 방 사방에 그림을 그려 놓아서 방안에 들어가면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선 느낌이라고 한다. 지난 세월은 그녀에게도 치유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겨주었던 것 같다. 이미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내가 그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녀를 보살필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그 모든 일은, 결국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이곳 생츄어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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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른호스트 : 아니... 이곳은...? 이... 이런... 이 그림은... 엘리자베스... 이 그림... 어떻게...?
엘리자베스 : 이제야... 돌아오셨군요.
샤른호스트 : !!! 정신이... 돌아왔구나.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 : 전 이런 순간이 오기를 아주 오래전부터... 아주 오래전부터 기다려 왔답니다.
샤른호스트 : ...?
엘리자베스 :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오직 이런 순간이 오기만을...
샤른호스트 : 서... 설마...
엘리자베스 : 나를... 몰라보시겠나요?
샤른호스트 : 오, 신이시여... 리리스... 아니 제인쇼어...?
엘리자베스 : 그래요, 내 이름은 엘리자베스, 제인쇼어, 그리고... 리리스. 당신을 위해 생명을 버린 제인쇼어. 정신이 붕괴되었던 엘리자베스는 모두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 환생한 나... 리리스...
샤른호스트 : 어떻게 이럴수가... 리리스, 리리스가... 내 앞에 있단 말인가... 이번에는... 이번에야말로 절대로 널 놓치지 않을거야.
엘리자베스 : 사랑해요.
샤른호스트 : 언제까지라도 내 곁에 있어다오... 언제까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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